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겸손은 제자도의 명백한 증표 가운데 하나다. 겸손은 자기 자신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면서 다른 사람의 행복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를 뜻한다. 겸손한 사람은 진심으로 이웃을 섬기면서도 항상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유머로 겸양을 표시한다. (중략)
나는 메노파 교회당이 서있는 언덕 밑에 살고 있는 한 가난한 이웃을 방문했다. 그녀는 “집에 돌아와 보니 트럭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고, 어떤 사람이 제 보일러 탱크에 기름을 채워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난방유 없이 지낸 지가 3일째였어요. 몹시 추웠죠. 저의 사정을 알고 있는 누군가의 배려였어요. 저는 난방유를 넣고 있는 사람에게 ‘값을 지불할 형편이 못됩니다’라고 말했죠. 그러자 그는 ‘괜찮습니다. 이미 값이 지불되었어요’라고 대답했어요”라고 말했다. (중략)
어느 날 저녁, 내가 익명의 자선가로 추측하고 있던 사람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나에게 차편을 제공했다. 그와 나는 라킹햄카운티를 가로질러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얼움이 얼어붙은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는 동안, 나는 불쑥 익명의 선한 사마리아인이 행한 여러 가지 선행에 관한 이야기를 끄집어 냈다. 그는 조용히 운전을 하면서 귀를 기울였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잠시 뜸을 들인 후에 “그 사람은 마지막 선행을 행하면서 단서를 남겼죠.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바른 결정을 하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를 흘끗 쳐다보는 순간, 그의 얼굴 위로 은은한 미소가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하지만 내가 틀릴 수도 있어요. 그 사람의 신원을 끝까지 모를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그래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자기 성찰에 집중하는 1차원 영성<br/>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복종하는 2차원 영성<br/>그러나 이것은 궁극적인 것이 아니다.<br/><br/><b>자신을 성찰하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그것을 삶 가운데서 이웃을 향해 실천하는 삶,<br/>그것이 궁극적인 영성, 3차원의 영성이다</b><br/><br/>영성을 주제로 한 이 책의 목적은 지나간 2000년의 역사에서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자아 사랑을 하나로 통합시킨 삶을 살았던 하나님의 사람들이 보여준 강인하고, 철저하고 끈기 있는 영성을 소개하는 데 있다. 저자는 자아를 발견하고, 하나님을 추구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삶을 하나로 매끄럽게 통합시킨 영성을 ‘삼차원의 영성’이라 일컫고 있다. <br/>3차원의 영성은 새로 발명된 것도 아니고, 어느 단체의 전유물도 아니다. 그것은 평화를 추구하는 단체만이 아니라 제자도, 공동체의 필요성, 예수님의 산상설교에 대한 복종, 섬김의 삶,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비폭력적 태도를 영적 생활의 핵심으로 간주하는 프로테스탄트 교회와 가톨릭 교회의 전통 안에 널리 퍼져 있다. <br/>저자는 지난 500년 동안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한결같이 자신들의 신념을 지켜오는 신앙 단체 가운데 하나인 아나뱁티스트의 외길 영성을 집중적으로 해부하여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그들은 예수님과 사도들의 혁명적 가르침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3차원의 영성을 추구해 왔다. 그들의 영성은 예수님을 따르는 삶, 신앙공동체에 대한 충성, 철저한 복종, 한결같은 겸손, 비폭력적인 태도, 섬기는 삶, 참된 증거라는 일곱 가지 삶의 원리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