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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페이크에 속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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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페이크에 속는가?

: 진화심리학으로 살펴본 거짓 정보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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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28*188*15mm
ISBN13 97911877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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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 사회와 같은 협력 집단에서는 ‘정보의 공유화’가 일어나기 쉽다. 집단의 각 구성원은 집단을 위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변에 알리고, 들은 사람도 ‘도움이 되는 정보’라고 생각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독자 중에도 친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친구가 들려주었다는 사실은 잊어버리고, 그 친구에게 다시 전달해 민망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누구에게 들은 정보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그 기억을 유지하는 구조가 없다. 협력 집단에서는 유효한 정보 공유가 이상적이었으므로 이에 따라 우리의 인지구조가 효율적으로 진화한 것이다.
인간은 이미 협력을 위한 준비가 대부분 태아기에 갖춰진 채로 태어난다. 망아지는 태어난 지 두 시간 정도 지나면 달릴 수 있다(그러지 못하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힌다). 망아지는 달릴 준비가 되어 태어나는 것처럼 인간은 타인과 협력할 수 있게 되면 태어난다.
--- p.69-70

자신은 그저 ‘할 수 있는 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증상은 ‘임포스터impostor(사기꾼) 현상’으로 불리며, 언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가면이 벗겨질까 전전긍긍하며 불안해한다. 사실은 ‘가능성 있는 사람’인데도 스스로를 의심한다. (중략) 임포스터 현상은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대개 ‘겸손의 미덕’으로 비친다. 겸손의 미덕은 능력이 좋은 사람이 집단 분위기를 흐리지 않으려 애써 못하는 척하는 모종의 자기기만이다. ‘할 수 있는 사람’인데도 ‘못하는 척’한다면 그다지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지만, 잘못된 자기기만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못하는 척’이 ‘진짜 못한다’라는 인식으로 바뀌면서 임포스터 현상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긍정의 기만이 무의식적으로 긍정을 확대시키면 실력 없는 나르시시스트가 될 우려가 있다. 그 반대로 ‘겸손의 미덕’이라는 자기부정의 기만이 무의식적으로 세뇌되고 확대되면 임포스터가 될 위험이 있다. 어느 쪽이든 적당한 자기기만이 중요하다.
--- p.133-134

SNS는 현대적 소통의 장이며, 현대인들의 안심하고 싶은 감정과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이 되고 있다. ‘좋아요’를 많이 받거나 많은 팔로워가 생기면, 정보 발신에 따른 자기긍정감이 높아진다. 그런데 아무리 숫자가 늘어나도 협력 집단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인정받은 것 같아 승인 욕구가 일시적으로 해소될 뿐이다.
기존의 미디어도 인정받고 싶은 정치인과 전문가들의 페이크 발언을 보도해왔다. 하물며 일반 시민들이 거리낌 없이 참여 가능한 현대의 정보 미디어에서 이러한 페이크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므로 정보의 출처를 찾아보고 거기에 자기어필이나 인정 욕구가 숨어 있지 않은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 정보를 발신하는 경우에는 정밀하게 분석한 후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표현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 p.140

한창 난폭운전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몇 년 전, 심각한 악플 사건이 일어났다. 이 일의 배경은 한 운전자가 난폭운전을 한 후, 실제로 폭력을 휘두른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모습의 일부가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에 녹화되었는데, 중년 남성으로 보이는 난폭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린 후 피해자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더욱 문제가 된 이유는 가해자와 일행으로 추측되는 한 여성이 폭행을 말리지 않고 태연하게 휴대폰으로 폭행 장면을 촬영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화살은 젊은 여성에게로 돌아갔다. 폭력 사건이 보도된 후 그 여성과 비슷하게 생긴 다른 사람의 신상 정보가 SNS에 유출되었고 그녀에 관한 수많은 악플이 달렸다. 이 사건은 페이크가 ‘정보 폭력’으로 번지는 사태를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는 사실무근인 비방에 대해 법적 조치가 마련되었다. 처음 SNS에 올라온 사진이 블랙박스에 담긴 여성과 ‘비슷한 것 같다’는 단순한 억측이 점점 ‘저 사람이 맞다’는 확신으로 변하고, 네티즌 수사대가 그 여성의 이름과 집 주소, 직장까지 파헤쳤다. 때로는 악의가 아닌 정의감에 넘친 행동이 결과적으로 페이크를 생산하고 확산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사태는 페이크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p.177-179

인터넷 악플은 집단의 규칙을 위반한 데서 비롯된 사형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마녀사냥과 같이 옛날부터 관찰된 보편적인 행동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행동경제학의 연구 대상이자 인간의 심리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형을 집행하는 종교 집단이나 연합군과 같은 협력 집단은 일반적으로 굉장히 밀접한 인간관계를 배경으로 하는 반면, 인터넷에서는 이상하게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집단은 드물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인터넷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상상의 협력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의견이 높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 악플 테러를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가까운 집단에서 협력 활동을 하는 경험이 드물어 인터넷상에서 정의감을 표출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인터넷상에서 ‘범인 찾기’에 매진함으로써 가공의 협력 집단에서 인정받았다는 ‘승인 욕구’가 충족되는 착각이 일어나는 것이다.
--- p.182-183

우리는 언어의 전제조건에 조금 더 민감해야 한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 한 연구자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당장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두 달 뒤 하루에 수천 명의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 예측했다. 나는 그 연구자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이야기한 것이므로 그 안에 어느 정도 대책안도 강구될 것이라 예상하고, 실제로는 연구자가 말한 정도의 감염률이 나타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달 뒤 확진자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확진자 수가 별로 늘지 않자 그 연구자는 ‘사회의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라 지탄받았다. (중략)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려면 예측에 실패한 사람을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사람이라고 비방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연구자를 비판하는 행동은 일시적으로 사고의 혼란은 잠재울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잘못된 행동이다. 따지고 보면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세상에는 불확실한 일들이 많기 때문에 반신반의하는 상태이더라도 일단 시도하고 도전해봐야 한다. 만약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행동할 수 없다면, 행동을 위해 불확실한 사실을 확실하다고 믿어버릴 수 있다. 이러한 심리가 페이크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미디어를 통해서 불특정 다수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오늘날, 우선 오해가 생기지 않는 언어 활동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 p.192-194

집단 중심의 일본에서는 누구와 타협하면 더 이익이 될지 판단하는 정치적 사고는 기를 수 있지만, 낯선 사람을 어느 정도 신뢰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힘은 약해지고 있다(앞에서 언급한 야마기시의 지적). 또한 페이크를 간파하는 능력도 약하다. 일본은 집단의 논리에서 파생된 페이크가 횡행하기 쉬운 사회다. 단적인 예로 일본 기업의 유통기한과 품질검사 조작, 정부 관료의 조사 자료와 회의록 조작이 있다. 집단 중심 사회에서는 공공의 규칙보다 소속 집단의 규칙이 우선시되기 쉽다.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다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전통적으로 이러한 방식을 고수했다”라는 말을 들으면 굳이 바꾸려고 나서지 않는다. 이는 마피아가 조직 내에서 법보다 폭력행위를 정의롭게 느끼는 현상과 비슷하다.
--- p.22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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