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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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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화학

현선호 글 / 원정민 그림 | 분홍고래 | 2022년 09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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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350g | 173*228*11mm
ISBN13 9791185876917
ISBN10 118587691X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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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따가워…….”
아침에 굵은 소금으로 양치질하다가 잇몸에 상처가 났다. 침이 닿을 때마다 쓰라렸다. 세륜이네는 공장에서 만든 치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줄곧 소금이나 허브 파우더로 이를 닦았다. 학교에서 몇 번친구 치약을 빌려 쓴 적이 있을 뿐이다. 소금은 치약보다 덜 개운하고 상처가 날 때도 많았다. 그래도 화학을 피하려면 도리가 없었다.
아픈 곳을 살피려고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 유리에 잇몸을 비췄다. 한 손으로 입술을 잡고 상처를 여기저기 보고 있을 때, 누군가 세륜이를 불렀다.
“그냥 치약 쓰는 게 낫지 않아?”
“악!”
말을 건 건 간밤에 꿈에서 본 바로 그 노란 아이, 화학 찰거머리 이온이었다. 세륜이는 너무 놀라 말을 더듬었다.
“네, 네가 어떻게 여, 여길…….”
꿈인가 싶어 세륜이가 자신의 볼을 힘껏 꼬집었다. 볼이 아팠다. 꿈에서깨지도 않았다.
“아하하. 여기서도 꿈인지 확인할 때 볼을 꼬집니? 걱정하지 마. 꿈이 아니니까. 아니, 꿈이 아닐까 봐 걱정하는 건가?”
이온이가 여전히 노란 옷을 입은 채 껄껄 웃었다.

세 사람이 서로를 붙잡고 걷는 동안 이온이가 말을 꺼냈다.
“샤워하러 가는 동안 석유가 들어가지 않은 다섯 가지 물건을 말해 볼까?”
“좋아. 다 생각해 뒀지.”
아르곤은 둘 사이에 서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세륜이가 말했다.
“첫 번째에서 끝날 것 같은데? 체육복!”
“땡! 네 체육복은 합성 섬유로 만든 거야. 체육복뿐만 아니라 가게에서 파는 옷 대부분이 석유 원료로 만들었지. 다음!”
“뭐? 그럴 수가. 그, 그럼 페트병!”
“페트벼엉? 가소롭군! 모든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든 것입니다. 다음!”
“이 시커먼 기름에서 투명한 물건이 나온다고? 그, 그럼 볼펜! 아니아니 안경! 아니 가방!”
다급해진 세륜이가 다섯 개 규칙을 잊고 마구 물건 이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온이는 꿈쩍도 하지 않고 ‘땡’만 연발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세륜이는 다섯 개는커녕 교실에 있는 물건이라는 전제 조건도 무시하고 생각나는 온갖 물건을 말했다.
화장품, 휴대 전화, 테이프, 의약품, 텔레비전, 타이어, 접착제, 컴퓨터, 신발, 아스팔트, 카메라, 잉크, 시계, 자동차, 비료 등 별의별 것을 다 말해도 이온이는 딩동댕을 외칠 기미가 없었다.
허허벌판의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작은 간이 건물이 나타나자 이온이가 “다 왔어, 이거 가지고 들어가서 씻어”라고 말하며 액체 비누를 내밀었다. 세륜이는 이거다 싶어 외쳤다.
“그래, 세제! 석유를 씻어내는 물질이라면 석유랑 완전 반대겠지. 어때?”
이온이가 하하 웃으며 마이크를 든 시늉을 하고 말했다.
“아쉽습니다, 강세륜 플레이어! 세제조차 석유를 사용한다는 사실!”
“하아, 말도 안 돼…….”
세륜이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실망한 기색을 내비치자 이온이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사실 처음부터 네가 이기기엔 너무 불리한 게임이었어. 네가 사는 세상은 거의 석유 세상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거든. ‘세계는 석유로 장식되었다’라는 슬로건까지있을 정도니까.”
“도대체 석유가 어떤 물질이기에 그런 거야?”

“저 공룡은 세륜 너였던 공룡이야.”
세륜이는 깜짝 놀라 반문했다.
“뭐? 그럼 내가 공룡의 환생이란 말야?”
“하하, 그거랑은 좀 달라. 저 공룡을 이루고 있는 원자 중 일부가 지금 네 몸 어딘가에 있거든. 수억 년간 모습을 바꾸다가 너를 이루는 물질이 되었지.”
세륜이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런 뜻이냐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공룡이었던 원자가 자기 속에 있다는 것이 멋지게 여겨졌다. 이온이가 계속 말했다.
“공룡만 그런 건 아니야. 3억 년 전에 살던 삼엽충 속에 있던 원자도 있을 수 있고, 7천만 년 전에 내린 빗물 속 원자가 있을 수도 있어. 일일이 추적하려면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이온이는 세륜이와 여행하는 동안 찾아낸 공룡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세륜이는 자기를 이루는 원자들이 잘게 쪼개져 지구를 여행하는 상상을 했다. 공룡을 이루던 물질들이 쪼개져 세륜이도 되고 나무도 되고 바다가 되기도 한 것처럼, 한 데 모여 ‘강세륜’을 이루던 원자들도 또 자연으로 돌아가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그러다가 또 쪼개져 다른 모습으로 결합하고, 붕괴하고, 그것을 반복할 것이다.
세륜이는 아주 긴긴 시간을 생각했다. 이온이가 말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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