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가까이 몸과 마음을 들여다 보니, 이제 몸 건강의 이치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우리가 몸 따로 마음 따로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아닙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입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건강의 상태는 영육쌍전(靈肉雙全), 즉 정신과 육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가운데 정신과 육신을 아울러서 온전한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 p.17
『황제내경』의 맨 첫 단락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황제가 묻습니다.
“상고지인(上古之人: 옛 사람들)은 모두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았다. 그런데 금시지인(今時之人: 요즘 사람들)은 반백에 쇠한다. 이것은 시대의 문제인가, 사람의 문제인가?”
기백이 답합니다.
“시대도 사람도 아닙니다. 건강한 사람은 도를 아는 사람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건강하지 못합니다.”
건강을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도’라니요? 뭔가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나요?
여기서 ‘도’란 우주의 기본 원리인 ‘음양의 원리’를 말합니다. 우주가 그렇듯 우주의 일부인 인간도 음양의 원리에 의해 작동합니다.
--- p.20
포유류의 수명은 대개 성장기의 6배라고 합니다. 인간의 성장기가 20년이라면, 인간의 수명은 120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수명을 다하지 못합니다. 내가 내 몸을 함부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다 나 하기에 달렸습니다. 여태껏 살아 온 결과가 지금의 나이고, 지금 내가 행하는 것이 앞으로의 나를 결정합니다.
--- p.21
우주가 돌아가는 것을 가만히 보면 막히는 바 없이 잘 통합니다. 계절과 계절이 오갈 때를 보세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사이에는 아무런 막힘이 없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도 그렇습니다. 자연에도, 하늘에도, 우주에도 아무런 막힘이 없습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통하고, 자연스럽게 흐를 뿐입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막힐 때 사람에게는 병이 옵니다.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건강하려면 막힘없이 통해야 합니다. 통하고 흘러야 합니다.
--- p.28~29
한의학에서 쓰는 침이나 뜸, 부항, 한약 등은 모두 우리 몸의 수승화강을 도와주는 방법입니다. 내가 나 스스로 수승화강을 하기 힘들 때 남이 외부에서 도와주는 겁니다. 적절하게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좀 번거롭습니다. 남의 도움도 필요하고, 도구도 필요하고, 돈도 듭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수승화강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숨쉬기입니다. 숨을 쉬긴 쉬는데, 내 아랫배를 의식하면서 깊은 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바로 단전 호흡입니다.
이 방법은 돈도 안 들고 복잡한 도구도 필요 없습니다. 내가 내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니 무한 생산이 가능합니다. 숨쉬기라고 하니 너무 쉬운 방법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숨을 쉬는 것과 숨을 잘 쉬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누구나 숨은 쉽니다. 반면, 숨을 잘 쉰다는 것은 숨이 편안하고 여유롭게, 가능하면 깊숙이 쉬는 것을 말합니다.
--- p.35
단전 호흡의 방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편하게 자리에 앉습니다. 가부좌 자세를 하면 더 좋고, 안 해도 됩니다. 사무실이라면 의자에 앉아도 됩니다. 앉아서 척추를 바로 세워 몸을 바르게 합니다. 우리의 척추는 위로는 하늘(天)로 통하고 아래로는 땅(地)을 향합니다. 코와 배꼽을 수직으로 해 보세요. 이것을 ‘요골수립(腰骨竪立)’이라고 합니다. 척추가 정확하게 중심을 잡아 주어야만 기운이 바르게 조정되어 머리, 목, 허리, 다리 등이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허리를 반듯이 하면 기운이 쑥 올라갑니다. 코와 배꼽을 수직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감기 초기 증상이 있을 때 예방 효과가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긴찰곡도(緊札穀道)’를 해 줍니다. 긴은 수축이고 찰은 여는 겁니다. 곡도는 항문입니다. 즉 괄약근을 조였다 풀어 줬다 하는 겁니다. 이렇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다 보면 괄약근을 조일 때 아랫배에 느낌이 딱 오는 부위가 있습니다. 거기가 바로 단전 부위입니다. 이 상태에서 내가 내 마음의 눈으로 단전을 봅니다. 눈은 반쯤 뜨고, 단전을 의식하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쉽니다. 단전에 마음을 집중하고 그 부위를 마음의 눈으로 지긋이 바라보며 그냥 숨을 쉬는 겁니다. 숨을 쉬는데, 내 마음의 눈이 단전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이 그리로 갑니다. 인체는 마음이 가면 그 마음 따라 기운이 가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 기운이 들락날락하면서 깊은 호흡이 저절로 됩니다. 이 행위가 일상이 되면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습니다.
