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는 만족스럽게 말도 하지 못할 만큼 나약한 성격이고, 따라서 생활력도 제로에 가깝다고 스스로 느끼며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지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염세주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삶에 그다지 의욕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이 생활의 공포에서 도망치고 싶다, 이 세상에 작별을 고하고 싶다는 등의 일만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온 성격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저의 성격이 저로 하여금 문학에 뜻을 두게 한 동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저것 생각을 떠올리다보면 저는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제 문학관이나 작품이 술에 좌우될 것이라 여겨지지는 않지만, 단지 술은 제 생활을 상당히 흔들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사람을 만나도 만족스럽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나중에서야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걸, 저렇게도 말했으면 좋았을 걸 하며 분해합니다. 언제나 사람과 만날 때면 대부분은 어질어질 현기증이 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이기에 끝내 술을 마시게 됩니다. 잠자리에 들어서 여러 가지로 그 개선책을 기도(企圖)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죽지 않으면 고치지 못할 정도로까지 되어버린 듯합니다. ---「나의 반생을 말하다」 중에서
깊은 밤, 약국의 문을 두드린 적도 있었습니다. 잠옷 차림으로, 콕콕 목발을 짚고 나온 부인을, 갑자기 끌어안고 키스하며, 우는 시늉을 했습니다.
부인은, 말없이 제게 한 상자, 건네주었습니다.
약품도 역시, 소주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혐오스럽고 불결한 것이라고, 뼈저리게 깨달은 순간에는, 이미 저는 완전한 중독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참으로, 몰염치의 극치였습니다. 저는 그 약품을 얻고 싶어서, 다시 춘화의 필사를 시작, 그리고, 그 약국의 불구의 부인과 글자 그대로 추한 관계까지 맺게 되었습니다.
죽고 싶다, 차라리, 죽고 싶다,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다, 어떤 짓을 해도, 무슨 짓을 해도 망가져갈 뿐이다, 부끄러움에 부끄러움을 더할 뿐이다, 자전거로 아오바의 폭포 같은 것, 내게는 바랄 수도 없는 일이다, 단지 더러운 죄에 꼴사나운 죄가 더해져, 고뇌가 증대하고 강렬해져갈 뿐이다, 죽고 싶다, 죽지 않으면 안 된다, 살아 있는 것이 죄의 씨앗이다, 라고 머릿속 가득 생각하면서도, 역시, 아파트와 약국 사이를 반 광란의 상태로 왕복할 뿐이었습니다. ---「인간실격」 중에서
‘오로지 자기 혼자서만 현명해지기를 바라는 것보다 더 큰 어리석음도 없다.(라 로슈푸코)’
열심히 노력해 나갈 뿐이다. 지금부터는 단순하고 정직하게 행동하자.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자.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말하자. 잘난 척만 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의외로 평탄한 것인 듯하다. 반석 위에 조그만 집을 짓자.
---「정의와 미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