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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28*188*20mm
ISBN13 9791191652543
ISBN10 119165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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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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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장애는 나와 무관한 이야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차피 내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나 반드시 닥칠 미래라면 다르다. 아픈 곳을 수술 후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해질 수 있고,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사고 없는 삶을 살았다 해도 시력과 청력이 감퇴하는 등 누구나 노화의 과정을 겪는다. 결국 우리 모두 생에 한 번은 장애를 안고 살다 죽음을 맞이한다.
--- p.14

어릴 적부터 내가 본 장애인의 직업은 늘 정해져 있었다. 주로 공공 기관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거나 공장에서 물건을 만든다. 나라의 지원으로 일하고 싶은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기는 하다. 대표적으로 바리스타 자격증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스타벅스나 동네 예쁜 카페에서 일하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거다. 바리스타가 된 많은 장애인은 복지관 1층 커피숍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 p.18

한 인터뷰에서 “다른 비보이들이 넘어지면 웃을 수도 있겠는데, 제가 넘어지면 관객 입장에서 난감할 것 같다”라는 얘기를 했었다. 나는 공연하는 나를 보는 많은 시선들이 진지하다고 느꼈다. 외다리인 나는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많은 박수와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단한 장애인이 춤을 춘다’라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p.45

극장은 내게 두 시간의 마법이 이뤄지는 공간이었다. 한없는 어둠이 내려앉고 온갖 영화적 상상이 펼쳐진 뒤, 극장을 나오면 세상은 마치 이전에 볼 수 없던 밝은 세계로 바뀌어 있을 것 같았다. 달라진 것이 없고 아무도 변화를 못 느낀다고 하더라도 나만이 느끼는 세상의 변화가 있었다.
--- p.76

스무 살이 되기 전 나는 어른들의 삶이 너무 궁금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먹고 살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일자리가 넓지 않아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농아인에게 제일 어려운 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사실 원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일이든 농아인은 쉽게 구하지 못한다.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박람회에서 농아인 직업 중 소리와 관련된 직업은 없었다. 몸 관련 직업만 많았다.
--- p.100

살아가면서 ‘곧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될 것이니 주의하라!’고 미리 알림을 받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누가 어떻게 갖게 될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함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그것이 장애라고 생각한다.
--- p.116

다른 농인들과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우리는 바닷속에서 수어로 소통했다. 본인의 안전이나 감정은 기본이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수다 수준의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었다. 수면 위에선 농인만의 언어인 수어가 물속에 들어가면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함께 사용하는 언어였다. 환경에 따라 언어의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는 그렇게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것을 부지불식간에 깨달았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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