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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밥은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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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밥은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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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42g | 145*210*20mm
ISBN13 9791196393106
ISBN10 119639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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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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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자연의 아이였을 뿐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의 지명은 전라남도 곡성이지만 내 고향은 곡성이라기보다 자연이다. 내게 먹을 것을 끊임없이 내보내준 흙과 물과 공기와 햇빛과 별빛과 새소리와 꽃향기……. 그것들이 나를 키웠다. 그것은 경상도 봉화에서 태어난 이도 그럴 것이고 삼천포에서 태어난 이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다만 하루하루 밤과 낮을 보내면서 자연이 준 먹거리를 먹으며 산다. 봉화사람은 봉화가 키운 게 아니고 봉화의 자연이 키웠다. 곡성 사람인 나도 그렇다. 나는 다만 자연의 아이였을 뿐이다. 자연의 아이들은 비 오면 비 온다고 가슴 설레고, 해 나면 해 난다고, 밤 되면 밤 온다고 혼자 가슴 두근거리게 되어 있다. 그것이 그렇다.--- p.11

-인생의 쓴맛을 달래주는 머구
인생사 버거울 때 우리는 그래서 목구멍을 치받고 올라오는 체기 같은 울음도 ‘얼릉얼릉’ 꿀꺽꿀꺽 삼켜버릴 줄 알게 되었다. 된장에 무친 머구 삼키듯이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쓴내보다 더 비릿한 인생의 풋내 때문에 몸을 떨어야 할 일이 오게 되고야 말 것을 알기 때문에.
(33쪽)
-조금이라도 먹어줘야 덜 미안한 죽순
나중에 도회지에 와서야 나는 죽순이 고급 음식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하긴 예전에 우리가 하찮게 여겼던 것들이 웰빙 바람을 타고 고급 대접 받는 게 꽤 있다. 다슬기가 그렇고 메밀묵이 그렇고 호박이 그렇고……. 어디 음식들뿐이랴. 우리는 그때 살기 싫어도 할 수 없이 살았던 흙집도 그렇고, 나무 때는 아궁이도 그렇고, 그렇게도 입기 싫었던 무명옷도 그렇고……. 나는 예전에 우리가 그렇게 귀한지 모르고 그냥 우리와 함께 살았던 그것들, 나를 살렸던 그것들한테 미안해졌다. 미안해지면서 또 야속해졌다. 내가 귀하게 여기고 싶지 않아서 귀하게 여기지 않은 게 아니었다는 걸 그것들을 정말 몰랐던 것일까.--- p.64

-힘들어도 내게는 초록이 있다.
나는 온 가을을 무, 배추와 함께 산다. 학교 갔다와서 가는 곳은 언제나 무, 배추밭이다. 밭에 할 일이 없어도 간다. 나는 가을 무, 배추밭이 좋다. 메밀이 누르스름하게 익어가는 소슬한 산언덕 밭. 보랏빛 씀바귀꽃이 수풀 속에서 호젓하게 피어 있는 그 가을 산언덕에 나는 간다. 활짝 꽃 피우기 전 물기 가득 머금은 듯한 억새, 온 세상이 단풍으로 물들기 직전 수풀들의 초록은 너무나 투명하다. 너무 투명해서 또 너무 고요하다. 봄날의 초록은 아직 세상을 안 살아본 초록이고 여름 수풀의 초록은 결코 그 투명해서 고요한 '경지'가 없이 은성스러웠다. 나는 바로 그 투명한 고요를 찾아 산언덕 밭으로 가는 것이다. 거기서 보는 무, 배추밭이 발산하는 초록의 아름다움에 내 어린 가슴은 설렌다.--- p.229

고구마는 추석 무렵이나 되어야 제법 튼실해지고 단맛도 배어들어서 추석에 많은 음식을 장만할 형편이 못 되는 집들은 끝물 옥수수와 첫물 고구마를 추석 음식으로 내어놓기도 했다. 옥수수는 끝물이라 아쉬운 마음이 들어 맛있고, 첫물 고구마는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향기가 정말 달콤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첫물 고구마의 향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리고 그 맛은 또 어떻다고 말해야 할까. 햅쌀 햇밤 햇대추가 그렇듯이, 햇고구마는 그냥 고구마가 아니라 거의 축복이다. 자연의 축복! 그러니 따로 이것저것 추석 음식을 장만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튼실한 옥수수와 뽀오얀 고구마를 삶아 집에서 가장 예쁜 바구니에 정갈히 담아 내놓을 때, 식구들은 그 음식들에 절로 경배를 드리고 싶어했던 것이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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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몸에 좋은 것만 찾는 세상 참 얄밉다"라며 먹거리의 근원은 살필 생각도 않고 입에 좋은 것만 찾는 세태에 함께 공감한다.
"흙냄새가 물씬 나는 우리 먹거리의 근본에 관한 이야기다. 가공되기 이전 흙냄새를 그냥 묻히고 있는 음식 하나하나마다 다른 내력, 그 소박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의 매력 때문일 듯하다"
- 박완서 (소설가,『못 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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