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는 정부를 몹시 증오했다. 그 앞에서는 어떤 형태의 정부든 욕설의 대상이 되었다. 그의 욕설은 이베리아 반도 출신인 이주민의 서자로 태어나 권위라는 말만 들어도 따지고 드는 부친의 무정부주의적 속성을 물려받은 면도 없지 않았지만, 젊은 날의 기나긴 방황에서 야기된 자신의 도덕적 결함이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호감이 가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 p.10.pp.14-21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틀니를 꺼내 손수건으로 감쌌다. 그는 그 비극을 시작하게 만든 백인에게, 읍장에게 금을 찾는 노다지꾼에게 , 아니 아마존의 쳐녀성을 유린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낫칼로 쳐낸 긴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한 채 엘 이딜리오를 향해,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 연애 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 p.180---2-9---
수아르 족은 아니었지만 그들과 생활했기에 수아르 족이나 다름없던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그렇게 해서 마침내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그들은 만일 그가 백인인 노다지꾼에게 용감하게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준 다음 독화살로 끝장냈더라면 죽은 백인의 얼굴에 그 용기가 남아 누시뇨가 평온하게 눈을 감을 수 있었지만 총을 맞았기에 백인의 얼굴이 놀라움과 고통에 일그러져 저 세상으로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로 인해 누시뇨의 영혼의 눈이 먼 앵무새로 날아다니다 나뭇가지에 부딪치거나 잠이 든 보아뱀의 꿈자리를 사납게 만들어서 그들의 사냥을 방해할 것으로 믿고 있었다. 결국 그는 자신과 수아르 족의 명예를 더럽혔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친구 누시뇨에게 영원한 불행을 가져다 주고 말았던 것이다.
--- p.69
노인의 귀에 어떤 다급한 외침이 들려온 것은 손가락을 물고 늘어지는 새우들을 한 움큼 붙잡아서 물가로 빠져나오던 순간이었다.
"카누다! 카누가 떠내려 오고 있어!"
노인은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외침은 마을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지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시야가 트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자식이지? 미친놈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세찬 비가 몰아치는 날에 카누를 띄울 사람은 없어.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마을 쪽을 향해 시신경을 집중했다.
계속해서 다급한 외침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착장을 향해 뛰어가는 사람들의 형체가 어렴풋이나마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옷을 챙겨 입은 그는 오두막으로 되돌아갔고, 깡통을 내려놓자마자 비닐 우의를 쓰고 사람들이 몰려간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p. 92
노인은 잠이 없는 편이었다. 다섯 시간의 수면과 두 시간 정도의 낮잠 외의 나머지 시간은 주로 소설을 읽고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랑의 신비를 찾거나 무대가 되는 곳을 상상하며 보냈는데, 파리니 런던이니 제네바니 하는 지명이 나오면 그 도시들을 상상하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 p.89
노인은 상처입은 수컷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수컷은 눈꺼풀조차 들어올릴 힘도 없는지 인간의 손길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었다. 고통스런 짐승의 최후를 반기는 것은 늘 그렇듯 흰개미들이었다. 노인은 수컷의 가슴팍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며 중얼거렸다.
'친구, 미안하군. 그 빌어먹을 양키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놓고 만 거야.'
---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