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2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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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76쪽 | 198g | 110*178*15mm |
ISBN13 | 9791188605132 |
ISBN10 | 1188605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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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2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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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76쪽 | 198g | 110*178*15mm |
ISBN13 | 9791188605132 |
ISBN10 | 1188605135 |
어릴 적부터 시험이 끝나는 날에는 가방에 큼지막한 보조가방을 챙겨 나가곤 했다. 하교길에 바로 만화방에 가서 시리즈 하나 통째로 빌려 읽는 것이 시험 끝난 나만의 의식이었다. 때문에 만화를 추천해주던 만화방 언니가 내 세계를 이루는 데 한 몫 했음은 물론이요, 한 때는 만화방 주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소년물, 추리물, 스포츠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했지만 역시 가장 설레어 하며 읽었던 건 순정만화였다. 그러니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라는 아무튼 시리즈의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아무튼, 순정만화』를 집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가 만화를 아끼는 분이었던 덕에 저자는 자연스럽게 순정만화를 읽으며 자랐다. 여중, 여고라는 환경은 현실보다는 순정만화에 이입하기 좋게 만들었을 테다. 마침 잡지가 부흥하고 천계영, 권교정, 신일숙 같은 만화 작가가 인기를 얻고 아이돌 팬픽과 함께 야오이 장르가 등장하던 시절이었다. 저자는 『불의 검』, 『오디션』, 『다정다감』 같은 만화에서 인간 관계에 대한 힌트를 얻고 사랑을 꿈꾸고 헤어짐을 배운다. 저자 이마루는 자신이 기꺼이 빠져들었던 순정만화의 사랑과 성장과 아픔을 되짚으며 묻는다. '그 시절 내가 만화에 그렇게 빠져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학원물을 지배하는 가장 큰 정서를 꼽자면 관계에 대한 열망일 것이다. 누군가와 강렬하게 가까워지고 싶고, 그가 가진 재능이나 매력을 동경하고, 그에게 나 역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고, 그 사람만이 나의 막연한 공허와 물음표들에 해답이 되어줄 것만 같은 청소년기의 간절한 열망.” (16쪽) “사춘기를 맞아 안 그래도 비대해진 자아와 순정만화에 줄곧 본 ‘평범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매력적인 여주인공 캐릭터’ 설정은 내면에서 포개져 극악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분명히 말하건대 순정만화의 맥락에 따라 자기 캐릭터를 포지셔닝하는 것은 요즘 말하는 자존감이나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91쪽) 그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저자의 분석과 관점에 나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는데, (조금 창피하지만) 나 또한 만화 속 인물에 과몰입하며 포지셔닝하고 심지어 친구들과 그 포지셔닝을 갖고 즐기며 놀아보았기 때문이다. (말하고 나니 더 창피하다. 하지만 아마 학창시절에 만화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으리라.) 그 외에도 소소한 공감 포인트가 넘쳐난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 등을 통해 절로 세계 여러 역사를 습득하고 『노다메 칸타빌레』로 클래식 지식을 쌓았다는 이야기, 연애 감정에 대한 갈망과는 달리 나 자신은 '휴먼비잉 1'이나 '교복 입은 여자애 1'에 가까웠다는 이야기, 만화 속 캐릭터의 옷을 보며 패턴과 명품을 배웠다는 이야기, 『호텔 아프리카』를 보며 소수자를 처음 생각해본 이야기, 등등. 『아무튼, 순정만화』는 이처럼 순정만화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래서 만화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돌아본 기록이다. 그 결과 저자가 발견한 것은 책의 부제이자 주제 "그때는 그 특별함을 알아채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다. 넘쳐나는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프레임 속에서도 여자끼리의 진솔한 우정을 보여주었던 만화가 있었고, 사랑을 주제로 하는 〈세일러문〉이지만 사실 소녀팬들에게 중요했던 건 세일러 전사 사이의 우정과 성장이었음을. 성소수자 이야기가 만화에서는 어떻게 등장했는지 등등. (당대 대학가에서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대두되던 때라는 점은 담기지 않았지만, 만화 내에서의 흐름을 보여준다.) 여기에 창작자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아 몰락의 길을 걸었던 만화 시장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자신의 만화를 보고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어 만화 작가의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작가는 어떤 마음이려나. 하지만 이 책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다. 나이대가 다르다면 등장하는 만화가 조금 생소할 수는 있지만, 좋아하는 마음과 그로 인해 어떤 재미와 경험을 했는지에 공감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이는 아무튼 시리즈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잡지 에디터로 일하는 저자의 필력도 큰 몫을 한다. 다 읽고 나면 자기 인생의 대사의 반은 만화로 채웠다는 저자와 술 한 잔 하며 수다 떨어보고 싶달까. 내-피셜인데, 저자가 궁금해지면 좋은 책이다. 책장을 덮으면 '나도 언젠가는 『후르츠 바스켓』이나 『3월의 라이온』 같은 만화로 내 썰을 풀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또다른 내-피셜인데, 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다면 정말 좋은 책이다. 그렇다. 『아무튼, 순정만화』는 재미있고 좋은 책이다. 오늘은 왠지 만화책이 보고 싶어지는 그런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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