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을 딴 경제학 교과서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이 미국 노동시장 보호에 반대하는 발언을 해서 대선을 앞둔 공화당이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한국 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연말 협상 타결 1년 5개월만에 겨우 국회 비준을 얻으면서, 적어도 여의도를 한 번 확실하게 뒤집는 일도 있었다. 이외에도 WTO 반대 시위 등 자유무역이 빚어내는 사건 사고들은 자유무역답게 세계적인 규모다.
우리들이 걱정과 기대 속에서 이런 뉴스를 듣고 있을 때,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 두 명이 지면을 통해 한국을 방문했다. 프린스턴 대학의 폴 크루그먼이나 하버드 대학의 그 그레고리 맨큐냐고? 그들보다 훨씬 거물들이다. 근대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와 그의 계승자인 데이비드 리카도가 그들이다
우리는 학자들이 부활해서 겪은 일들을 두 권의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각의나무가 펴낸
『애덤 스미스 구하기』와
『The Choice』이다.
이들이 책 속에서나마 부활한 이유는 자신들에 대한 오해를 시정하려는 것이다. 흔히 자유방임주의는 이 두 거물 경제학자들을 설명하는 데에 가장 적절한 단어로 여겨지고, 이기심, 탐욕의 긍정은 이 자유방임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으로 생각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야 센은
『윤리학과 경제학』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이기적 행위의 신봉자나 옹호자가 애덤 스미스에게서 찾으려고 했던 증거는 스미스를 편향되지 않고 폭넓게 읽는다면 실제로는 찾아내기 힘들다. … 스미스의 폭넓은 관점을 현대 경제학에서 좁힌 것이야말로 바로 오늘날 경제 이론의 주요 결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 구하기』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마티야 센의 주장과 같다.
『국부론』의 유명한 구절, '우리들이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빵 제조업자들의 박애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돈벌이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를 외우면서도 애덤 스미스의 젊은 시절 저작인 『도덕감정론』에 씌어있는 덕성과 동감의 경제학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설 속 스미스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경제학이 도덕철학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게. 경제학을 교역 영역에 적용시키기 이전에 도덕성을 반드시 검토해 봐야 해."
이에 비해, 데이비드 리카도가 벌이는 일은 훨씬 '자유방임주의'적이다. 이 소설의 제목,
『The Choice』는 자유무역과 보호주의무역 사이의 선택을 말한다. 리카도는 물론, 1960년대 TV 공장 사장인 에드를 설득해 자유무역을 선택하도록 종용하려 한다. 마치 스크루지를 찾아온 유령이 그랬던 것처럼 자유무역과 보호주의무역 이후의 미래를 보여준다.
소설 속 리카도가 자유무역 쪽에 서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일본은 TV를 생산하고, 미국은 약품을 생산해서 서로 교역하는 것이 두 나라 모두에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주장이지만, 그 속에는 실업, 폐업, 무역 마찰 등 많은 부정적인 단어들이 들어있다.
『The Choice』의 장점은 이 부정적인 상황들에 대해서도 솔직하다는 데에 있다. 소설 속 리카도는 말한다. "자유무역에 의한 실업은 어떤 사람들에겐 장기적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러한 고통 없이는 장기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이익이 없다네." 여의도에서 시위를 벌였던 농민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경험 많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건 좋은 일이다.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경제학에 대해 이 두 사람만큼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자유무역의 초입에서, 원조 자유무역 옹호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