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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중고도서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 손미나의 파리지앵으로 살아보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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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630g | 153*195*30mm
ISBN13 9788901156514
ISBN10 890115651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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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땅히 이삿짐이라 부를 만한 것도 없었다. 고작해야 얼마 안 되는 옷가지와 읽고 싶은 책들에 불과했으니. 인생의 한 고비를 넘는 동안 배운 것이 있었다. 많이 버릴수록 삶은 가벼워지고 자유는 커진다는 것.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진정한 행복을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뜻대로 암기가 잘 안 될 때면 변덕스런 날씨와 매일 한 번씩 가슴에 비수를 꽂는 불친절한 웨이터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죄 없는 6천만 프랑스 사람들을 성격 파탄자로 몰아가는 혼잣말을 내뱉곤 했다. 당장 때려쳐 버릴까? 대체 이 나이에 뭘 어쩌겠다고 다시 이런 공부를 시작한 걸까? 까짓 불어 좀 못해도 얼마든지 잘살 수 있는데 왜 사서 이 고생을 하고 있지? ---「실비안의 프랑스어 연극 수업」 중에서

자유 연애와 동거가 문화적, 법률적으로 허용되고 다른 나라에 비해 여성의 성이 개방되어 있는 프랑스 사회를 두고 혹자들은 문란하다 손가락질을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다만 사랑 역시 세상만사처럼 끝이 있고 변할 수 있으며,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사랑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언제든 끝날 수 있기에, 언제든 내 애인이 변심할 수 있기에 더욱 열렬히, 현재 진행형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다. ---「오세안, 그 드거운 프랑스식 사랑」

파리는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예쁘기만 한 도시가 아니며 왠지 무서운 인상의 아프리카인, 아랍인들이 백인보다 더 많은 곳이다. 냄새나고 낡아빠진 지하철,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노숙자와 미친 사람들, 쨍하고 해가 뜨는 날보다 어둡고 스산한 날이 더 많은 도시, 게다가 마땅히 아는 사람도 없는 이곳에 삼십대 중반을 넘겨버린 벙어리에 가까운 아시아 여자가 혼자 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에펠탑을 코앞에 두고 산다는 것」 중에서

새로운 인생을 위해 찾아온 파리는 처음부터 나를 다정하게 받아주지 않았다. 이 도시 곳곳에 배어 있는 깊은 음울함이 얼마나 사람을 고독하게 하는지 잠시 다녀간 여행자는 알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 살아본 사람은 안다. 그 쓸쓸함이, 그 어둠의 그림자가 어떻게 사람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지. 하지만 그것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다 보면 비로소 찾아오는 평화가 어떤 것인지. 바로 그 밤, 마치 파리라는 도시가 프랑수아즈의 입을 빌어 내게 말을 걸고 있는 것만 같았다. 파리와 내가 드디어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던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루리 필리프’에는 줄리 델피가 있을지도 모른다」 중에서

그러나 내게 있어 첫 소설을 완성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고된 길에서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달리기를 마쳤다는 점, 밖으로 글을 쏟아내기 위해서 나 자신과 이 세상의 점점 더 깊은 곳을 들여다봐야 하기에 인내심을 기를 수 있었다는 점, 온갖 사물과 사람과 현상에 관심을 갖지 않고는 소설쓰기가 불가능하다 보니 삶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과 수많은 이들에게 애정을 갖고 감사하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소설이란 것이 얼마나 위대한 장르이고 그것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얼마나 큰 희열과 기쁨을 주는가를 몸소 체험했다는 점에서 이 선택에 만족한다. ---「결국 마지막 문장에 점을 찍었다」 중에서

파리는 내가 머물러본 그 어떤 곳보다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또한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받는 삶이 흐르는 곳이다. 잠깐 스쳐가는 여행자가 아닌 파리지엔으로 산다는 것은 그 기운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 어떤 빛깔을 지닌 사람이든 파리에서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피는 것이다. 그러니 헤밍웨이가 말했듯, 젊은 시절 파리에 살았던 것은 크나큰 행운일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내가 앞으로 어디에서 어떤 삶을 빚어 가든지 움직이는 축제처럼 내 영혼에 빛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세 자매의 지중해 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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