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아파서
분위기를 조지는
나는야 후레 며느리
새아가야 괜찮니
손가락 발가락 스무 번 피 볼 기세
새벽 네시 들려오는 도마 소리가
귓방망이를 후려치고
전은 액체괴물
조지고 지져도 끝이 없네
왜 엄마는 시댁 가서 체하는 것까지 물려줬어
니가 가서 많이 먹으니까 그렇지
잘 먹는지 못 먹는지 입구녕 감시에
소화제 및 볼펜형 사혈침 필수 지참
알고 보니 전국적 발병률이 높은 며느리의 체기
--- 「후레 며느리」 중에서

쿠팡에서 뭐 사야 하더라
찰토마토 2kg
쓱에서 뭐 사야 하더라
굿밀크, 노브랜드 파스타면
다이소에서 살 거 있었는데
아, 뭐였더라 뭐였지
--- 「시를 쓰기 위한 명상」 중에서

오늘 남편도 같이 온다더니
왜 안 왔어?
거래가 있어 다섯 시에
바테이블이랑 바체어 오만원에 팔려고
신혼 감성 유효 기간이 만료되었거든

오빠, 쿨거래 했어?
연락이 없네

당산역 있는 당산이요?
제가 당산까지는 못 가는데
안될 것 같아요 죄송해요
가까운 영등포인 줄 알았어요
제가 노량진이라 차도 빌리는 거라
죄송합니다

죄송하긴요,
당산 사는 제 잘못이지요
라곤 못했지만
소심하게 떨어뜨리는 매너 온도
오만원 벌기 힘드네
--- 「당근 마켓」 중에서

양팔과 머리칼이 청량한 야자수 되고
머금은 에이드가 풀장 되기를

좌심실 우심방에 체크인
붉은 디럭스 룸에서
계절의 맥박에 올라타 뛰고 싶어

지문의 미로 공원 돌다가
벅차도록 손끝 절벽 다이빙

포근한 입술로 모여드는
파도의 포말에 안겨
서핑을 해야지

웅장한 로비 같은 허벅지 대리석
혀를 타고 흐르는
실핏줄의 곡선에서
뜨거워진 세포들을 여름날에 살게
--- 「그래서 나는 여름이 되고 싶어」 중에서

우린 입술의 모양이
잘 맞는 거 같아
크기가 딱 맞아
물고 있기 좋아

같은 입술에
사귀기로 하고
같은 입술이
결혼하자 하고
같은 입술로
밥을 지어 먹고
같은 입술은
잠꼬대를 하고

서로의 입술을 예뻐하며
살기로 했어
간지러워 못하는 얘기도
속삭이기로 했어
나중에 뽀얀 얼굴 양 볼에
입 맞추기로 했어

모든 것은 방(room)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 시대. 우리는 방에 머뭅니다. 방에서의 생활, 곧 일상은 생각을 달리 하면 또 하나의 여행이 됩니다. 여기, 방(room)에서 시작된 재미있는 여행이 있습니다. 이 여행은 여행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詩)이기도 하면서 아니기도 하죠.<br/><br/>우리를 방구석에서 건져 올려 여행을 떠나게 만들어 준 천지혜 작가는 네이버 웹소설 『블러셔와 컨실러』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금혼령, 조선혼인금지령』, 『나의 수컷 강아지』, 『꽃미남을 빌려드립니다』, 그리고 최근작 『밀당의 요정』까지 연재하며 웹소설 계를 종횡무진하고 있습니다. 인기리에 연재를 마친 『금혼령, 조선혼인금지령』은 웹툰화 되어 네이버 금요 웹툰에 절찬 연재 중이며 곧 드라마화 될 예정입니다.<br/><br/>천지혜 작가가 출판사 방을 통해 한 번도 들려 주지 않았던 자신의 신혼 생활 이야기가 담긴 비밀스러운 방으로 초대합니다. 우리는 그녀의 방에서 생겨난 이야기를 따라 여행이 아닌 여행을 합니다. 시가 아닌 시를 읽습니다. 웃고 울고 즐거워하며 노여워하다가 여행을 마칩니다. 책을 덮습니다. 그것이 여행 실종 시대에 출판사 방과 천지혜 작가가 제안하는 대안적인 여행입니다. 출판사 방과 천지혜 작가가 만나 선보이는 신작을 소개합니다. 『이 詩국에 방구석 신혼여행』.<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