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 네가 있어도 외로워
생각해보면, 내가 이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내 상황을 제일 잘 아는 건 나다. 그런 내가 답이 없는데 생판 남이 그걸 갖고 있을 리 없다. 갖고 있다 해도 상대의 상황에 제대로 귀 기울일 자세가 안 돼 있을 때가 많았다. 내가 원하는 답은 따로 정해져 있었다. 나는 대체 뭘 바란 걸까. 각자 고민만으로도 힘겨운데 내 어려움까지 똑같이 느끼고 이입해 달라는 건 대체 무슨 욕심인가. 친구가 독심술사도 아닌데 내가 원하는 리액션을 안 해준다고 섭섭해하는 건 가당키나 한 말인가.
---「힘내라는 폭언」중에서
밖으로 끄집어내지 않으면 진짜 자아는 자기 자신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위로해줄 수 없다.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에는 절대 부합할 수 없는 찌질한 자아는 그렇게 위로받을 기회도 차단당한 채 마음속에 웅크리기 시작한다. 쿨하고 자신만만하고 온화한 내 가짜 자아에 치여서 여기저기 멍들고 곪아버리게 된다. 남 헐뜯기 좋아하는 사회에서 이를 절대 들키지 않고, 제대로 치유하는 방법은 단 하나. 내가 스스로 돌보는 거다.
---「유출되면 큰일나는 일기 쓰기」중에서
사랑 - 그런 게 어딨어
나는 상대의 취향을 꼬치꼬치 조사하던 버릇을 최대한 버렸다. 이 디지털 영상 시대에 책 좀 안 읽으면 어떤가. 나도 뭐 그렇게 책을 열심히 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벤저스]가 인생을 바꾼 영화라고 하면 어떻고, 김치찌개는 매워서 못 먹는다고 한들 어떤가. 어차피,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없다.
또 혼자인들 어떤가. 어차피, 완벽하게 맞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취향의 함정」중에서
그 어떤 길을 택해도 불안하지 않은 삶은 없다. 그렇다면 이 불안과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를 도모하는 게 발전적이지 않을까. 해도 불안, 안 해도 불안인 게 결혼이라면 굳이 급하게 선택하지 말고 불안을 잘 다스리는 능력부터 키워야 한다. 그게 정답 아니겠나.
---「결혼하면 다 해결돼」중에서
회사 - 믿으면 큰일나
일반 인간관계에도 이를 권하진 않겠다. 연애도 우정도 뜨거운 게 좋다. 다만 직장에서의 롱런을 위해선 버라이어티한 내일을 대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주위 사람들은 우리 눈에 보이는 거리보다 더 가까이 있다.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잠깐만 방심하면, 추돌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 직장에서의 추돌 사고는 보험 처리도 쉽지 않다.
---「회사에 영원한 친구는 없다」중에서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가장 효율적인 노후 대책은, ‘난 안 늙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난 평생 젊을 거라는 착각이다. 그래서 미리 불안해하지 않고, 쓸데없이 걱정만 하지 말고, 하루하루 즐겁게 살다보면 또 나름의 노후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즐겁게 사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성공의 기회도 분명 있다. 당장 라스베이거스로 달려가서 재산을 탕진하라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노후 걱정만 하면서 당장의 젊음을 내다버리는 것도 바보 같은 일이다.
---「혼자서 맞이하는 노후」중에서
독립 - 판타지는 저리 치워
냉장고에 생수를 잔뜩 사다놨는데 뚜껑을 못 열어서 못 마시는 상황. 예쁜 원피스를 사고도 결국 바지로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 참치 캔 뚜껑을 못 열어서 캔 통째로 덩그러니 식탁 위에 올려놓고 밥만 먹는 상황. 시트콤 같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절망적인 무력감이 덮치는 상황이다. 언젠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어느 날 갑자기 결혼을 선언한다면, 그건 내가 병뚜껑을 따면서 원피스를 입어야 할 일이 생겼다는 증거라고.
---「혼자가 무너지는 사소한 순간」중에서
물론, 쉬는 날 눈뜨자마자 씻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전날 밤 늦도록 화끈하게 놀았다면 더욱 그렇다. 늘 잠이 모자란 사회 초년생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떡진 머리에 개기름 좔좔 흘리며 오후 4시에 일어나는 것과 8~9시에라도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다시 낮잠을 자서 오후 4시에 일어나는 건 굉장히 다르다.
---「일요일 아침엔 샤워를 하자」중에서
고독 - 기꺼이 품에 안고
어차피 우린 모두 혼자다. 실생활에서도 혼자인데, SNS에서는 아닐 리 만무하다. SNS는 다 가짜야, 라고 비웃는 건 SNS 바깥 어딘가에 진짜가 있다고 믿는 순진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진짜는 있다. 그렇지만 가짜가 없지도 않다. ‘나야 잘 지내지’, ‘어머, 너 예뻐졌다’가 엄지 손가락으로 누르는 ‘좋아요’와 다를 게 뭐가 있나. 가짜라며 도망칠 필요는 없다. 난 그런 거 안 해, 가 그다지 쿨할 것도 없다. 어차피 우린 SNS 밖에서도 쿨하지 못하다.
---「페북 ‘좋아요’가 내게 미치는 영향」중에서
특히 잠들기 전 보고, 듣고, 생각하는 건 나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다음 날 일어날 일에 대해 걱정하기 바쁘다면 그건 스트레스가 심각한 거다. 누군가가 자꾸 생각난다면,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다. 그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진짜 자기가 하고픈 일인 거다. 자기 직전 잠깐이라도 진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 그런 나를 위한 곳이 있다는 것, 그걸 놓치면 내 자신은 어쩌면 ‘세상만을 위한’ 내가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
---「진짜 내 공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