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밤 늦게, 혹은 새벽에 잠들어 다음 날 낮까지 늦잠을 잔 경험이 있기에, 낮과 밤의 일주기 리듬과 수면의 관련성을 잘 깨닫지 못한다. 잠이 부족하고 낮밤이 바뀌어도 몸이 곧 적응한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 긴 시간을 두고 보면 일주기 리듬에 맞춰 규칙적으로 자고 활동해야 안정되고 지속 가능한 수면과 각성의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잠 못 드는 사람들의 고장난 생체시계를 바로잡도록 안내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필자는 대학병원에서 다양한 정신 건강의 문제를 겪는 환자를 치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며, 동시에 대학에서 정신의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과학자다. 정신의학자로서 잠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정신질환의 발생과 치료와 경과에 있어서 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수련을 받기 시작했던 전공의 시절,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과정에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 있다. 거의 모든 종류의 정신질환이 공통적으로 잠을 잘 자지 않으면 병세가 호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정신과 질환의 발병과 악화 과정에서 잠이 현저히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잠의 부족이 정신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일 수도 있고 여러 병리 과정 중의 하나일 수도 있지만, 서로 간에 상당한 관련성이 있음은 분명하다. (중략)
수면 의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잠의 문제가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정신적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거의 모든 신체 건강이 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질환, 내분비 대사, 면역 기능, 감염병, 피부질환, 외상으로부터 회복에 이르기까지 잠과 연관이 없는 질환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다.
--- 「Chap 1. 인생의 3분의 1 ‘잠’이라는 현상 이해하기」 중에서
다음의 몇 가지 질문에 답변해 보면 평소 수면의 양과 질이 충분했는지 대략 판단할 수 있다.
ㆍ질문 1. 평소 자명종 없이도 쉽게 일어나는가?
ㆍ질문 2.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함을 느끼는가?
ㆍ질문 3. 주말이나 휴일에 평일보다 더 자는 수면량이 2시간 이내인가?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하여 어느 하나라도 ‘아니오’라고 답변했다면, 평소 잠의 양이 부족하거나 잠의 질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두 가지에서 ‘아니오’로 답변한 경우에 그 가능성은 더 커지고, 세 가지 모두에서 ‘아니오’라고 답변한 경우는 확실히 평소 잠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저하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 있으면 우리는 ‘잠빚sleep debt’을 지고 있다고 표현한다. 잠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 금전적인 빚이 쌓이면 파산으로 이어지듯 잠빚이 늘면 결국 건강상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 「Chap 2. 불면증과 수면 부족의 진실」 중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지구가 자전하면서 만들어지는 24시간 주기에 따르는 낮밤의 변동과, 공전에 의한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처음 지구상에서 생겨난 생명체도 이런 환경에서 생겨났고, 이후 살아오는 모든 생물이 지구의 24시간의 변화에 적응해야 했기 때문에 생물의 유전자에는 24시간을 주기로 작동하는 일주기 생체시계가 작동한다. 매일 반복되는 24시간 낮밤의 변화에 우리 몸이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의 일주기 생체시계가 만들어내는 생체리듬이 대략 24시간이지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는 점 또한 중요하다. 만약 우리 몸이 정확하게 24시간의 리듬을 갖는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낮과 밤의 길이가 달라지는 지구 환경에 오히려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24시간보다 긴 일주기 시계를 갖는 인간은 어떻게 24시간에 맞춰서 하루하루를 살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아침 빛 때문이다. 매일 아침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생체리듬을 약간씩 앞당기는 것이다.
--- 「Chap 3. 자연스런 잠을 부르는 일주기 생체시계의 비밀」 중에서
스필만의 설명에 따르면, 불면증은 예민함, 잘못된 생활 습관과 같은 불면에 취약한 ‘선행 요인’을 가진 개인에게 스트레스 등의 ‘유발 요인’이 더해져, 불면증 발생의 문턱을 넘으면 급성불면증이 발생하게 된다. 급성불면증은 유발 요인이 사라지고, 스스로가 건강한 생활리듬을 지키고 아침에 햇빛을 충분히 쬐고 낮에 충분히 활동하는 등 선행 요인을 제거하면 저절로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급성불면증이 왔을 때 대처를 잘못하면 유발 요인이 사라지고 나서도 ‘지속 요인’이 점점 증가하여 불면증이 고착화되고, 이것이 만성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지속 요인이 바로 불면증에 잘못 대처하는 지나친 걱정, 잘못된 생각과 부적절한 행동들이다. 그 예로 만성불면증 환자들은 잠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고 불면증을 두려워한다. 또한 불면으로 인해 다음 날 낮에 겪게 될 피로, 작업 능률의 저하와 무력감 등의 증상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미리 걱정한다. 가장 문제되는 행동은 너무 많은 시간을 침대에 누워 있고, 낮잠을 자려고 시도하거나, 피곤하다는 이유로 낮에 야외 활동마저 안 하려는 것이다.
--- 「Chap 4. 수면장애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