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이라고 되물었을 때만 해도 키미코한테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뒤이어 가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코우지한테 그런 게 있어?"
라고 말한 키미코의 말투에는 우습게 여기는 듯한 울림이 있었다.
"있죠."
코우지는 대답했다. 차안은 난방이 너무 잘 되었고, 환기를 위해 아주 조금 열어놓은 창으로 찬바람이 알맞게 흘러 들어왔다.
"돈은 받지 않는다거나."
코우지의 말에 키미코가 발끈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쯤에서 그만 두었어야 했다고 지금에 와서 생각한다.
"그밖에는?"
그러나 뒤이은 키미코의 물음에 코우지는 말을 이었다.
"아이가 있는 여자한테는 손을 뻗지 않는다거나."
몇 초간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아이가 없는 여자면 된다는 거야?"
라고 말한 키미코의 목소리는 무섭도록 딱딱했다.
"나는 조건이 좋았다, 그 말이지?"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귀에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장난해, 지금?"
키미코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 흥분해 버린다.
"봐요, 키미코, 앞을 보고 운전해요, 위험해."
화나게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코우지는 당황하며 달랬다.
그러나 키미코는 듣지 않았다.
"규칙? 그게 뭔데?"
키미코는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다. 웃기지 말아, 뭔데, 그까짓게. 급기야 차를 길가에 세우고 절박하다 싶은 음색으로
"이제 지겨워, 이런 거."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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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지 않았어?"
라고.
확실히 즐거웠다. 도무지 사실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만큼 행복했다. 토오루는 떠올리고, 행복과 불행이 구별되지 않아 당혹스러워한다.
"하지만."
간신히 말이 입을 따라 나왔다. 다음 한 마디에 토오루 자신도 놀랐지만, 말한 순간, 그것이 곧 자신이 느꼈던 것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난 버려졌어."
시후미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입도 조금 벌렸다.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윽고 아주 진지하게,
"누가 누구를 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어."
라고 말했다.
"각기 다른 인간이야. 두 명의 각기 다른 인간이 있고, 그곳으로 도중에 또 한명이 와서, 그때 그곳에 세 명의 인간이 있었어. 그것 뿐이야."
그 말은 토오루한테는 아무런 의미도 가져다 주지 못했다. 자신은 그때 버려진 것이다. 며칠씩이나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고독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토오루는 묘하게 차분해져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씩이나 버려지겠지."
시후미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카운터에 내려놓고, 토오루를 응시했다.
"싸우고 싶어?"
토오루는 미소 지었다.
"아뇨. 사실을 말해본 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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