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한결이가 태어나서 3살 때까지의 이야기다. 할머니가 쓴 육아일기랄까, 손자와 함께 여기저기 다닌 여행기랄까.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고 예뻐서 그의 언어와 버릇, 장난기 등을 기록해놨다.
--- p.5, 「시작하며」 중에서
아이를 낳아봐야 ‘엄마 마음’을 안다 했는가. 우매한 나는 두 아이를 낳아 키웠어도 내 엄마의 마음을 몰랐다. 그런데 엄마가 나의 두 아이를 키워주신 것처럼 내 딸이 낳은 아기를 키우면서야 비로소 엄마 마음을 알아갔다. 손자 한결이를 돌보면서 그때의 엄마 마음을 따라가느라 요즘 숨이 가쁘다.
--- p.13, 「엄마 마음」 중에서
토씨를 잘라먹고 단어만 이어서 말했을 때가 어제 같은데, 이젠 토씨도 형용사도 제법 잘 쓰고, 게다가 말의 연상이 기가 막히다. 나는 그만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렸다. 정말, 언제 저렇게 자랐나? 내 사랑, 이한결.
--- p.82, 「말의 연상」 중에서
꽃무지 풀무지를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 가벼웠다. 나비처럼 춤을 추고 싶을레라. 우리, 나비처럼 춤을 출까? 한결아.
--- p.158, 「나비처럼 춤을 추고 싶을레라」 중에서
한결이는 제 엄마가 미술관이나 박물관, 조각공원에 자주 데리고 가는 편이다. 뭐, 미술품의 감상만을 위해서는 아닐 게다. 가며 오며 차창 밖을 구경하는 것, 전시장 둘레에서 뛰어노는 것, 전시장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는, 일종의 야외 나들이인 셈이다.
--- p.179, 「아름다운 날」 중에서
“할머니, 오늘은 계곡으로 가요?”
“그래, 계곡으로 갈 거야. 한결이는 ‘물고기띠’잖아.”
“아냐, 한결이는 ‘물닭띠’예요.” ‘물고기띠’에 ‘닭띠’를 합쳐 ‘물닭띠’라고 한다.
“뭐? 물닭띠?” 눈을 크게 뜨고 되물으니, 말해놓고 저도 우스운지 배시시 웃는다. 나는 가끔 한결이에게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 p.206, 「물닭띠의 탄생」 중에서
한결이가 수목원을 다니면서 사람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과도 무한한 애정을 갖고 소통할 수 있는 ‘생명 감수성’을 지닌 아이로 컸으면 좋겠다. 제 엄마나 내가 한결이를 수목원에 데리고 다니는 이유도 다 그에 있는 것을!
--- p.240, 「다람쥐야, 도토리밥 해줄까?」 중에서
한결이와 제 엄마가 숨바꼭질을 한다. 한결이가 뛰어가다가 가뭇없이 사라져버리면 제 엄마는 한결이를 찾으려 애를 먹는다. 그런가 하면 어느 틈에 마당으로 올라가 벽에 나 있는 긴 네모 구멍으로 얼굴을 내밀고 아래에 있는 남편과 나를 보며 ‘까꿍’ 한다.
--- p.270, 「무상으로 주는 기쁨」 중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삶을 산다. 모두가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었던 한결이에게서 비록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다 해도 늘 한결이는 내 곁에 있음을 믿는다.
--- p.316, 「마치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