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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직업
중고도서

인간이라는 직업

: 고통에 대한 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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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22g | 128*188*20mm
ISBN13 9788954636995
ISBN10 895463699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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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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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임희근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3대학교에서 불문학 석사, 박사과정을 마쳤다. 번역한 책으로 『살림』 『고리오 영감』 『독재자와 해먹』 『에콜로지카』 『D에게 보내는 편지』 『포도주 예찬』 『불행의 놀라운 치유력』 『사랑하는 연인의 발을 밟아라』 『끝내주는 회장님의 애완작가』 『쇼팽, 그 삶과 음악』 『달라이 라마, 나는 미소를 전합니다』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분노하라』 등 다수가 있다. 여러 출판사에서 해외 도서 기획 및 저작권 분야를 맡아 일했고, 현재 출판 기획 ? 번역 네트워크 ‘사이에’ 대표로 해외 도서 번역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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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됨의 끝까지 가고 일상의 우여곡절을 감당하려면 우리에겐 삶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삶의 기술이란 즐거운 금욕이며, 바로 여기서 이 책을 움직이는 커다란 물음이 나옵니다. “어찌 하면 좀더 낫게 살 것인가?””--- p.6

“한국이 내게 인간이라는 직업을 심화할 기회를 주고 일상 한복판에 정신성을 갖다놓도록 도와주었기에 나는 새 출발을 할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나는 서울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합니다. 시내에서 길을 잃기도 하면서 이 새로운 세계를 탐색하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나는 이유 없는 삶, 즉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을 살아보려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유 없이 산다는 것은 차츰차츰 '남들이 뭐라고 할까'라는 부담을 벗는 것이며, '훗날'이라는 것의 독재에서 풀려나 나 자신을 온전히 현재에 내어주는 것이며, 쓸데없는 목표 같은 것을 줄이고 유보조건 없이 인간이라는 직업에 몰두하는 것입니다.”--- p.7

“나는 삶이 내게 세 가지 소명을 주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장애인의 소명, 가장의 소명, 그리고 작가의 소명입니다. 내게 주어진 장애인으로서의 소명이 감당하기 쉽지만은 않았음은 말할 나위도 없겠습니다. 그 무엇에든 집착하는 순간 반드시 고통이 찾아듭니다. (…) 장애는 장애가 아니니, 내가 그것을 장애라 부른다. 장애가 단지 말이요 꼬리표요 마음속에 세운 것이요 각종 비교가 뒤범벅된 것임을 아는 순간부터, 나는 진정 장애가 무엇인지에 대한 시각이 트였습니다. 다시 말해 이 『금강경』 구절 덕분에 내게 장애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도 나를 일개 장애인으로 깎아내리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순간순간마다 나는 매번 다른 식으로 장애인입니다. 다만 마음이 삶이라는 큰 강의 흐름을 일반화하고 경직시킬 따름입니다.”--- p.7~8

“인간이라는 직업은 악착스런 집착과 비극을 부정하려 진을 빼거나 결핍을 지워버리고 피치 못할 고통 곁을 그냥 지나치느니 차라리 불완전한 점들을 그대로 지닌 채 이 세상을 살아가라고 우리에게 권합니다. 고통을 두려워하면 할수록 점점 더 괴로워진다는 잔인한 법칙이 있습니다. 이건 대단히 불행한 일이지만, 나는 행복에 손을 뻗어 그 행복을 테두리 속에 가두고 나라는 존재와 내가 하는 행위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내 삶의 먼지를 탈탈 털어내고 모든 집착을 벗고 매일매일, 매번의 숨과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p.9

“소수자로서의 체험이 우리가 지닌 조건을 넘어선 어떤 독특한 문을 열게 할 수 있다. 존재 전체를 감당할 수 있는 마음 상태로 단련하기 위해 약자와 직면하기 시작하는 것. 그것이 이 여정을 설명하는 근본적이고 무모한 직관이다.”--- p.20

