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밤 문 때리는
그것 누구가 집 잃은 아이들이
집을 찾는가
엄마 없는 아이가 엄마 찾는가
동무 잃은 아이가 동무 찾는가
갈 바 몰라 헤매는
재넘이 바람

뒷동산 나무숲에
불도 안 켜고
어머니는 흑흑흑
흐느껴 울고
네 집 근처 낙엽들
모여 앉아서 어디든 같이 가자
기다리누나
갈 바 몰라 헤매는
재넘이 바람
--- 「한정동 - 바람」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아란 초록빛 물이 들지요.
초록빛 예쁜 손이 되지요.
초록빛 여울물에 두 발을 담그면,
물결이 살랑살랑 어루만져요.
우리 순이
손처럼 간지럼 줘요.
--- 「박경종 - 초록 바다」

푸나무는
손가락 끝에서 연초록 잎을
뾰족뾰족 내미는 재주가 있다.
사람은 할 수 없지.
푸나무만 지닌 재주.

손가락 끝으로
고운 꽃을 피우는 재주도 있다.
푸나무만 지닌 재주.
풋열매를 손가락 끝에 들고
빨갛게, 노랗게 익히는 재주도 있다.
사람은 할 수 없지.
푸나무만 지닌 재주.

익힌 열매를 흩으며
“모두 가져 가세요.
맛보세요!”

풀과 나무는
인심 좋은 재주꾼이야.
아무리 칭찬해도 칭찬이 남지.

그말 맞아,
맞아.
--- 「신현득 - 인심 좋은 재주꾼」

내가
늘 걷는 길인데
왜 못 봤을까?
이 예쁜 패랭이꽃을…

내가
자주 앉아 쉬는 곳
이 풀밭에

오늘 나 보고
웃는 꽃!
나도 반가워 어루만져 준
패랭이꽃!

오늘 꽃과의 만남은
서로 잊지 못할 거야.

이 작품집은 어린이 인권을 위해 어린이날을 제정한 방정환 선생님의 뜻과 동심과 함께 이어 온 한국동시 100년을 기리는 역사적 작품집입니다. 오늘날 어린이들의 인권은 많이 향상되었지만 아직도 그늘진 곳에서 매를 맞거나 굶주림에 시달리는 어린이들도 있습니다. 이번 동시집발간을 계기로 어린이의 인권이 더욱 존중되고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순진무구한 동심이 향기를 내뿜을 때 지구촌의 미래는 더욱 밝고 환할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더행복한 미래가 펼쳐지는데 이 기념동시집이 기여하기를기원합니다.<br/>- 박상재(문학박사,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br/><br/>이 책은 제100회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깊은 뜻을 기념하며 한국 동시의 흐름을 역사적으로 남기고자 한정동 시인을 비롯하여 오늘의 동시작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대표하는 동시작가들의 기념동시를 수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한국동시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한정동 선생님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한정동아동문학상도 올해로 제50회를 맞아 수상작가의 작품도 함께 수록되어 더욱 의미 있고 기쁘게 생각합니다.<br/>- 엄기원(아동문학가, 한정동아동문학상 운영위원장)<br/><br/><b> 편저자 서문</b><br/><br/>소파 방정한 선생님이 제정한 어린이날이 올해 100회를 맞이했습니다. 이런 뜻깊은 해를 맞아 우리나라 동시의 선구자인 백민 한정동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아동문화진흥을 위해 지난 10여년 활동해 온 따오기아동문화진흥회에 서 어린이날 100년과 제50회 한정동아동문학상의 해를 기념하기위해 100주 년 기념동시집 “백년의 꿈, 동심의 날개” 발간키로 하였습니다. <br/><br/>그리하여 우리나라 동시 문학 발전에 기여하고 지금도 창작활동을 계시는 40인의 동시작가에게 원고를 청탁하여 마침내 기념동시집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금년 제50회 한정동아동문학상을 수상하신 박방희 선생님과 김경옥 선생님의 작품을 함께 수록하여 의미있는 작품집이 발간되어 참 기쁘게 생각합니다. 부디 이 책이 동심을 회복하고 아동문학의 발전을 이루는 작은 주춧돌이 되 길 바라고 독자들에게도 현대 한국 동시의 진수를 맛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br/><br/>따오기아동문화진흥회 회장 김윤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