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땅 그리고 바다 퇴직 후의 취미생활에 대해서
나는 50대에 이르기까지 어떤 특별한 특기를 갖지 못하고 그리고 뚜렷한 취미생활을 하지 못한 채 그냥 무덤덤하게 살아왔다. 술 담배를 못할 뿐만 아니라 장기, 바둑, 낚시, 테니스, 당구 등은 물론 서예, 회화, 악기 등도 전혀 할 줄 몰랐고 심지어 보통 사람들이 하는 간단한 못질이나 전기 소켓도 다루지 못하고 카메라는 언제나 A셔터(자동)만 사용하였다. 학창시절에도 배구, 축구, 탁구 등 구기 종목도 전혀 하지 못해서 항상 뒷전에 있어야 했다.
3인 이상이 모이면 으레 하는 고스톱도 못해서 언제나 열외가 되어 '고리'만 뜯었다. 술도 못하니 자연 술자리에도 어울리지 못했다. 또한 영화관에도 거의 가지 않았다. 그리고 슬픈 영화는 절대로 보지 않고 TV도 스포츠 이외에는 거의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어렸을 때 연애를 해 본 경험이 있느냐 하면 그것마저도 전혀 없다. 대학시절 미팅에 몇 번 갔는데 상대 여학생이 키가 작고 얼굴도 까만 나를 보고는 못마땅한 표정을 하면서 약속이 있다고 하고는 그냥 나가 버렸다.
나는 그동안 멍청하게 하늘만 쳐다보면서 어떤 즐거움이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냥 덤덤하게 살아온 것이다. 오로지 내가 한다는 것은 숨쉬기 운동과 얕은 산에 등산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무슨 재미로, 무슨 낙(樂)으로 살아 왔는지 알지 못하겠다. 너무나 무미건조하게 살아온 나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때 生의 가치가 전혀 없이 살아온 것 같았다.
취미생활을 하지 못했으니 돈이라도 많이 벌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처(妻)가 그럭저럭 저축한 돈으로 미달된 아파트에 당첨된 것이 유일하게 성공한 재테크라고 할까? 내가 시도한 것은 모두 실패했다. 아내로부터 '제발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도 하는데 일만 저질러 놓는다'고 핀잔만 들었다. 분당에 오피스텔을 하나 장만하려고 신청하여 당첨된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복이라고 분양회사가 부도가 나서 거금만 날렸다. 퇴직 6개월 전(04년), 신문에 크게 광고가 난 것에 현혹되어 공구상가를 구입하였으나 완전히 사기만 당했다.
이와 같이 무취미를 취미로 생활해 왔고 재테크는 하는 일마다 사고만 쳐서 이제부터는 조용히 지내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퇴직 후 즐길 만한 소일거리도 없이 지내면 생활의 리듬이 없어지고 나태해지면서 빨리 늙을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새로운 취미를 물색하여 도전을 했던 것이다.
나는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름대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주 1-2회 할 수 있어야 하며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것.
둘째, 경비가 적게 들며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
마지막으로, 가능하면 하늘(空), 땅(陸), 그리고 바다(海)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골고루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2항을 고려하고 세 번째 원칙을 적용해서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우선 陸軍(땅)으로 골프, 등산, 승마, 회화, 노래 및 악기 연주, 海軍(바다)으로 낚시, 스쿠버다이빙, 수상스키, 空軍(하늘)으로 경비행기, 패러글라이딩(패러 및 행글라이딩) 등이다. 그 중에서 육군으로는 승마, 악기 연주(색소폰), 해군으로는 스쿠버다이빙, 공군은 하늘을 날으는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있는데 本書에서는 이에 얽힌 재미있고 아름다운 추억(이야기)을 기술하였다.
