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브랜드의 라벨을 살펴보자. 언어는 시각언어와 문자 언어로 구분된다. ‘부채표’의 고유한 심볼(디자인), ‘Since 1897’(태그라인), ‘까스活활액’(브랜드 네임), ‘까스소화제의 원조’(설득 슬로건), ‘1965년 탄생’(태그라인), ‘까스명수’(브랜드 네임). 라벨을 구성하는 이런 언어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신은 어떤 언어에 더 끌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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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네 가지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 환경문제를 다룰 때는 비평가적 정신을 발휘하다가도, 자동차를 살 땐 환경과 무관한 ‘성공’이라는 이상적 가치로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다. 반찬을 살 때는 가성비를 따지는 비평가가 되었다가, 친구와 술을 마실 땐 흥청망청 쓰는 쾌락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사람은 하나의 논리로만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존재다. 거리의 간판에도 여러 얼굴이 있듯, 우리에게도 여러 얼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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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Luxury)는 라틴어 ‘룩수리아(luxuria)’에서 파생된 단어로, 룩수리아는 ‘넘침’, ‘과잉’을 의미한다. 럭셔리의 근본은 바로 이 ‘과잉’에서 비롯된다. 대부분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는 것을 ‘넘치게’ 신경 써주는 것. 옷의 봉제도 대충 할 수 있는데, 그 방향과 촘촘함을 보다 ‘더’ 신경 써서 만드는 것. 럭셔리 디자인을 위해서는 ‘넘치게’ 발전시켜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 발견하려는 호기심과 탐구정신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럭셔리의 본질은 ‘실험정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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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언에 따르면, 매슬로는 죽기 전 그의 5단계 욕구 피라미드를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믿음의 의미가 사라지고, 도덕성이 바닥을 치고, 이기심은 하늘을 찌르며, 자존감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삶의 목적과 가치가 사라져버린 20세기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통렬한 한탄이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인류에 영감과 울림을 준 많은 예술가들과 행동가, 지식인들은 언제나 ‘의미’가 먼저였고, 먹고사는 문제보다 ‘자아실현’이 더욱 중시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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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lution(혁명)’이라는 단어를 쪼개면 r, e, v, o, l, u, t, i, o, n 이라는 철자를 얻게 되고, 이 철자를 재배열하면 ‘to love ruin(파괴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구절을 얻게 된다. ‘혁명은 파괴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발생된다. ‘애너그램’은 다시(ana), 단어(gram)를 배치하여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으로 나아가는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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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저니에 ‘부탁’했다. “세상이 끝나는 날, 유령 같은 마을 분위기, 밤 시간, 사과나무를 그려줘. 르네 마그리트와 에드워드 호퍼의 풍으로, 초현실주의적으로!”
30초 정도가 지나자 다음과 같은 그림 4컷이 출력됐다. 이번에는 다른 부탁을 했다.
“베놈과 배트맨을 합쳐줘. 울트라 초현실주의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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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 겉과 속 색깔이 똑같은 과일이다. 표리부동하지 않다. 그러니 선비로서 마음의 ‘중심(中心)’을 잡아 ‘충(忠)’을 지키라는 상징이 된다. 또 감나무 잎은 넓어서 글씨를 연습하기 좋다. ‘문(文)’이 있다. 나무는 단단하여 화살촉으로도 쓰이니 ‘무(武)’를 겸비하고 있다. 신화에 의존해 사과의 의미를 규정지어온 서양의 스토리텔링과 감나무의 속성과 삶에서 감나무를 활용하는 방식까지 고려한 조선의 스토리텔링은 그 공감대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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