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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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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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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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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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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네, 오해해서는 안 되네. 나는 결코 절망 끝의 허무 같은 데 빠져 있는 것이 아닐세. 배의 출범은 그것이 어떤 성질의 출범이든 반드시 어떤 희미한 기대를 느끼게 하는 법일세. 그것은 먼 옛날부터 변하지 않은 인간성 중 하나일세. 자네는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를 알고 있겠지? 열어서는 안 될 상자를 열었기에 병고, 비애, 질투, 탐욕, 시기, 음험, 기아, 증오 등 온갖 불길한 벌레들이 기어 나와 하늘을 덮으며 붕붕 날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인간은 영원히 불행에 몸부림치게 되었지만, 그러나 그 상자의 구석에 아주 작고 빛나는 돌이 남아 있었고 그 돌에 희미하게 ‘희망’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고 하는 이야기.

방으로 돌아왔더니 갓포레가,
“틀렸어, 종다리는. 내가 복도에 나가서 전부 들었다고. 그래서는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잖아. 예수 정신과 군자 표변에 대해서라도 한마디 딱 쏘아붙여 줬어야 했는데. 자유와 속박! 이라고 했어도 상관없고. 저 놈들은 도리를 모르는 녀석들이니 논리정연하게 얘기를 하는 게 제일이야. 자유사상은 공기와 비둘기라고 어째서 말하지 않은 거지?”라며 끝도 없이 분해했다네.

늦가을의 맑고 푸른 하늘을 미국의 비행기가 선회하고 있었다네. 우리는 그 찻집 풍의 집 앞에 서서 그것을 올려다보며,
“참 재미없게 날고 있네.”
“응.”이라며 마아보가 미소 지었다네.
“하지만 비행기라는 것의 모습에는 새로운 아름다움이 있어. 쓸데없는 장식이 하나도 없기 때문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라고 마아보가 조그만 목소리로 말하며 어린아이처럼 무심히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보고 있었다네.
“쓸데없는 장식이 없는 모습이란, 보기 좋네.”
그것은 비행기뿐만 아니라, 마아보의 방심한 상태 같은 천진한 모습에 대한 은밀한 감상이기도 했다네.

다케 씨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네. 말없이 뒤에서부터 잠옷을 걸쳐 주고 그런 다음 잠옷의 소맷부리로 손을 넣어 어깨 부근을 꼬옥, 아주 세게 꼬집었다네. 나는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았다네.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네. 잠시 후 다케 씨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용서해 줘.”라고 속삭였다네.
그 한마디에 다케 씨의 모든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네.
“얄미운 사람.”이라고 나는 밥을 먹으면서 다케 씨의 말투를 흉내 내어 가만히 중얼거렸다네.
그리고 그 한마디에도 내 모든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네.
다케 씨는 킥킥 웃기 시작하더니,
“고마워.”라고 말했다네.
화해를 한 것이라네. 나는 다케 씨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고 싶은 기분이었다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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