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균 선생의 이 책은 다면적인 성취를 이루고 있다. 서정주라는 한국 현대시의 거장의 시를 읽는 새롭고 설득력 있는 독법을 제시하고 있을뿐더러, 서정주 개인의 시학에 대한 탐구를 넘어 그가 속해 있던 1930년대∼1970년대 한국 문학장의 중심에 서정주의 신라정신이 놓여 있음을 빼어나게 분석하고 있다. 이 분석은 세대들의 평면적, 단선적 계승관계로 한국의 문학사를 읽는 것의 피상성을 드러내면서, 한국 문학사를 읽는 탁월한 구조적, 유물론적 방법을 현시하고 있다. 이는 현재 한국의 문학장의 기원과 정체에 대한 날카로운 심문이기도 하다.
- 김익균 (철학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종래까지 서정주의 미학을 보는 관점은 한반도에 거의 자생적으로 터전을 두었던 여러 사상들과 유불선 동양사상의 원천에 기대는 것이 보통이었다. 김익균의 금번 저술은 충실한 문학적 재고조사를 통해 서정주 자신의 입으로 연관성이나 영향을 말하지 않았던 릴케와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분석해냈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김익균은 그것을 해당 시기에 눈을 맞추고서 문학과 당대 현실 간의 영향관계를 문학 현상과 관련된 총체를 이루는 ‘문학장’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는 서정주와 릴케 현상을 구조적이면서 체계적으로 훑는다. 홀로 서 있는 듯한 서정시들이 그의 정치하고 섬세한 필치 아래서 환한 조명 속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가 시대상을 넘어 서정주의 신라정신과 릴케의 문학을 관류하는 본질로 본 것은 고통 속의 문학적 구원이다.
- 김재혁 (시인, 고려대 독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