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 및 직장생활을 하다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우리나라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서 출판을 시작했다. 번역서로는 『인간실격/정의와 미소』, 『일본 대표작가 대표작품선』, 『갱부』, 『청춘의 착란』, 『엄마는 저격수』, 『태어나서 미안합니다』, 『판도라의 상자』, 『젊은 날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태풍』 등 다수가 있다.
그는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 뻔했기에 눈썹 끝으로 간신히 막은 채 화단 속으로 내려갔다. 그는 무리 진 밤의 꽃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꽃을 차례차례, 벌레처럼 냄새 맡았다. 그는 냄새를 맡으며 격렬한 기도를 꽃 속에서 하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그녀를 구해주소서. 신이시여, 그녀를 구해주소서.” 그는 앵초를 한 움큼 쥐어뜯어 뺨의 눈물을 닦았다. 달이 뜨기 전으로 바다는 은은하게 흰빛을 띠고 있었다. 저녁 까마귀가 기괴한 곡선을 그리며 화단 위를 날카로운 그림자처럼 날아갔다. 그는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몇 바퀴고 고요한 분수 주위를 슬픔처럼 맴돌았다.---요코미쓰 리이치 『화원의 사상』 중에서
그리고 이 불행한 여자, 전남편을 스쳐 지나가는 남자라 생각하고 스쳐 지나가는 남자에게 몸을 맡길 때와 같은 체념으로 몸을 맡긴 이 비참한 여자, 이 여자야말로 이 세상에서 자신이 만날 수 있었던 유일한 행복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러나 여자는 괴롭다는 듯 남자에게 안긴 채 딱 한 번 눈을 커다랗게 떠서 남자의 얼굴을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을 뿐, 점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호리 다쓰오 『광야』 중에서
겨울의 등불을 밝힐 무렵이면 파리의 화실에서 고향 생각이 더욱 깊어진다고 적어 보낸 편지를 읽은 나는 바로 이 사람을 깨운다. 평소에는 한번 잠에 들면 좀처럼 일어나지 않던 이 사람도 쉽게 일어난다.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둘이서 차를 마시는 깊은 밤. 밖에는 희미한 초겨울 삭풍. ---오카모토 가노코 『사랑이여, 사랑』 중에서
“……전혀 생각해본 적 없어?” “그렇지는 않아.” 생각해본 적이 없기는커녕, 모모코는 거듭해서 몇 번이고 생각했을 것이다. 특히 회사에 다니게 되어 여러 타입의 남자들을 보게 되면서 모모코는 준스케가 결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청년이 아님을 더욱 분명히 알게 되었다. “어떻게 생각해? ……불가능한 일일까?” “저기, 오빠…….” 눈물이 솟아올라, 모모코는 간신히 억누른 목소리로, “어째서 사촌오빠로 태어난 거야!”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모모코는 거칠게 손등으로 닦더니 어린아이처럼 그것을 치마에 문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