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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가 사랑을 기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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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가 사랑을 기억하는 법

: 사랑과 기억에 관한 가장 과학적인 탐구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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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74g | 128*188*20mm
ISBN13 9791197689260
ISBN10 1197689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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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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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내가 소중한 존재임을 체감했던 순간들, 즉 사랑하고 사랑받은 자전적 기억들로 살아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 기억에는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 내가 사랑받은 사건들, 내가 사랑했던 많은 대상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 사랑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거듭해 되뇌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사랑으로 기억을 채우며 산다. 사랑은 인간이 세상을 살게 하는 가장 적응적인 마음이자 방법이다.
--- p.13-14

만족스러운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커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사소한 것까지 의논하는’ 특성이 있다. 상대에게 조언하면서 내가 그에게 언제나 필요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얻고, 조언을 구하면서는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을 느낀다. 때로는 일부러 조언을 구해 상대의 자존심을 세워주기도 하고, 나를 믿고 조언을 구하는 상대를 배려해 그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기꺼이 해준다.
--- p.27~28

연인끼리 나누는 거짓말은 소통과 섬세함의 영역이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건네고 적당히 부풀려 꾸민 말들을 주고받는 건 관계를 잘 유지하도록 돕는 ‘기름칠’과 같다. 악의적인 기만행위가 아니라면 상대가 기뻐하게끔 말하려는 정성은 언제나 필요하다. 관계를 이루는 소통의 중심에는 ‘내 마음’이 아닌 ‘네 마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말 때문에 사랑하고 말 때문에 죽어라고 싸우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 p.33

‘자기고양적 유머’를 사용하는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고 모든 상황에서 즐거움을 찾을 줄 안다. 이들은 현실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힘든 마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유머를 사용한다. 또 ‘불행 중 다행’을 직관적으로 파악해 자칫 상처로 남을 수도 있을 일을 ‘웃을 일’로 만들어낸다. 자기고양적 유머 스타일을 구사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은은하게 행복하고 괜히 편안하다.
--- p.59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살짝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된다. 사랑에 빠진 뇌는 수업을 대출하든 자금을 대출하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하게 만든다. 좋게 표현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쓸모 있고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생존 욕구와 맞닿아 있다. 그 사람에게 내가 필요하므로 그를 위해서 반드시 잘 살고 싶어지는 마음. 그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내 존재를 인정받는 듯한 확신으로 이어진다.
--- p.83

처음엔 K가 나를 조금은 아쉬워했으면 했다. 혼자 미련을 두고 청승을 떠는 게 왠지 모르게 억울한 면도 있었다. 무엇보다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답답하고 힘들어서 어떤 방법으로든 설명이 가능한 길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이유가 있다고 믿으면 한결 마음이 괜찮으니까, 그냥 내가 싫어서라기보다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믿으면 훨씬 위로가 되니까. 그 상황을 그렇게라도 이해하면 조금은 받아들이기 수월해질 것 같아서 온갖 미신과 징크스들까지 소환했다. 어지간히 기대했고 어지간히 아쉬웠던 모양이다.
--- p.93

‘우연이란 운명이 아주 잠깐 망설이는 순간 같은 것’이라던 심보선 시인의 시구가 와닿던 순간들을 만나는 때가 있었다. 발표 수업에 학생이 자료로 인용한 논문이 하필 소개팅한 사람의 논문일 때, 대시 하는 사람과 내 생일이 같을 때, 잘못 앉은 줄도 모르고 앉아 있던 기차에서 자기 자리인 것 같다며 말을 걸어온 사람이 예전에 혼자 좋아했던 사람일 때.
--- p.97~98

조금 이상한 말 같지만 상대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역설적이게도 그 사람과 이별해보아야 하는 것 같다. 실연 후의 반응이 반드시 어떠해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 다만 실연 후의 모습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기준점이 된다는 것은 알겠다.
--- p.122

인간이 주변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굳이 되짚지 않아도 널리 알려진 상식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영향력은 예상보다 크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좋아하는 정도가 혈압과 면역세포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친구가 있으면 스트레스 반응이 줄어들며 직면한 문제에 수월히 맞설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사회적으로 지지받아온 사람의 수명은 그렇지 못했던 사람보다 길다.
--- p.178

누군가에게 거절당해 마음이 무너져보거나 다가오는 마음이 거북해 가시를 세워본 경험은 흔하고 많다. 있는 힘껏 이성적이고 현명한 척했지만 후배에게 한 말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마음을 받아주지 않던 사람 때문에 긴긴날을 울어본 경험은 내게도 있다. 상대가 나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를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그 사람이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생각만 할 뿐, ‘내가 그 사람의 거절을 묵살하고 있다’는 생각은 못 하는 게 절박하고 간절한 우리 마음이니까.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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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로서는 드물게도 이 책의 저자는 책 속에 자신을 들여놓고 육성으로 말한다. 미숙했기 때문에 아팠던 시절들을. 그는 강단 위가 아니라 독자인 당신 옆자리에 앉아 있다. 심리학자도 상처를 주고받으며 산다고,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보려 노력할 뿐이라고 고백하면서. 자신의 깊은 곳을 통과한 목소리로 쓰인 모든 책은 문학이다. 그래서 그를 처음 만난 이후로 나는 일방적인 동료애를 느끼고 있다. 그것은, 밴드 ‘9와 숫자들’의 노랫말을 빌리자면, ‘낮은 몸’ 속에서 ‘높은 마음’을 가져보려 애쓰는, 상처투성이 글쟁이로서의 동질감이다.

심리학책 한 권으로 관계가 달라지진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 책을 한 권씩 갖는다면, 일주일에 한 꼭지씩 읽고 대화를 나누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둘의 관계로부터 떨어져 나와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그땐 뭔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건 서로에게, 나는 당신과 정확한 사랑을 실험하려는 사람이지 당신을 포기할 사람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일이기 때문이고, 그런 메시지는 사람을 조금 바꿀 수 있으니까. 어쩌면 누군가와 이 책을 함께 읽기 위해 당신은 사랑을 시작할 수도 있으리라.
- 신형철 (문학평론가·『정확한 사랑의 실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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