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소설가, 극작가. 프랑스에서 출생. 정규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으나 가정환경 덕분에 당시의 주요 문인들과 가깝게 지냈다. 실제로 일어난 살인사건들을 토대로 쓴 살인 미스터리 소설로 유명한데 16세에 첫 단편을 발표했고 그로부터 20년 뒤에 첫 번째 소설을 선보였다. 역사적 인물과 가공적인 인물을 탐구한 『페널로프의 마음』, 『바버라 레벨』 등의 작품을 발표한 뒤, 살인음모의 희생자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인 『약점』을 집필했다. 1913년에 출판된 『하숙인』은 잭 더 리퍼 살인사건을 소재로 쓴 소설이다. 그 외에도 탐정 헤라클레스 포포가 등장하는 연작소설과 자서전 『나도 아카디에서 살았다』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역자 : 박선경
성심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잡지사 기자를 거쳐서 지금은 교직에 몸담고 있다. 아이들 교육에 힘쓰는 한편, 평소 관심을 가져왔던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양서 번역에 힘쓰고 있다. 번역서로는 『톨스토이의 위대한 인생』, 『간디 자서전』, 『체호프의 세상의 지혜』, 『톨스토이의 인생의 지혜』, 『유령서점』 등이 있다.
그날 밤, 부부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번팅 부인은 좀처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눈을 뜬 채 근처 오래 된 교회의 종루가 한 시간 간격으로, 30분 간격으로, 15분 간격으로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막 잠이 들려는 순간―틀림없이 1시쯤이었다― 거의 무의식중에 기다리고 있던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하숙인이 그녀의 방 바로 앞 계단을 살금살금 내려오는 발소리였다. 그는 한껏 죽인 발걸음으로 복도를 지나 조용히,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번팅 부인 잠깐 이쪽으로 와보시겠습니까?” 그 말은 슬루스의 입술에서 발음되었다기보다는 그곳에서 새어나온 숨결처럼 들렸다. 여주인은 두려움을 느끼면서 그 쪽으로 한발 다가갔다.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이것이 마지막입니다, 번팅 부인.” 하숙인의 얼굴은 아직도 공포와 격렬한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당신의 끔찍한 배반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당신을 믿고 있었는데, 번팅 부인. 그런데 당신은 배신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늘의 힘에 의해서 지켜지고 있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 그는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춰 다음과 같은 말을 내뱉었다. “당신의 최후는 쑥처럼 쓰고 양날의 검처럼 예리할 겁니다. 그 발은 죽음으로 떨어지고 그 걸음은 음부의 길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슬루스는 이 기괴하고 저주스러운 말을 속삭이는 도중에도 시선을 이리저리로 움직여 도망칠 길을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