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양육자가 성교육을 일정한 시기에 알고 넘어가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성교육을 사람이 생활하면서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인성교육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양육자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접하면서 차근차근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지요.
성교육을 통해서 성에 관해 잘못 알고 있던 부분, 몰랐던 부분을 올바르게 이해한 아이일수록 자기 성욕을 잘 조절할 수 있습니다. 성욕을 포함한 자기감정이나 욕구를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게 하기에 성교육을 인성교육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p.5
우리는 아이가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갖추기 바라면서 교육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거절’하는 것도 긍정적인 태도라는 것은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부정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긍정에 가까워요. 거절은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분별력을 길러주는 교육입니다. 자기 의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세요. 처음엔 거절하는 기준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선택과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자주 대화하세요.
---pp.26~27
거절 의사를 존중받게 되면 거절하는 힘이 생기고, 이 힘은 반대로 거절당했을 때 극복하는 힘도 길러줍니다. 그리고 자신도 누군가로부터 거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세요. 자신이 거절당할 수도 있다고 인정해야 해요. 아이들이 하기 싫다고 하면 왜 싫은지 이유를 물어보고 귀 기울여 대답을 들으세요. 거절은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사를 밝히는 것입니다.
---pp.28~29
유아기의 성교육은 아이의 질문에 ‘단순하게 즉시’ 대답해주어야 합니다.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단순한 호기심이니까요. 아이가 질문하지 않은 부분까지 깊숙하게 파고들어 이야기할 필요도 없고,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비교적 단순하게 설명하면 됩니다.
양육자는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까지 써 가며 설명하는데, 때로는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하지만 은유적인 단어로 말해도 괜찮습니다. 유아기 성교육은 이론이 아니라 차이를 설명하고 존재 자체가 소중한 것임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단, 몸의 명칭은 정확하게 알려주세요.
---pp.49~50
“내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야 성관계(섹스)를 할 수 있는 거야?”
“궁금한 거 물어봐줘서 고마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나면 서로 물어본대. 우리 손잡아도 될까요? 우리 안아도 될까요? 이렇게 스킨십을 하면 몸에 변화가 온대. 그때 성관계를 하는 거야. 성관계는 동의 가 꼭 있어야 하고 그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잊지 마.” (중략)
열 살까지는 여기까지만 설명하시고, 대신 아이가 왜 궁금해했는지도 경청하세요. p.58~59
일반적으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성교육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성교육이란 성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는 교육이기도 하지만 자기 몸에 대한 변화, 관심이 가는 이성, 동성과의 관계 교육, 성평등에 관한 교육, 즉 올바른 성인지 감수성을 알려주는 교육입니다. 말 그대로 성을 이해하고 관계를 향상하는 관계 교육이기에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성교육이 달라야 할 이유가 없어요. 아이 성별에 따라 놀이를 구별하지 않듯이 성교육에 도 아이의 성별, 교육자의 성별을 구별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의 성교육은 양육자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성교육 자체를 어려워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성교육의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찬찬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pp.81~82
“우리 ??이가 벌써 친구를 사귈 나이가 됐구나. 아기로만 있을 줄 알았는데 많이 컸네. 그런데 그 친구랑 사귀자고 서로 동의는 한 거 야? 만나다가 불편한 일이 생길 수 있어. 그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지 생각해본 적 있니?”
그전까지는 마음에 가족만 담을 수 있던 자녀가, 이제는 다른 교제 상대까지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녀의 마음 크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성장하고 있음을 축하해주세요
---p.119
“너 옷 그렇게 입고 다니면 뭔 일 난다. 옷 바르게 입고 다녀.”
불과 얼마 전까지 어른들이 흔히 하던 말입니다. 그런데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고 가르치지, 남이 네 물건을 훔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가르치지 않잖아요. 성폭력도 마찬가지예요. 성 폭력을 당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을 저지르지 말아야 하는 거죠. 당하는 걸 염려하는 교육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하는 교육으로 가야 합니다.
---p.139
좋은 접촉은 양육자가 아이에게 동의를 얻은 후 “우리 ??이, 잘 다 녀왔니? 어떻게 놀았어?” 하면서 안아줍니다. 놀이터에서 놀 때, 양육자가 목말을 태워주는 것은 좋은 접촉으로 느낍니다. 손자가 예뻐서 할머니가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도 좋은 접촉입니다.
나쁜 접촉은 동의 없이 몸을 더듬는 행동입니다. 아이가 인지하지 못할 경우, 인형으로 더듬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억지로 스킨십하거나 뽀뽀하는 행동입니다. 아이가 느꼈을 때 조금이라도 불편하고 기분이 나쁘면 나쁜 접촉입니다.
---p.148
아이들은 양육자를 아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어요. 그런 데 그 사람이 그냥 아는 사람인지, 믿을 만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죠. 일단 가족이 없을 때는 아는 사람이어도 먹으러 가자고 해도, 양육자나 다른 보호자에게 얘기해준다고 해도 따라가선 안 된다고 하세요.
아이들은 양육자가 예시한 상황과 똑같지 않으면 괜찮다고 여길 수 도 있습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부당한 일을 당하는 상황을 다양 하게 설명하고,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을 보기로 제시하는 질문지를 만 들어서 지도하거나 질문지를 동화처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pp.155~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