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시대부터 인류가 하늘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 까닭은 회전하는 별이나 머나먼 천공을 볼 때의 느낌을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직업 점성술은 기원전 제2천년기 초에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되었고 오래지 않아 중국과 이집트, 인도가, 이후에는 그리스와 로마, 중동이 뒤를 이었다. 천체의 움직임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점성술의 대상은 지구를 포함한 모든 천체이며, 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여겨진다.
- 1장 ‘고대의 마법’ 중에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보면 어디까지가 종교와 신화고 어디서부터가 마법인지 또렷이 알기가 쉽지 않다. 고전어 마기코스(magikos)는 조로아스터교도를 뜻하는 마고스(magos)에서 유래했다. 후대의 로마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인들 역시 이국적인 비전 지식을 흥밋거리로 여겼다. 예컨대 피타고라스는 오르페우스교와 칼데아 및 이집트의 신비주의 결사를 방문하고 그들의 오컬트 지식을 받아들여 하나로 묶었다고 알려졌다. 그에게 숫자는 곧 창조의 핵심이자 신성의 발산이었다.
- 2장 ‘그리스와 로마의 마법’ 중에서
켈트인의 신화에서 음유시인은 특별히 존경받는 존재로, 주로 마법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6세기에 활동한 유명 음유시인 탈리에신은 예언 능력이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음유시인인 오신은 드루이드에 의해 사슴으로 변한 여성의 아들이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요정 니암을 따라 불로불사의 땅 티르 나 노그로 향했다. 그곳에서 3년간 머문 그는 아일랜드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엠바르라는 마법의 말을 타고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이 무려 3백 년이나 고향을 떠나 있었음을 알아차린다.
- 3장 ‘북유럽의 마법’ 중에서
‘선한’ 마법과 ‘악한’ 마법의 선을 그으려는 시도는 고대 지식에 기반한 오컬트 저작들의 유통을 철저히 막고 말았다. 그 결과 중세의 저자들은 주문과 의식을 긁어모아 오늘날 마법서라고 알려진 편집본을 만들었다. 얄궂게도 오컬트 전통에 대한 이러한 관심의 일부는 십자군 원정에 의해 촉발되기도 했는데, 특히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고 많은 고전 문헌을 서유럽으로 탈취해 온 제4차 십자군 원정(1202-1204)의 영향이 컸다. 십자군을 통해 중동에 건너간 이들 역시 마법을 접했다고 의심받았는데, 그중 비밀 의식과 악마 숭배 행위를 자행한 혐의로 박해당한 성전 기사 수도회가 잘 알려진 예다.
- 4장 ‘중세의 마법’ 중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는 르네상스 시대의 여러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데, 일부 작품이 당대의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당시는 아리오스토의 『광란의 오를란도』(1516)처럼 방대한 서사시의 전성기였는데, 이 작품에는 마법사 아틀란테와 여성 주술사 알치나가 등장한다. 토르콰토 타소의 『해방된 예루살렘』(1581)은 십자군 원정을 다룬 서사시이면서도 아르미다라는 여성 주술사가 등장한다. 키르케를 본떠 만든 그녀는 그리스도교도들을 짐승으로 바꾼다. 마법 방패와 반지, 요정, 마법 식물도 나온다.
- 5장 ‘르네상스 시대의 마법’ 중에서
세계 각지에는 여러 마법 전통이 있으며 일부는 서양 마법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 전통은 한국과 시베리아의 샤머니즘부터 부두 또는 후두 주술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상이한 형태를 띤다. ‘샤머니즘’이라는 용어는 학계에서 적잖은 논쟁을 일으켰다. 북아메리카와 시베리아,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동북아시아 등지의 ‘마법적 샤머니즘’ 전통은 실제로 놀랄 만큼 유사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들 전통을 가리켜 ‘원시적’이라고 묘사하지 않는다. 모든 사례에서 샤먼이라는 인물은 해당 사회와 초자연 세계의 접점이었다.
- 6장 ‘세계 각지의 마법’ 중에서
계몽주의 시대에 의사 결정의 핵심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였지만, 마법과 오컬트가 당장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처음 정립했으면서도 연금술에 심취하여 현자의 돌을 찾고자 했다. 사망할 때 그의 서재에는 연금술 서적 169권과 함께 빼곡하게 주석을 단 장미 십자회 선언문의 원본이 꽂혀 있었다. 18세기에 보편적 교육이 도입되면서 한층 높은 문해력을 갖춘 대중이 탄생했다. 이는 곧 마법을 다룬 선정적인 책들의 판로가 열렸다는 뜻이었다.
- 7장 ‘계몽주의 시대의 마법’ 중에서
산 자가 죽은 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선사 시대부터 시작된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유럽과 북아메리카 전역으로 널리 퍼진 시기는 19세기 중엽이다. 주로 교령회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심령론의 인기는 폭스 자매가 톡톡 두드리는 소리를 통해 죽은 이와 소통할 수 있다고 주장한 1848년에 시작되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자매는 그 소리가 실은 자신들이 관절을 꺾어서 낸 소리였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그때 심령론은 이미 미국과 유럽 전역을 넘어 브라질에서까지 자리를 잡은 후였다.
- 8장 ‘되살아난 마법’ 중에서
마법과 음악의 관계는 역사가 깊다. 작곡가 에릭 사티와 클로드 드뷔시는 모두 장미 십자회의 회원이었는가 하면, 20세기 초의 블루스 가수 토미 존슨은 기타의 명수가 되는 대가로 부두교의 신 파파 레그바에게 영혼을 팔았노라고 주장했다. 유명한 블루스 기타리스트인 로버트 존슨의 〈교차로 블루스〉(1937)도 그리스 신화의 헤카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을 반영한 것으로 여겨졌다. 1960년대에는 록 음악과 함께 뉴에이지 운동과 사탄 숭배가 등장했다. 데이비드 보위는 말년에 오컬트 분위기가 나는 이미지를 다시 사용했는데, 2015년에 발표한 앨범 《★》의 수록곡 〈검은 별〉의 뮤직 비디오에 잘 나타나 있다. 록 밴드 레드 제플린의 리더인 지미 페이지는 알레이스터 크롤리가 아브라멜린 의식을 거행한 저택을 사들이기도 했다. 뉴올리언스 태생인 미국 가수 닥터 존은 1968년에 발표한 자신의 첫 앨범 《그리그리》를 부두교에 헌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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