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위한다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처럼 어렵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불가능을 향한 도전이나 실패를 전제하는 시도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러니의 행위, 현대미술의 실천을 여러 사람들과, 동물들과 함께해 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미술관이 인간의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미술관을 하나의 가설을 검토하는 실험실처럼 변모시키고자 합니다.
--- p.61, 「알지 못한 채 알아 가기, 더불어 되기, 그리고 어색한 협동 - 성용희」 중에서
인류의 삶 전체를 뒤바꾼 팬데믹의 출현은 처음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는 초연결된 사회 안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불가피한 물리적 격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을 발판으로 가차 없이 달려온 산업화와 현대화 그리고 자본주의와 소비문화의 절정에서 맞닥뜨린 초국가적인 재난 속에서 우리는 인간 스스로에 대한 진중한 성찰과 사유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자연’과 ‘인간’이라는 두 개의 세상이 가진 차이 안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필연적일 것입니다.
--- p.81,「대담: 두 개의 세상, 차이 안에서 공존하기 - 에이샤-리사 아틸라, 양옥금」 중에서
인류세에 대한 틀에 박힌 시청각적 재현에 맞서는 창조적 대안을 펴기 위해서는 사회, 정치, 지질학적 담론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것은 더 이상 자연적 생명의 형태를 주제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고 예술가들에게 제안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비인간 생명의 형태를 낭만화하거나 식민화하지 말아야 함을 시사한다.
--- p.89, 「인류세로의 진출: 자연 이후 시간에서의 아티스트 필름 - 루카스 브라시스키스」 중에서
새로운 지구 행성을 상상하는 일에는 인류 역사를 재탄생시키는 혁명적인 몸짓과 사고의 전환이 뒤따른다. 그것은 인간 중심의 근대적 질서를 부여한 고급과 저급, 전통과 현대, 국가적인 것과 국제적인 것이라는 문화적 산물들의 이항 대립을 해체하고 다양한 양식의 혼성화를 추구하는 움직임과 관련하며, 글로번 신자본주의와 다국적 기업의 정치적 힘을 무력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 p.125, 「브뤼노 라투르의 사고실험을 통해 본 ‘크리티컬 존’ - 조주현」 중에서
우리는 최신 기술을 적용해서 건축의 당초 의미를 오히려 강화하고 그 미비한 점을 심각한 변형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히려 이런 서사를 갖고 있는 미술관에서 최첨단 미술은 그 존재의 당위성을 더욱 확보할 것이다. 미술관은 오래된 그릇에 새로운 것을 담는, 대립과 공존이 병행하는 더욱 극적인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며 과천관은 바로 그러한 역사적 지점에 존재한다.
--- p.261, 「미술관의 건축과 미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황두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