무취미를 취미로 생각하면서 생활해 오다가 인위적으로 억지로 시작한 것이 이제는 어느덧 생활의 일부가 되어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까지 발전되었다. 내가 뒤늦게 시작하여 현재 심취해 있는 상기 종목들의 경비는 모두 합해도 골프의 1/3 수준으로 할 수 있고 70~80세까지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은 물론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분들께 한번 과감히 시도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단지 위험성이 다소 수반되기 때문에 시작하는 데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그러나 각종 안전수칙을 잘 지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많은 친구들과 선후배들로부터 그런 것을 하는 데 무섭거나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는데 조금은 무섭고 두렵지만 스릴이 있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해병대 출신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라면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훈련이라면 해병대를 지원하지 않았다며 타 軍보다 더 어려운 교육훈련을 받기 때문에 해병대를 지원했다고 자랑을 한다.
패러글라이딩, 승마, 스쿠버다이빙도 일반인이 좀처럼 접할 수 없으며 단단한 마음가짐과 각오가 없으면 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자랑스럽고 멋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승마(陸軍)는 50대 초반, 패러(空軍)는 50대 후반, 그리고 스쿠버다이빙(海軍)은 60대에 쎽작하여 많은 재미를 느끼고 있으며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그 동안 군대생활 2년 4개월(ROTC 8기, 중위), 공직생활 31년을 오로지 앞만 보면서 옆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바삐 살아왔다. 이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으므로 옆과 주변을 둘러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계속 취미생활을 하려고 한다.
본서가 새로운 스포츠에 도전하고 싶은 대학생, 회사원 그리고 회사나 공무원 생활을 한 후 퇴직하여 제2인생을 걸어가고 있는 분이나, 오랫동안 사업을 하여 심신이 피곤한 분들이 앞으로 젊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본 책자는 상기 스포츠에 대한 기본교재 혹은 기술을 향상시키도록 하기 위한 전문성이 있는 책이라기보다는 단지 필자가 즐기는 가운데 느낀 생각, 경험 그리고 뒷이야기를 간단히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재미있게 읽어 주시고 격려해 주시길 바랄 뿐이다.
끝으로 패러, 승마, 스쿠버다이빙에 취미를 붙게 해 주고 안전하고 보람 있게 즐길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우리나라 승마계의 원로이신 이삼열 교수님(前 연대의대 교수), 한국패러의 원용묵 팀장님, 한국외국어대학 이승룡 교수님 그리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교정을 해 주신 권태정 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30년간 부족한 나를 뒷바라지 해준 사랑하는 아내(박정재)와 아들 재호 가족(현정과 손녀 원지), 딸 문정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영원한 우리 신갈 라이더스 클럽, 한국 패러글라이딩, 스킨스쿠버 Zero G' 회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 광교산 기슭에서 최정수
'생략'
공교롭게도 이때 어렸을 때 꿈꾸었던 '승마'라는 세계에 몰입하게 되니, 더욱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뛰어넘을까 하는 도전 정신이 용솟음쳤다. 또한 그동안 일정한 틀과 카테고리, 즉 초·고·대 동창회, 군대 및 회사라는 한정된 범위와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기게 되었다. 결국 '위기를 찬스'로 생각하여 가시덤불이 많고 험준한 '장벽을 뛰어넘어' 제2인생을 새로이 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행히 그 후 연말(98년 12월)의 재심사로 복직을 하게 되어 다시 한번 재기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승마를 시작한(98년 9월) 이후, 50대 후반에 패러글라이딩(04년 5월), 60대에 스쿠버 다이빙(06년 6월)과 색소폰 연주(03년 1월)라고 하는 새로운 레포츠까지 영역을 넓히게 되었다. 이제는 더욱 마음의 여유를 갖고 멋있고 재미있게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즈음은 '역마차'의 존 웨인, '하이눈'의 게리 쿠퍼, '황야의 무법자'의 크린트 이스트우드, '벤허'의 찰톤 헤스톤과 같이 삼족오 깃발을 휘날리면서 저 넓은 만주 벌판과 몽골 초원을 마음껏 질주하는 꿈을 꾸면서 생활하고 있다.
- '장벽을 넘어서' 중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