--- p.39~40
어떤 사람이 건강한가, 아닌가를 무엇을 보고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세 가지를 꼽겠습니다.
첫째, 숨을 잘 쉬는가?
둘째, 밥을 잘 먹는가?
셋째, 마음이 편안한가?
숨을 잘 쉬는가는 호흡입니다. 들숨과 날숨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가뿐 숨이 아니라 편안하고 깊게 숨을 쉴 수 있어야 합니다. 밥은 소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세 끼를 맛나게 먹고 잘 소화시켜야 합니다. 또 먹은 만큼 잘 배설해야 합니다. 마음이 편안하다는 말은 긴장한 만큼 다시 이완이 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긴장 없이 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 지나친 욕심, 심한 스트레스 등이 계속 이어지면 병이 됩니다. 반드시 긴장한 만큼 이완을 해 줘야 합니다.
--- p.69~70
인체라는 것은 수화(水火)가 항상 있어서 수기와 화기가 마치 시소의 양끝처럼 균형을 이루고 순환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순환의 첫 단추는 화기를 아래로 내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수승화강에서 핵심은 화기를 아래쪽으로 내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소의 원리에 따라 수기는 저절로 올라가게 돼 있습니다.
--- p.77
수승화강이 되면 가장 먼저 아랫배가 뜨뜻해지고, 그 다음으로 입에 침이 가득 고이게 됩니다. 실제로 신경을 쓰면 침이 잘 안 나오고 탁해집니다. 반면 정신이 맑아지면 입과 치아 사이에서 맑은 침이 솟아납니다. 이때 침은 내 몸의 감로수입니다. 맑은 침을 꿀꺽 마시면 그것이 곧 신수(神水), 즉 신령스러운 물이 돼서 내 몸에 골고루 스며들고, 또 다시 재생산되는 에너지가 됩니다. 아침 침은 더 귀합니다. 밤사이에 내 몸에서 생겨난 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혀로 입안을 씻어 주면서 이때 고인 침을 세 번에 걸쳐 삼켜 주면 좋습니다. 입안에 가득 모인 침을 자주 삼켜 내리면 위장 질환을 치유하는 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 p.81
사상 의학을 맹신해서 음식을 지나치게 가려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인생이 너무 피곤할 것 같습니다. 본인한테 이 음식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먹어 보면 압니다. 안 맞는 음식은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하고 소화가 잘 안 됩니다. 그런 음식은 좀 가려 먹는 게 좋을 것입니다.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으면 편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먹은 뒤에 편안하면 자기에게 좋은 음식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을 잘 살펴서 내 몸의 특성을 내가 잘 아는 것입니다.
--- p.97
음식은 뭘 먹느냐보다는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합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라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골고루 먹는 게 중요하고 더 좋습니다. 자연에 속한 것이 다 그렇듯이 음식 역시 고유의 맛과 향과 색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오행의 원리에 근거하여, 파랑, 빨강, 노랑, 하양, 검정의 오색(五色)과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의 오미(五味)를 중요시하여 고르게 섭취할 것을 권합니다. 그 이유를 좀 더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인체에서 오장이 각각 좋아하는 색이 있습니다. 간은 파랑, 심장은 빨강, 비위는 노랑, 폐는 하양, 신장은 검정을 좋아합니다. 무슨 말일까요?
파란색은 간의 색깔과 흡사합니다. 심장의 색은 빨갛습니다. 비위는 누렇고, 폐는 하얗습니다. 신장은 물과 관련이 있는데, 물은 색깔이 없지만 가득 모아 놓으면 검은빛이 납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물을 검은색에 비유합니다. 이렇듯 오장마다 고유의 색상이 있고 각기 자기 색을 선호하고 관리하고 흡수합니다. 파란색 음식을 먹으면 간에 좋고, 검은색 음식을 먹으면 신장에 좋은 겁니다. 그러니까 색깔별로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음식을 먹으면 내 몸의 오장이 튼튼해지는 겁니다.
--- p.99~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