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프롤레타리아 작가로 여러 가지 사회운동과 피억압자들의 해방을 위해 노력했다. 교토의 농가에서 출생. 소년 시절부터 여러 가지 노동에 종사하며 고학했다. 한반도로 건너와 신문기자 생활을 하던 중 총독을 비판하고 광산 노동자들의 학대를 신문에 폭로하여 투옥되기도 했다. 귀국 후에도 사회운동과 집필에 힘을 쏟았다. 종전 후에는 중원의원을 두 차례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민족차별, 부락차별, 여성차별, 형사피고의 억압에 분노했으며 억압받는 노동자와 농어민을 사랑하여 전투성 넘치는 운동의 지도자로 활동했다.
역자 : 박현석
국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 및 직장 생활을 하다 지금은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우리나라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서 출판을 시작했다. 번역서로는 『판도라의 상자』, 『갱부』, 『혈액형 살인사건』, 『태풍』, 『인류의 스승 인생을 이야기하다』, 『젊은 날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다자이 오사무 자서전』, 『몇 번인가의 최후』 외 다수가 있다.
‘그런데 저 나이 든 토착민 농부는 내가 잘못해서 이런 곳으로 들어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저 정성껏 기른 모종을 유린한 것을 내가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또 가슴속으로 그에게 사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물론 그가 그런 사실을 알 리 없겠지.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정성껏 기른 농작물을 여기에 갑자기 나타난 이민족이 아무렇지도 않게 밟아댄 것을 그는 얼마나 증오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을까! 그가 지닌 잠재의식이 거기에 얼마나 강하고 날카롭게 기름을 들이부었을까! 그 격정적인 민족이 잘도 내게 달려들어 쥐고 있던 커다란 낫을 휘두르지 않았군!’하는 생각이 들자 그는 전율을 금할 길이 없었다. ……순간 그는 앞서 본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느꼈던 것과 같은 마음의 쓸쓸함을 그 농부에게서도 느꼈다.
“이 녀석 말입니까? 이 녀석은 약간 이상한 녀석이에요. 언제나 저러고만 있어요. ……그리고 기분 나쁘게 우리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는 듯합니다. 섬뜩한 녀석입니다.”라고 물을 한껏 들이켜고 난 뒤 오다가 말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는 오다가 밉살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는 역시 민족적 ○○자로 보이겠지? 거기에 저 사람들의 응어리가 있는 거야.’라고 그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도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억압받아 괴로워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묘한 눈빛으로 노려볼 필요는 없지 않은가? 형제…….’라고, 그는 토착민들의 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말없이 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토착민의 누군가를 저주하는 듯한 눈빛이, 그의 근질근질한 부분을 날카로운 칼로 긁어내는 듯한 기분 좋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자 그는 신기하게도 그 눈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눈이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를 처음 봤을 때와 같은 불안은 그의 마음에서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그는 그 토착민에게 무슨 말인가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