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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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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달리기

: 중년의 철학자가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와 성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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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42g | 142*210*20mm
ISBN13 9791192300320
ISBN10 11923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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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달리기는 노년에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노년을 향해 뛰는 것이다. 위기가 아니라 삶에서 마땅히 다다를 곳에 왔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장거리 달리기의 자유는 나이의 자유이다. 또, 그래서 장거리 달리기는 젊음의 자유를 되찾기보다는 처음으로 전혀 새로운 종류의 자유를 찾는 것이다.
---「노년을 향해 뛴다」중에서

말은 사유의 안티테제antithesis(기존 명제에 반대하는 명제─옮긴이)이다. 그래서 나는 말하지 않는 개와 달린다. 개들이 하는 역할은 많다. 리듬을 증폭시키고, 본질을 향상시켜 달리기를 더 풍부하게 한다. 나의 심장박동은 함께 달리는 개의 심장박동으로 인해 더 증폭되고, 나의 폐활량도 개의 폐활량으로 인해 더 증대된다. 쿵쿵대는 내 보폭은 개들의 타닥타닥 경쾌한 발걸음과 찰랑찰랑 방울 소리로 인해 더 넓어지고 빨라진다. 이것이 달리기의 심장박동이며, 이것은 내 속이 아닌 밖에서 뛰는 심장이다. 달리기가 제대로 될 때 나는 이 뛰는 심장 속에서 사라진다. 생각이 멈추고 사유가 시작되는 이 지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진정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다. 그저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이 움직임이 달리기로 전환되는 순간, 그때가 바로 사유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개와 달린다」중에서

언덕을 달리는 것은 특별한 종류의 놀이였다. 그리고 이 놀이가 전통적 의미의 즐거움과 얼마나 관계가 없는지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놀이는 즐거움이 아닌 강한 고통을 수반한다. 또한, 이 놀이는 달리기의 심장 속에서 춤추는 사유에 의해 피할 수 있는 고문도 아니었다. 그때 언덕을 달리던 것은 인내의 놀이이자 내가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내는 놀이였다. 나는 항상 어제 했던 것처럼 오늘도 할 수 있을까를 알아보려고 언덕을 달렸다. 어떤 방식으로든 언덕과 한번 맞장을 떠 보는 것이 놀이 속 놀이의 핵심이었다. 그것은 앎의 놀이였다. 가끔은 최소한 이런 종류의 앎도 달리기의 일부이다.
---「언덕을 전력 질주하는 즐거움」중에서

나는 아이와 개는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어른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들을 위해 모래성을 쌓는 것은 일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힘겹게 쌓은 모래성을 부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기 때문에 놀이가 된다. 모래성이 수천 번의 배치기에 사라질 때보다 더 확실하게 일보다 놀이가 가치 있는 때는 없을 것 같다. 그 활동에는 환희가 따른다. 결과가 아닌 활동 그 자체, 목표가 아닌 행동 그 자체에 온몸을 맡기는 환희 말이다. 아마 나는 더 이상 이 놀이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 환희를 보고 느낄 수 있다. 아프리카를 향해 넘실대는 바다에 울려 퍼지는 환희를 들을 수 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나는 볼 수 있다. 한때 병든 늑대와 함께 앉아 겨울의 태양과 함께 소리 없이 생명이 지는 것을 느끼던 바로 그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우리가 있다.
---「환희는 삶의 메아리를 타고 반복된다」중에서

그럼에도 내가 쫓겨난 것이 잠시나마 무효화되는 것을 느끼는 때도 있다. 한때 슐리크는 ‘삶의 의미는 젊음’이라고 썼다. 그러나 여기에서 젊음은 시간적인 문제, 즉 생물학적 나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얼굴에 주름이 생겼다고 해서 젊음의 정원에서 쫓겨나는 것이 아니다. 젊음은 행동이 놀이가 되는 곳마다 존재한다. 젊음은 다른 어떤 것을 위해서가 아닌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행동을 하는 곳마다 존재한다. 젊음은 목표가 아닌 행위 자체에 혼신을 다하는 곳마다 존재한다. 환희는 본질적 삶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기에 이런 열정과 함께 환희가 온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석호로 되돌아가는 삶이다. 그리고 현세를 구원하는 것은 방법만 안다면 보일, 그 속에 있는 본질적 가치이다.
---「내 삶에 젊음을 복원하는 법」중에서

망치는 못을 박기 위한 것이고, 무언가를 고정하기 위한 것이며, 집을 더 견고하게 하고, 폭풍우에 대비하는 것은 모두 현존재가 살 수 있게 하는 수단이다. 가치는 목적에서 유래하며, 바로 여기가 목적의 종착지이다. 만약 우리가 이 모델을 채택하여 삶의 의미를 정의하는 데 사용한다면 동어 반복의 덫에 갇힐 것이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대답은 ‘삶’으로 되돌아온다.

외부에 목적이 있는 것은 어떤 것도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게 하는 후보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목적을 따라 논리적 결론을 내려 가다 보면 계속해서 삶이 나타날 뿐이기 때문이다. 동어 반복의 쳇바퀴를 빠져나가는 유일한 길은 내가 아는 한 그 목적의 사슬이 끝나는 활동을 찾는 것이다. 삶의 가치, 즉 삶의 의미의 후보가 될 수 있는 것을 찾고자 한다면, 목적이 없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달리 말해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외부에 목적이 없어야 하고, 다른 것의 수단으로는 소용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소용이 없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치의 필수 조건이다. 만약 무언가의 가치가 다른 어떤 것을 위한 유용성의 문제라면, 가치가 있는 것은 바로 그 다른 어떤 것이 된다.
---「42.195킬로미터, 삶의 의미와 목적이 멈추는 곳」중에서

행복을 다른 것으로서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를 원하는 본질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행복이 본질적으로 가치 있다는 주장은 보편적인 정도가 아니라 거의 범세계적으로, 최소한 철학자들 사이에서는 당연시되는 견해이다. 일견 그럴싸해 보인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기에 돈을 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행복으로 무엇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은 다른 이유는 없이 그저 행복해지고 싶어서 행복을 원한다. 바로 이곳이 의미나 목적이 멈추는 곳이다. 따라서 행복은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것이라야 한다.
---「쾌락과 환희와 행복 사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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