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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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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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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1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426g | 148*210*18mm
ISBN13 9788934993001
ISBN10 893499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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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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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됨을 찾아 성장하고 새로워지며,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일기 쓰기’를 한 것이다. 일기를 쓰는 것이 새로운 출발을 위한 하나의 과제가 되었다. 지난 2년간의 일기를 읽고 오늘의 일기를 쓰면 좀 더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 일기는 나를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 p.7

내가 또순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뒷산을 산책할 때와 앞뜰 잔디밭에서 놀아주는 동안이다. 또순이는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뒷산을 걸을 때는 뒤따라오는 나를 수십 번씩 쳐다본다. 잔디 위에서는 내 환심을 사려고 갖은 아양을 부린다. 그러다가 품에 안아주면 내 눈을 쳐다보다가는 반쯤 눈을 감는다.
--- p.22

나는 인적이 드물 정도로 작은 농촌마을에서 하늘의 구름을 보면서 자랐다. 아버지를 따라 앞산 꼭대기까지 오르곤 했다. 무한히 전개되는 파란 하늘에 언제나 다른 형태로 태어났다가 자취를 감추는 구름을 보는 것이 소박한 즐거움이었다. 나이 들면서는 여유로울 때면 구름 감상에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길을 떠나 지방 산수를 찾기도 했다. 장년기에는 세계 여행 중에도 구름 보기를 빼먹지 않았다.
--- pp.31-32

1947년 8월 광복절 후에 나는 일곱 달 되는 아들애를 업은 아내와 같이 탈북을 단행했다. 모친은 눈물을 훔치면서 말이 없었다. 부친은 맏손자 얼굴이나 한 번 더 보자면서 잠들어 있는 손자의 볼을 쓰다듬어주었다. 그것이 부친과 손자의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은 몰랐다.
--- p.90

나는 깊은 고뇌에 빠졌다. 신사 참배를 하며 학교에 머무를 것인가, 거부하고 떠날 것인가. 같은 반 윤동주는 만주 간도로 떠났고 나는 자퇴했다. 고향 교회의 김철훈 목사와 장로들이 신사 참배를 거부한 죄로 고문당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신앙적 양심과 애국심을 포기할 수 없어서였다. 나도 그 길을 따라야 한다고 결심한 것이다.
--- p.96

한 여학생은 “교수님도 고등학생 때 연애해보셨어요?” 한다. 내가 윤동주 시인과 함께 공부한 100세 교수라고 소개됐을 때는 손뼉 치면서 함성을 질렀던 학생들이 지금은 나를 ‘좀 나이 많은 친구’로 보는 것 같았다. 덕분에 젊어진 기분이다. 그래서 선생은 한평생 학생들을 떠날 수 없다.
--- p.135

바로 언덕 아래에는 내가 즐겨 올려다보곤 하는 활엽수가 있다. 봄철이 되니까 잎사귀가 대부분 떨어져 있었다. 싹이 피기 위해서는 자리를 양보해야 하고, 낙엽이 되어서는 다른 나무들과 숲을 자라게 하는 비료가 돼야 한다. 모든 인생과 나도 그래야 하듯이….
--- p.167

지금의 나이가 되어 깨닫는 바가 있다. 내가 나를 위해서 한 일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공수래공수거’라는 말 그대로이다. 더불어 산 것은 행복을 남겼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니까. 이웃과 사회를 위해 베푼 사랑은 남아서 역사의 공간을 채워준다. 가장 소중한 것은 마음의 문을 열고 감사의 뜻을 나누며 사랑을 베푸는 일이다.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인생의 행복한 의무이다.
--- p.177

혈통을 밝히는 DNA 검사를 하듯이 스승과 제자의 정신과 인간적 인과를 밝히는 검사법이 개발된다면 교육계 4대에 걸친 내 직간접적인 제자의 수는 엄청날 것이다. 뉴질랜드 인구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교육자가 되기를 잘했다. 오래 살기도 잘한 것 같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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