“일찍부터, 내게 실존은 그러니까 하나의 전투처럼 예고되었다. 삶에서 최초의 몇 해 전부를 나는 짐승을 길들이는 일에, 뻣뻣한 몸으로 일상에 적응하는 일에 바쳤다. 계속되는 내 몸의 기능 장애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해야 했고, 심심을 다 바쳐야 했으며, 언뜻 보면 움직이는 것 같지만 제대로 움직이는 게 아닌 동작을 나아지게 해야 했고, 경련을 다스리고, 추락을 피하고, 안전하기보다는 그저 무탈한 내일을 어떡하든 맞아야만 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덮쳐오기 일쑤였고, 종종 그런 일은 그때까지 노력해왔던 것을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어버리는 듯했다. 매일 아침 전투는 다시 시작되었고, 전략은 정교해져갔다. 익히 알고 있는 두려운 장애물인 적대적 체념, 그건 금지되어 있었다. (…) 앞으로 치러야 할 투쟁은 나를 슬프게 하기는커녕, 주변 친구들에게서 변함없이 되찾은 진정한 기쁨을 끊임없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베풀어준다. 큰 기쁨이 찾아와 일체의 발전과 성공―심지어 가장 미미한 것까지도―을 큰 승리로 바꾸어주고 영예롭게 만들어주며 이 희한한 부대의 사기를 북돋운다.”--- p.28~29

“최악인 것은 내가 오랫동안 이런 꼬리표들이 진짜라고, 즉 ‘장애인=불행한 사람’이라는 공식이 확고하고 입증된, 반박할 수 없는 법칙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의사조차도, 예컨대 내가 보통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들어갈 수 없을 거라고 확실히 말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꼬리표는 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많은 이런 모진 진단들이 일체의 희망을 닫아버리고, 축소하고 저주했던가!
그런데 바로 이 판단의 고정성 때문에 현실의 풍부함, 인간 존재의 풍부함이 축소돼버린다. 이 풍부함 앞에서 비록 감탄은 못할지언정 적어도 놀라기는 해야 할 것임에도 말이다. 때로는 이 확립된 진실들을 일상적 체험이 감미롭게 무너뜨린다. 누구나 장애인을 보면 저 사람은 불행할 것이라고 예단하지만, 정작 그 장애인은 옆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존재다. 반면에 창창한 앞날이 보장된 머리 좋은 엘리트인데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한 삶 속에 침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는 행복할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p.46~47

“우리는 한 인간을 정말로 ‘우울증 환자’ ‘금발’ ‘평발’ ‘흑인’ ‘이기주의자’ 같은 말로 한정할 수 있을까? 이런 지칭이 정말 우리가 개개인 속에 있는 신비를 포착할 수 있게 도와줄까? 나는 이런 말들에서 오히려 위험을 본다. 물론 판단이라는 것을 일절 금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너무 성급한 단정으로 생기는 상처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며, 적어도 좀더 낫게, 다른 식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다 제거하고 군더더기 없이 보려는 노력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말 뒤에 숨어 있는 것은 하나의 존재, 풍부하고 유일하고 축소할 수 없는 개별성인데, 선입견의 무게는 끝내 단호함을 뽐내는 하나의 층(層)으로 이를 덮어버린다. 이러한 겉치레 때문에 단순하고 편견 없는 접근이 어려워진다. 훨체어,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 오직 이런 것만 눈에 띄는 것이다. 그러나 훨체어를 놀랍도록 숙달된 솜씨로 타고, 흰 지팡이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것이 사람들 눈에 보이는가? 사람들은 과연 보려고 하는가? 그리고 그런 부속물들이 어째서 반드시 불행의 징표란 말인가? 이처럼 밖으로 보이는 표시들이 ‘행복한 맹인’을 아예 상상하지 못하게 하는 까닭도 이런 것이다. 일반적인 진술을 조심하고 개인을 그 진실에 입각해 (겉보기보다 항상 더 밀도 있게) 고찰해야 하는데 말이다.”--- p.48~49

