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는 당대 최고의 포경선 작살수임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언론이라는 포경선이 없이 그 혼자 힘으로 가능했을까? 그런 의미에서 언론은 최인호를 키운 정신적 요람이기도 하지만 그의 정신을 가두는 감옥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
영국의 유명한 낭만파 시인이었던 바이런처럼, 롤링 또한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갑자기 유명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소설의 종말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서구 작가들, 특히 프랑스인들의 기우에 지나지 않을 따름이다. 한국의 작가들에게 이러한 말을 한다는 것은 어부성설이나 다름없다. 책꽂이에 박경리의 『토지』를 꽂아놓고 어떻게 소설의 죽음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소설, 신화, 번역은 이윤기란 작가를 구성하고 있는 삼각형이다. 이 삼각형을 통해 이윤기라는 작가는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점선으로만 삼각형의 변을 긋는 일이 앞으로 계획이라고 밝혔듯이 소설, 신화, 번역은 그가 그어야할 세 가지 변이다.
미국 출판 시장에서, 크라이튼은 그의 소설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에 비유하자면 '사상 최강의 공룡'으로 알려져 있는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한 존재라 할 것이다.
대중은 그의 작품을 담순히 '민족주의'로만 판단하고, 그의 소설이 주는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에 너무 심취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후련한' 소설이 유난히 민족의식이 강한 한국인에게 인기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 책 뒷표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