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자주 무심하고, 가끔씩만 다정하다. (…) 친절하지 말아야지. 다짐은 물거품 같은 것이라, 쉽게도 부서졌다. 당신의 눈빛은 가끔 시 같다. 문장의 인과관계 없이도 얼마든지 나를 울게 했다.”
--- 「속, 눈빛」 중에서
“언젠가 당신은 바다 한가운데를 가리키면서, 저기 잠기면 외롭고 무섭겠다, 했지. 나는 당신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저기 잠길 일이 있으면 내가 같이 있어줄게, 했고. 나는 당신이 어디에 잠기든, 어떤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든 함께 있어줄 거였는데, 이젠 그러질 못하게 되었다. 당신을 생각하면 애석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자꾸만 가엾은 표정을 짓게 된다.”
--- 「유통기한」 중에서
“다정하게 나의 내부를 데우던 목소리를 생각한다. 목소리가 형태를 가질 수 있다면, 당신의 목소리는 분명 따뜻하고, 말랑하고, 부드러울 것이다. 언제나 나도 그런 식의 다정함을 갖고 싶었다. 생을 좀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드는 다정함을.”
--- 「나를 살게 하는 다정함」 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가장 먼저 당신이 떠오르는 것처럼,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풍경이 좋다는 어느 고장의 카페를 알게 되었을 때처럼, 이 세상에 있는 즐겁고 행복한 일은 다 나누고 싶은 것처럼, 나는 애인에게 내가 알게 된 사랑의 형태를, 알려주고 싶다. 깊고 다정하고 안정적인, 따뜻한.
그러므로 계속 쓴다. 계속 쓰고, 또 계속 읽다보면, 언젠가는 당신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거다.”
--- 「사랑의 형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