“내게 유일한 자부심은 이런 것이다. 권리와 의무를 남과 똑같이 지닌 인간이라는 것, 같은 조건, 인간의 고통, 인간의 기쁨, 인간의 요구 사항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 자부심은 우리 모두를 한데 묶어준다. 청각장애인이나 다리를 저는 사람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에티오피아인이나 언청이나 마찬가지고, 유대인이나 앉은뱅이나 마찬가지며, 맹인이나 다운증후군 환자나 마찬가지고, 이슬람교도나 노숙자나 마찬가지며, 당신이나 나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인간’인 것이다!”--- p.50

“한 사람 한 사람이 고유한 하나의 ‘사례’이고 맛깔스러운 예외인 것이다.”--- p.51

“인간이란 이렇게 생겨먹었다. 날마다 전투를 벌이고, 안 죽고 살아남아, 좀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자기 발전의 적―아마도 유일한 적―인 절망이 내면을 갉아먹는 고통, 더없이 외딴 방에서나 군중 한복판에서나 똑같이 점점 마수를 뻗쳐가는 고통과 마주칠 때, 이럴 때 얼마나 많은 장애가 숨어서 그를 노리고 있는가? (…) 여기서 악이라는 개념은 말할 것도 없이 의학이―우리의 행복을 위해―알약을 퍼부어 쓸어버리는 자잘한 병들과는 다른 것을 말한다. 심리학이 몇 회에 걸친 상담 치료로 달래준다고 주장하는 고통말고도, 인간 본성에 속하며 도무지 피할 수 없는 근본적인 고통이 있다.”--- p.56

“인간이라는 직업, 각자가 일상에서―종종 자기도 모르게―실천하는 이 숙명적 처세술에는, 따라서 수많은 원천이 필요하다. 삶을 승리로 만들기 위해, 삶의 조건을 감당하기 위해 재능이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전개하는 매번의 전투에서 동기가 되며 내가 추구하는 바를 이끌어주는 중대사이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내가 극단적일 만큼 취약한 인간임을 고백하고 싶다. 고통에 대해 얘기하는 것, 더 나아가 자기 육체로 그 고통을 직접 체험하며 살아가는 것은 인간이라는 직업이 없애지 못하게 금해놓은 무시무시한 시련이다. 하나의 인간성은 바로 그 인간성이 악을 뛰어넘으려 펼치는 거장다운 솜씨에서만 그 정수를 드러낸다.”--- p.57

“때로는 반전이 일어난다. 비극적인 우리를 가르친다. 비극적인 것을 늘 가까이하는 사람은 성장한다. 괴로움, 좌절, 고통에 의해 풍성해지고 나날이 극복하는 장애에서 자양분을 얻은 지혜는 아마도 얼마간 쓸모가 있을 터이다. 물론 귀는 쫑긋 곤두서야 하고, 의지는 다져야 한다. 그래서 신중한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들려야 하고, 가장 기대할 수 없었던 곳에서 희망이 다시 솟아나야 한다. 그러니 이것이 첫 번째 도전이다. 즉 삶을 빚어 만드는 것, 모래 위에 삶을 새기는 것이다. 이때 이 작업의 안내자는 가장 비참한 사람들, 즉 일체의 논리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취약한 선구자들, 끊임없이 위협받는 의미를 제시하는 상처받은 선구자들이다. 그들은 매사에서, 심지어 괴로움에서조차 이득을 이끌어낸다.”--- p.61~62

“인간이라는 직업의 수습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에게 가벼움은 매우 소중한 도구를, 세상을 폭파시킬 수도 있는 전대미문의 힘을 부여한다. 그 가벼움은 천진난만한 사람의 아둔한 낙관주의와는 거리가 멀며, 종종 고독이나 극복된 고통을 아주 건강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그 본성이 거기서 모든 인위를 제거하고 그것을 하나의 기쁨으로 바꿔놓으며, 그 기쁨은 만물이 불안정함을 알아차린다.”--- p.63

