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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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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정류장

: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버스 노선 106번과 사람 이야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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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46쪽 | 316g | 130*182*14mm
ISBN13 9791188969234
ISBN10 1188969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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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소리 내어 말하면 목구멍에서 소리가 웅웅 울려, 말을 끝낸 뒤에도 귓가에 소리가 길게 남았다. 이름부터가 싫었다. 자꾸 엄마를 데려가는 그 곳이 무서웠다. 글자 두 개에 이름만큼이나 크고 공허한 구덩이가 있어 소리치면 보이지도 않은 깊은 어둠 여기저기서 말소리가 자꾸 반복되는 것 같았다.
--- p.35, 「나와 엄마의 결혼식」 중에서

“그거 알아? 베토밴 교향곡 3번이 원래 나폴레옹 헌정곡이었다는 거. 원래 곡명은 ‘보나파르트’였대. 그런데 나폴레옹이 황제로 즉위했다는 소식을 듣자 베토벤은 배신감에 격분해서 표지를 찢어 버리고 제목을 ‘영웅’으로 바꿨어. 그야말로 자유와 저항으로 가득 차 있던 인간이었던 거야. 진정한 예술가였던 거지.”
--- p.84, 「다시, 학림」 중에서

사람들. 저기에도 사람들이 산다. 주현은 그 당연한 사실을 처음으로 낱말을 배운 아이처럼 연거푸 되뇌었다. 저곳의 모두가 노인처럼 기구한 사연을 지니지는 않을 테고, 저곳의 삶이 옳지 못한 일이라는 것은 분명했지만, 주현은 왠지 예전처럼 그곳을 향해 맹목적인 분노를 쏟아내기가 힘들었다.
--- p.128~129, 「보통의 삶」 중에서

내 청춘은 어디로 갔나. 봄이 무르익는다는 춘삼월의 어느 날, 나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따스한 날과는 어울리지 않는 우울을 곱씹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청춘과 맞바꾼 대단한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생각했는데, 지금 내 두 손에는 먼지 한 톨 남아 있지 않았다.
--- p.139~140, 「등산」 중에서

그날부터 나는 매주 토요일 천하장사를 하나 사놓고 그녀를 기다렸다. 그때만 해도 나는 어떤 종류의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렸는지 알지 못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건 다시 보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거란 걸, 그녀의 발길이 끊기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 p.175, 「토요일마다」 중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한동안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울타리처럼 엄마의 헌책들을 쌓아 두고 몇 날 며칠이고 잠을 잤다. 그사이 어지러운 꿈을 많이 꾸었다. 어딘가에 떨어지고 누군가에게 쫓기며 도망 다녔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때 키가 좀 자라 있었다.
--- p.204, 「견고한 세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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