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은 순수한 정신이야. 항상 순수한 정신을 간직해야 동서남북, 대지와 창공을 볼 수 있는 걸세. 만물은 순수하지. 만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걸세. 그림자까지 볼 수 있지. 그것이 바로 선이야. 그 어떤 것도 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해. 알겠나?"
"모르겠다는 것은 분명히 알겠습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며칠만에 처음으로 보는 미소였다.
"조지, 훌륭한 답변이야. 선의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네. 이제 제대로 알아들은 모양이군. 제발, 수행을 게을리 하지 말게나."
--- 19장.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다' 중에서
중국에서 종교적 부흥의 물결이 서서히 일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던 때였다. 오십 년 간 지속되던 폭압의 시대가 끝난 이후, 오래도록 억눌려왔던 종교적 염원들이 발아하기 시작했고, 곧 활짝 만개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종차이는 푸지의 재건을 통해 그 종교부흥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로서는 직접 뿌려야 할 씨앗이었다.
"진심이세요? 중국 정부가 사원을 가만 놔두겠습니까?"
"조지, 그건 상관없어. 사원을 다시 세우는 일은 내 업일세. 그들이 다시 부수고자 한다면, 그건 그들의 업이지……"
--- 7장. '첫번째 점괘' 중에서
종차이는 시신을 남겨두고, 사람들이 뜯어먹어 풀 한 포기 남아 있지 않는 언덕을 올라갔다. 길 가장자리에 퉁퉁 부은 시체들로 가득한 마차 하나가 진흙 속에 처박혀 있었다. 다리가 잘린 시체들의 상처 깊숙이 파리와 구더기가 들끓었다. 간과 콩팥, 심장도 텅 비어 있었다. 죽어 가는 자들이 이미 죽은 송장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조지, 난 비명을 질렀지."
--- 4장. '터널' 중에서
……1959년 겨울, 노약자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봄이 왔을 무렵, 이천 오백만 명이 굶주림에 허덕이게 되었다. ……이런 사태를 통제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공포였다. 사람들의 귀와 혀가 잘려졌고, 눈알이 뽑혀졌으며 농부들은 총살이나 교살 또는 생매장되기도 했다.
--- 3장. '외눈박이 부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