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방탄소년단(BTS)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연한 장면이 SNS를 통해 세계로 퍼졌습니다. 박물관이 공연장이 된 것이죠. 그런데 박물관에서 공연한 것은 방탄소년단만이 아닙니다.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하여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연도 박물관의 문화 향유 기능과 관련됩니다. 박물관의 기능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왔습니다. 교육, 향유, 연구, 전시 등은 박물관 운영의 목적이자 박물관의 기능이죠. 이렇게 다양한 박물관의 기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 「1장 박물관은 무엇이고 어떻게 탄생했을까?」 중에서
전시의 또 다른 목적은 특정 유물이나 작품이 정말로 가치 있는지, 가치가 있다면 어떤 맥락과 시각에서 그러한지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데 있습니다. (……) 이를테면 이중섭과 같은 근대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중섭은 어떤 화가인가요? 대부분의 사람은 이중섭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그가 한국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그만이 지닌 독창적인 작품 세계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하면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중섭이 평생 그린 작품과 관련된 자료를 종합적으로 모아서 펼쳐 보일 때, 다시 말해 전시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던 이중섭의 진가를 확인하고 다양한 논의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이중섭이 궁극적으로 원했던 예술의 세계는 무엇인가? 그는 독창적인 재료와 갈고닦은 기법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작품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는가. 혹은 어떤 부분에서 실패했는가? 그의 예술에 대한 생각은 오늘날 어떤 시사점을 던지는가?” 이와 같은 질문과 논의가 전시라는 플랫폼을 통해 일어납니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전문가는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생각과 영감을 얻고 교환합니다. 바로 이것이 전시의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 「2장 좋은 작품을 더욱 빛나게, 전시!」 중에서
그렇다면 아키비스트가 미술자료를 활용해 전시를 개최하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국립현대미술관의 〈다다익선: 즐거운 협연〉 전시를 예로 들어 살펴봅시다. (……) 이 전시를 기획한 아키비스트로서 먼저 소장 자료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자료들을 일일이 살펴보며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다다익선」이라는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처음 설치된 배경과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의 과정을 선형적으로 나열했습니다. 자료의 종류가 많고 잡할 때는 시간의 순서에 따라 자료를 정리해 보면 전체의 주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료를 정리하다 보면 어떤 사건은 중요도에 비해 자료가 너무 많은데 어떤 사건은 중요한데도 자료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럴 때 아키비스트는 관람객에게 백남준과 「다다익선」이라는 작품을 잘 전달하기 위해 남아 있는 자료들을 파악하고, 또 자료들의 균형을 고려해 자료를 더 수집하기도 하고, 관련자들을 찾아다니며 부족한 자료를 보완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 「3장 소중한 기록을 다루는 미술 아키비스트의 세계」 중에서
사람을 포함하여 세상의 모든 것들은 시간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처음 만들어질 때는 새것이지만 사용하면서 헌것이 되고, 사용하든 안 하든 결국에는 사라지게 됩니다. 쇠처럼 강한 금속으로 만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슬고 바스라지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만물의 이치입니다.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지만 신라 금관이나 반가사유상과 같이 귀중한 문화유산이 녹슬어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분명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그 시간을 늦추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직접적인 노력을 하는 이들이 바로 보존과학자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존과학자는 문화유산의 보존 방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실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역사라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발전된 과학기술을 적용하여 문화유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 「4장 문화유산을 과학적으로 지키는 일, 보존과학」 중에서
박물관 컨설턴트이자 전시 설계자인 니나 사이먼(Nina Simon)은 ‘참여적 박물관’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전시에서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하고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관람객의 능동적 참여를 통해 관람객들의 목소리를 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특히 권위적인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태도를 비판하며 관람객들의 경험과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며 관람객의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이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공동체로서 박물관과 미술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죠. 미술관에서는 전시와 연계하여 작품을 더욱 풍부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 코너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문화를 반영하여 전시실에서 작품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을 준비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죠.
--- 「5장 학습과 참여로 나아가는 미술관 교육」 중에서
저는 우선 미비한 찰과상이나 의약품 요구 등의 다양한 사항들이 기록되어 있는 의무실 기록일지를 먼저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예상 밖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관람객이 많은 날보다 적은 날에, 가족 관람객이 많은 날보다 단체 관람객이 많은 날에 의무실 이용 횟수가 많았음을 안 것입니다. 관람객이 적은 날에는 그만큼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커지기 때문에 과잉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유치원 등 단체 관람객의 경우 가족 관람객보다 성인 인솔자가 적어서 어린이들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관람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날에는 관람 예절에 대한 관내 안내방송 횟수를 늘렸고, 단체 관람객에게는 인솔 교사를 대상으로 사전답사를 하도록 하는 동시에 안내 자료 및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보강했습니다. (……) 바닥을 미끄럽지 않게 하는 것부터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깨끗하게 하는 것, 조명 기기 및 천장에 달린 물체를 설치하고 점검하는 것까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업무는 정말 많습니다. 이처럼 평상시에 세심하게 안전 위해 요소를 파악하고 제거하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 놓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것입니다.
--- 「6장 박물관 관람객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 운영」 중에서
NFT는 거래 플랫폼으로 들어가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거래할 수 있고,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자유롭고 투명하게 온라인으로 사고팔 수 있습니다.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의 정보가 블록체인에 저장되기 때문에 최초 발행자, 중간 소유자 등을 언제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하나의 물건을 분할해서 소유할 수도 있게 되죠. 이렇게 되면 원작자와 소유자가 분할해서 권리를 유지하고 작품이 거래될 때마다 분할해서 로열티를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새로운 방식의 거래와 소유 방식을 만들어낸 거죠. 이러한 신기술과 예술이 만난 경제를 ‘아트테크’라고 합니다. 창작자는 자기 작품을 기존의 화랑이나 경매 회사를 통해서만 판매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쉽게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기 작품을 NFT로 만들면 온라인으로 쉽게 유통할 수 있고 자신의 저작권이나 원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거죠.
--- 「7장 상상이 현실이 되는 미래의 박물관」 중에서
고려청자의 생기를 되찾아주고 이중섭 그림에 빛을 더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박물관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일 이야기를 책으로 만난다! 이 책은 박물관이 무엇인지, 멋진 전시는 어떻게 만드는지, 박물관에서 수집한 수많은 자료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보관하는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죽은 듯한 과거를 어떻게 살아 움직이게 하는지, 오랫동안 땅속 깊이 파묻혀 깊은 상처를 입은 보물에 어떻게 전성기 때의 광채를 돌려주는지, 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교육은 어떻게 하며 박물관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등 박물관을 숨 쉬게 하고 살아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숨결과 손길로 고려청자가 빛이 나고 이중섭의 그림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죠.
--- 「들어가는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