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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0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80g | 125*205*12mm
ISBN13 9791196517182
ISBN10 1196517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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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학교 때 영화 잡지를 정기구독하기 시작했고(『스크린』이었다) 고등학교 때 『키노』를 봤다.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했고 과 사람들에게 [이지 라이더]가 인생 영화라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인생 영화는커녕 한 번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
--- p.14

시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 나는 이성복과 황지우, 박남철, 이준규, 황병승 등의 시를 다시 볼 자신이 없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괜찮아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 p.41

남한의 모든 시는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로 통한다. 방금 한 말은 거짓이다. 사실 시는 다른 많은 문창과나 예고로 통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파멸과 광기와 진실로 이어지는 길이다. 사실 나는 등단을 위해 글을 쓰기 전까지 서울예대에 문창과가 있는지도 몰랐다.
--- p.50

학교를 졸업하고 등단에 대한 희망이 거의 사라졌을 때도 시는 꾸준히 썼다.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에는 24시간 카페에 가서 꾸벅꾸벅 졸면서 책을 읽고 시를 썼다. 테라스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우스꽝스럽고 감상적인 생각에 빠졌고 카페 직원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커피 사이즈를 업그레이드해줬다. 그 시절의 나는 문학 말고 아무것도 기댈 게 없었다. 위대한 작품을 쓰는 것만이 살아 있는 유일한 목적이었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시를 썼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 p.53

진지함이란 시를 포함한 예술들이 살아남는 최고의 전략이다. 가벼운 글을 쓰는 작가라 할지라도 어딘가에선(인터뷰나 SNS?)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프랭크 오하라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말했을 뿐이다.
--- pp.65-66

영화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격정적이든 간에, 세계는 영화보다 더 거대하고 어마어마하게 중요하다.
--- p.136

벤 러너가 진행한 『파리 리뷰』의 인터뷰에서 아일린 마일스는 말했다. 나는 절대 시를 소리 내서 읽지 않는다. 나는 내 목소리를 좋아하지 않고 내 시는 내 안의 어떤 목소리가 쓴 것이지만 내 실제 목소리가 쓴 것은 아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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