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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觀 치治 농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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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觀 치治 농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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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23쪽 | 292g | 145*200*9mm
ISBN13 9791198312952
ISBN10 119831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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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은 기능보다 교감에서 비롯된다. 기능이 발전의 잣대는 될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기능은 도달점을 향한 또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함께함은 기능뿐만 아니라 인성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너를 통해 나를 발견하며 서로 조화를 이루어 간다는 건 참으로 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일이다. 함께하는 조율은 아름답다. 조율은 각성이자 지혜이며 배려이고 사랑이다.
--- p.22

삶이 동시에 지닌 부질없음과 눈부심이여. ‘다음’이라는 말은 이제 하지 않으련다. ‘더’라는 말도 하지 않으련다. 음악에서든 문학에서든 삶의 어떤 모습에서도 순간순간을 관觀하고 치治하고 농弄하기를. 살아 있어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아버지가 강물에 놓았던 소리를, 해 질 녘 바다에 내가 놓는다.
--- p.37

때론 인생이 미적지근하다고 느껴질 때, 나도 동토에 갇혀 제대로 앓다가 나왔으면 좋겠다. 나의 겨울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자세로 견디며 어떤 봄을 기다려야 하는지 알아내고 싶다. 마침내 겨울의 집에서 걸어 나올 때는 고통의 상흔이 남아 있으나 더 깊어지고 성숙된 모습이면 좋겠다. 나의 봄과 당신의 봄이 서로 만나 웃음으로 반겨주는 그런 얼굴들이 넘쳐나는 거리를 상상한다.
--- p.64

음악이라는 당신. 음악은 수많은 당신이다. 어쩌면 음악을 듣는다기보다 당신을 듣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나를 가득 채웠다가 비우고는 이내 사라져버리는 당신. 보이지도 붙잡을 수도 없어 허망한 것 같으나 푸른 바람 같은 당신이 있어, 나는 나를 숨 쉬고, 나의 노래를 부른다. 생이라는 음악이 꺼지는 날, 영원한 고요와 함께 나 또한 고요가 될 때까지….
--- p.76

세상에도 수많은 당목과 종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큰 산을 울릴 수 있는 종이 있을 수도 있고,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의 삶을 진정으로 울릴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종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종과 당목과 같은 아름다운 인연의 고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더 나아가 세상의 당목이 되고 싶다. 내가 종이라면 더더욱 좋겠다.
--- p.100

마을 어귀나 산모퉁이에 수호신처럼 장승이 서 있다. 팔도 다리도 없지만 둘이 함께 풍상을 겪으며,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어 준다. 길을 가다가 장승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길의 어디쯤인지. 어디로 얼마만큼 더 가야 하는지. 혹시 길 밖의 길을 걸어간 자들을 보았는지.
--- p.114

정가는 고요히 흐르는 강물을 닮았다. 강심江心을 바닥에 두고 수면 위의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변화도 있고 흔들림도 있지만 고요한 곡조가 끝내는 무심함에 이르게 한다. 나도 흘러가고 너도 흘러가고 무심하게 가다 보면 함께 화엄의 바다에 이르지 않을까.
--- p.143

살면서 평생 동안 마주칠 아름다운 미소를 나는 스리랑카에서 다 받은 게 아닌가 싶다. 내가 만났던 수천수만 개의 맑은 눈동자와 선량한 미소가 살아 있는 법문이 되어, 별처럼 반짝이며 내 가슴에 쏟아져 들어온다.
--- p.165

은유는 불이不二다. 자타만물일여自他萬物一如. 만물의 본질은 같다. 이름만 다를 뿐. 찾고자 하는 것을 발견하여 호명하는 순간 구별도 차별도 없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질적인 것을 녹이고 호흡을 불어넣어 새로 태어나게 해야 한다. 은유를 통해 또 다른 몸을 빌리지만 한몸이어야 한다. 천수천안千手千眼의 무한한 변화와 묘용이 이와 같지 않을까.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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