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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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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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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528g | 152*224*20mm
ISBN13 9791191838107
ISBN10 1191838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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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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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길을 지나 밭둑길을 건너 오솔길로 접어든다. 두견새는 쏙박바꿔춰 쏙박바꿔춰 리듬이 일정하다. 유난히 솔내음이 짙다. 오리나무 이파리는 손바닥만큼 자랐다. 바스락거리는 작은 나뭇잎 소리에도 흠칫 놀라 발걸음을 재촉한다.?저 앞에 드러난 황토밭이 보인다. 이랑이 너무 길고 고구마 줄기가 무성해 옴마의 머릿수건이 보이지 않는다.
“옴마~ 오옴마~”
세 번 목청을 돋우기도 전에 이미 서러움이 복받쳐 오른다. 목울음이 걸려 컥컥거린다.
“오이야~ 안 무섭더나?”
옴마 목소리가 밭둑의 미루나무에 걸리듯이 돌아 나온다. 반가움에 와락 발밑이 꺼진다.
“옴마, 밥!”
“욕봤다. 안 무섭더나? 학교 가야지? 내가 전도마을까지 델다 주꾸마.”
옴마는 고무신을 발에 꿰고 소녀를 앞세워 밭고랑을 넘는다.?
--- p.54

무릇 잘난 사람, 아름다운 꽃, 맛난 식재료는 그 나름의 자기방어 방식이 있다. 여기서는 다만 게에 대하여 논하려 한다. 맛난 게를 먹으려면 날카로운 집게를 피해야 하고, 맛난 딱새를 먹으려면 날카로운 겹등딱지와 양 지느러미의 가시를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아부지는 살아 계실 때, 딱새를 다듬어 주는 것을 좋아하셨다. 말로는 “아부지도 좀 자시지예!” 하면서도 날름날름 내 입에 살집 딱새를 집어넣었다. “아부지, 애나로 맛나예. 정말정말 맛있어!”라며 애교를 부리면 모든 게 오케이였다. 그런 날은 기름값까지 넉넉히 챙겨주셨다.
--- p.106

수초 속에는 해삼이며 미더덕도 숨어 있었다. 손과 발이 재빠른 아이들은 그들을 찾아내 혁혁한 전과를 자랑하며 친구들과 나눠먹었다. 간간짭조름한 바닷물에서 건져낸 해산물들은 소금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고, 그런 날 저녁이면 아이들은 한 바가지의 맹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갈증에 시달리곤 했다.?여름 내내 바닷물에 뛰어든 아이들의 등껍질은 이미 몇 차례나 벗겨져서 딱지가 앉았다. 드러난 목이며 얼굴이며 손발은 까마귀가 친구 트자할 만큼 새깜둥이가 되었고, 옷을 입으면 살갗에 닿는 광목천의 따가움으로 머스마들은 윗도리를 벗어젖힌 채 맨몸으로 다녔다.
--- p.161

며칠 전, 모임 뒤풀이 가다가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다.
“저어기~ 저런 곳이 왜 자꾸 생기는지 아세요?”
동행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눈짓으로 좇았더니 휘황찬란한 불빛이 쏟아지는 모텔이다. 브리즈(breeze). 모텔과 어울리지 않는, 연결고리가 쉽지 않는 이름이다. 대답이 난감하다.
‘사랑을 잃은 사람이 너무 많은 세상이라서!’, ‘사랑 찾아 행복을 찾아’ 이런 따위의 답을 듣고자 하는 질문은 분명 아니니까.
“보리밭이 사라져서래요.”

누군가와 저 푸른 보리 밭둑을 걸은 적이 있었던가? 걷고 싶기라도 했던가? 이팝나무가 하얗게 손짓하는 가로수길 한켠에 자리 잡은 브리즈 모텔. 그 창가에 산들바람은 정말 불어오고 있을까?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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