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베이킹 경력도 어언 3년차. 남들 보는 베이킹 책 한번쯤 안본게 없고 실패도 할만큼 해봤다. 그동안 느낀 요리책과 사진집의 차이점. 관건은 사진 속 '실물'을 독자가 직접 재현해낼 수 있도록, 책이 얼마나 도와주느냐에 있다. 제아무리 먹음직스런 음식이라 해도 과정이나 재료가 복잡해서는 만들어볼 엄두가 나지 않거나, 큰맘먹고 시작했다간 곧 후회하기 마련이다. 그렇담 그 책은 그저 사진집일 뿐. 베이킹에 자신감이 생길수록 더욱 쉽고 간단한 책을 찾게 되는 건 그래서일거다.

이 책은 국내 홈베이킹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브레드 가든 정주연 실장의 두번째 홈베이킹 책이다. 2004년 출간되었던 전작에 비교해볼때, 지난 2년간 그녀가 얼마나 '더 쉽게,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와 노력을 거듭했는지 새삼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제일 간단한 쿠키 종류부터 케이크, 빵, 디저트로 이어지는 순서가 책을 펼치는데 부담을 없애준다. 홈베이킹 매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떠돌던 '부시맨 브레드' 레시피가 반갑고, 통밀 쿠키나 치즈 호밀빵 등 건강을 고려한 흔적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전 책보다 더욱 간단해진 브라우니나 티라미수 등은 당장이라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자신감을 솟게 해준다. 또 미니오븐 사용자를 위한 미니 롤케이크, 생크림 케이크 만들기도 마찬가지. 많은 장비나 도구를 필요로 하지 않고, 구하기 힘든 재료는 대체하는 법을 살짝 담아두어 쓸모있다. 이 책에 실린 'Plus Tip'만 제대로 읽어봐도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베이킹을 좋아한다고 해도 밥 짓거나 라면끓이는 것만큼 익숙하지는 못할 터. 복잡한 재료와 기나긴 레시피를 따라하다가는 시간·노력대비 결과물에 너무도 실망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욕심을 버리는 편이 어떨까? 레시피 이백개쯤 담긴 베이킹 책도 안본 바 아니나, 무엇이 나에게 적당할지를 고민하다가 시간 다 보내버린 것도 한두번 아니다. 그렇담 총 110 페이지, 46개의 레시피를 적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베이킹 재료부터 도구, 기본 반죽법, 누구나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레시피 메뉴까지 이 한 권에 담긴 내용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왜 매번 쿠키를 만들면 돌덩이처럼 딱딱하고, 머핀은 팬케익처럼 납작해져 버려? 라고 묻는 친구에게 더이상 구박 말고 손에 꼭 쥐어주고 싶은 책. 무겁고 복잡한 베이킹 레시피 때문에 흥미까지 잃어버린 사람, 혹은 홈베이킹을 더욱 일상속에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한 책. 이제는 프라이팬 보관함으로 전락해버린 오븐에게 제 역할을 찾아주자. 이 책에 나온대로, 새로 장만한 미니오븐이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