“사람들이 인지하는 것은 타인이 겪은 번민의 편린들, 환자의 고통일 뿐이다. 사람들은 당장 지금 여기 있는 것만을 느낀다. 기쁨과 행복이 쉽게 여럿이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면 고통은 혐오감을 주고, 수치스럽고, 사람을 고립시킨다. 그러곤 거기에 고문이 또하나 덧붙는다. 남들의 판단을 받는 것, 이해받지 못하는 것, 너무 버거운 무게를 홀로 짊어지는 것. 그 어느 때보다도 누가 다정히 귀 기울여준다면 고통이 줄어들 것만 같은 그런 시점에 말이다. 고통받는 사람이 자기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은 어려운 연습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곁에 있을 수는 있다. 있으면서 힘이 되어주려고 노력하고, 특히 판단을 삼갈 수 있다. 고통당하는데 누가 있어준다는 것―아무리 있는 듯 없는 듯하더라도―, 그것은 모든 걸 통제한다고 뻐기는 담론보다 훨씬 윗길이다. 눈길 한 번, 미소 한 번, 말 한 마디, 이것이 내 몫의 행동이다. 사랑하는 존재가 파멸해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그저 곁에 있어준다는 것, 힘을 주는 몸짓을 찾아내려 애쓴다는 것, 이는 어려운 과제다. 그러는 동안 절망이 압도해버린다! 연약한 미소, 불분명한 말, 숱한 노력 끝에 얻어낸 지원, 이런 것들이 부질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그런 것이 없다면 핵심이 빠진 것이다.”--- p.66~67

“고통을 갖고 어떻게 하느냐, 그것이 한 개인을 키울 수 있다. 활짝 피어나기 위해 일부러 고통받을 필요는 전혀 없다. 타인이 존재함을 감사하기 위해 일부러 고립을 경험할 필요도 전혀 없다. (…) ‘고통을 통한 앎’이라 불리는 그것은 다음과 같은 체험에서 출발한다. 대가 없고 부조리하고 의미 없는 고통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는 체험. 젊은 엄마는 출산의 고통을 기쁘게 잊고, 트로피를 받은 승리자는 몸살과 찰과상이 씻은 듯 사라지지만, 대가도 결실도 없는 고통은 영영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 고통은 우리에게서 자유를 탈취하고 조금씩 앗아가버린다. (…) 위험을 찾아 달려가라는 것이 아니고, 고통 속에 뒹굴라는 애기도 아니다. 다만 고통에서 뭔가 얻어내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는 얘기다! 에밀 시오랑이 한줄기 빛을 던져준다. “고통은 눈을 뜨게 하고, 고통이 아니었다면 인식하지 못했을 것들을 보도록 도와준다. 그러니 고통은 오직 앎에 쓸모 있을 뿐이며, 앎을 벗어나면 실존을 악화하는 데만 쓸모가 있을 따름이다”라고.”--- p.69~70

“나 자신의 고통에 대해 무력하다고 느끼기기는 하지만, 도움을 받아보면 나 역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상처를 마음 깊이 신경 쓰게 된다. 이처럼 ‘고통을 통한 앎’에는 구원해주는 교류가 필요하다.”--- p.77

“어떤 장애가 나타나면 그 즉시 몸은 묵직하고 커다랗게 보이고 결국 우리의 한계를 드러내는 고통이 바로 몸이라는 것―고귀한 벗이면서도 내게 항상 그렇게 보이지는 않던 것―이 내 탐색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몸은 강제로 부과된다. 고통이 거하는 장소이자 쾌락을 공급하는 주체이자 존재의 근거인 몸은 진정한 정복을 이루어낸다. 어쩌면 몸에 산다는 것, 이것은 인간이라는 직업을 수행하러 나서는 수습생에게 부여된 과업이다.”--- p.81~82

“보통 몸을 예찬할 때 사람들은 운동선수나 모델의 이미지를 가져온다. 그런데 나는 반대로 ‘식물인간’에게서 우리 본성의 토대가 되는 것을 찾고, ‘식물인간’의 허약한 체질에서 우리 몸이 실현하는 기적의 대상과 몸이 재현하는 경이를 분감하게끔 하는 사고의 궤적을 발견한다. (…)
삶이 워낙 취약한 것인데도, 조만간 내 몸도 저와 똑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인데도, 나는 소박한 기쁨이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나, 나는 살아 있다. 그리고 아직 모든 것에 대항하여, 모든 것을 향하여 싸울 수 있다. 마지막 몇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저 살, 머지않아 감길 사랑하는 두 눈, 이미 모든 힘이 사라져버린 얼굴 위에 떠도는 일종의 미소는 내게 존경을 가르친다. 몸은 하나의 대상으로 축소되지 않는다. 대단한 노력을 지불하고 얻어낸 미소는 이미 멀리 있는 심장에서 나온다. 그 심장은 예전에 내 고난과 기쁨을 함께했다. 너무 빨리 죽음을 향해 가는 환자는 두려운 요구 사항을 내게 유산으로 남긴다. 내 몸을 누리라는 것이다.
‘식물인간’은 인간이라는 직업을 막 공부하기 시작한 수습생에게 항상 몸의 중요성을 의식하라고 강요하며, 몸을 거북함의 대상으로 삼지도 말고 경배의 대상으로 삼지도 말라고 권한다. (…)
비록 망가졌을망정 이 몸이 내게 탁월한 서비스를 베풀고 있다는 것을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식물인간’은 아예 결정적으로 내가 그걸 확신하게 한다. 나는 기뻐하면서, 내가 걸을 수 있다는 것의 가치, 말한다는 것의 기쁨, 어렵게나마 치약 뚜껑을 열 수 있는 행복, 기차에 올라탈 수 있는 행복을 식물인간 덕분에 가늠하게 된다.”--- p.83~87

“종종 나는 지름길 혹은 유추를 통해 나아가고, 투사하고, 변형하고, 타인의 자리에 나를 대입해본다. 위험은 분명하다. 그 위험이란 내 정신세계의 특성들을 남들에게 갖다붙이는 것이다. 누구든 각자는 역사의 결실, 특별한 체험의 결실이다. 다리는 저는 사람의 세계에서 보자면, 똑바로 걷는 사람이 비정상이다. 매사는 각자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 오랫동안, 나는 아이들이 반드시 한 가지씩은 장애―보이는 것이든 아니든―를 갖고 태어난다고 믿었다. 나는 첫 순간부터 내가 맺는 새로운 관계의 흠결을 감추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변형이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p.104~105

“사회의 눈으로 보면 사람들은 아직 모두 평등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떤 담론은 가난한 자, 장애인, 환자를 불행한 사람의 반열에 끈질기게 올려놓으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축구장에서 서로 갖겠다며 싸우는 저 빌어먹을 공 하나를 발로 차는 것조차 못하는 나는, 날더러 자살골을 넣었다고 말하는 사회를 비난하는 것을 거부한다. 내가 누구이기에 사회를 판단한다는 말인가? 나도 사회의 일원이 아닌가?
장애인하면 자동적으로 별로 부러운 팔자를 타고 나지 않았다고 은근히 암시하는 그런 생각을 우리는 깨부수어야 한다. 무관심한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고 흔들면서 자신의 취약함을 기쁨과 끈기로 받아들여야 할 책무가 있으며 생 앞에서 기쁘게 즐길 줄 아는 수많은 ‘다른’ 이들은 그 생각을 깨부수는 일에 공헌해야 한다.
잘 생각해보면 인간은 본성상 어떤 정의(定義)에도 어떤 규범에도 구속될 수 없지 않은가? 개개인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독특함에 있는 것 아닌가?”--- p.118~119

“실존의 비극적 측면은 무엇을 환기하는가? 경축하고 경축받을 일들은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민과 슬픔이 함부로 힘을 발휘하는 바로 그곳에 기쁨을 부여하는 것. 삶을 위해 투쟁하는 것, 경멸 속에 푹 잠겨 절어버리지 않는 것. 우리 조건의 수많은 소소한 기쁨들에 의지하는 것. 인간이라는 직업, 심각한 주제, 때로 엄중한 이 주제는 그러므로 지속적인 참여를, 세상에 새로운 시선을 던지고자 하는 경쾌함을 요구한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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