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19세기 연구자들에 의해 붓다에 관한 ‘신비’는 걷혔으나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무성해졌다. 그러는 사이에 새로 발견된 역사상 실존 인물로서의 붓다는 다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논쟁이 수그러들면서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갈 무렵에는 붓다가 역사상 실존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게 되었으며, 수많은 문헌들이 검토되고 붓다의 말씀은 체계적으로 정리되었다. 방대한 수의 문헌 가운데 삼장Tipitaka이라 불리는 빠알리어Pali 경전이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일반적으로 가장 오래되었다고 여겨지고 있다. 일부 산스크리트어 학자들은 동의하지 않지만, 빠알리어 경전이 각각 상응하는 산스크리트 경전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본다. 그래서 기번으로부터 한 세기가 좀 지난 후 빠알리어 학자인 리스 데이비즈T. W. Rhys Davids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었다. “고따마 붓다의 많은 심오하고 간명한 가르침들은 제자들이 후에 이러저러한 체계를 만든 것이 아니라, 붓다 당신이 몸소 세세한 부분까지 교리 전체를 정밀하게 다듬어 놓은 것이다. 심지어 근본적인 부분은 담마를 펴기 전에 잘 마련해 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 가르침을 펴면서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그 체계의 원리들과 세부 사항들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제자들에게 설명했고, 또 제자들이 정확히 알고 있는지 시험해 보았다. 마침내 뛰어난 제자들도 붓다와 마찬가지로 아주 미세한 형이상학적인 차이들을 구분하는 데 익숙해졌으며, 당시 인도 수행자들은 그들의 놀라운 기억력을 발휘하도록 훈련을 받았다. 이러한 사실들로 보아 그 후에 기록된 다른 종교의 기록들보다는 불교 경전의 교리 부분을 신뢰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일 것이다.”
---「머리말」중에서
“보살은 태어나자마자 바닥에 두 발로 우뚝 섰다. 그러고 나서 북쪽으로 일곱 발자국을 걸은 다음, 흰색 양산 아래에서 동서남북 사방을 살펴보았다. 그는 모든 중생의 스승다운 말씀을 하셨다. ‘나는 이 세상에서 으뜸이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수승하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앞선 자이다. 이번이 나의 마지막 생이다. 더이상 어떤 존재로도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1. 탄생 그리고 어린 시절」중에서
불안해하는 사끼야족에게 선인이 대답했다.
“예언하건대, 어떤 해악도 아기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고
어떤 위험도 왕자에게 닥치지 않을 것이오.
이분은 결코 두 번째 자리에 있을 수 없습니다.
이분은 최고의 진리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할 데 없는 순수함을 보는 이,
그분은 수많은 중생을 향한 자비심으로
법륜을 굴리고 청정한 삶을 널리 펼칠 것입니다.
허나 이제 살날이 얼마 없어
그러는 사이 나는 죽게 됩니다.
견줄 이 없는 영웅이 가르치는 선한 담마를 들을 수 없는 운명이지요.
하여 슬프고 그 상실감으로 괴롭습니다.”
---「1. 탄생 그리고 어린 시절」중에서
“취착에 근거한 다섯 쌓임인 오취온五取蘊에 관해서 그 ‘달콤함’과 ‘위험함’과 ‘벗어남’이 있는 그대로 그러하다는 것을 수승한 지혜로 알지 못했다면, 나는 신들과 마아라들, 범천들이 있는 세상에서 그리고 사문과 바라문, 왕자들과 인간들을 포함한 중생들 가운데서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無上正等覺]을 얻었다고 선언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오취온에 관해서 그 ‘달콤함’과 ‘위험함’과 ‘벗어남’이 있는 그대로 그러하다는 것을 수승한 지혜로 알게 되자마자, 나는 신들과 마아라들, 범천들이 있는 세상에서 그리고 사문과 바라문, 왕자들과 인간들을 포함한 중생들 가운데서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천명했다.”
---「2. 깨달음을 향한 노력」중에서
“감관을 완전히 제어하는 수행자는
한적한 거처에서 살아간다오.
출가한 이는 그런 데서 살아야만 하오.
그것이 출가자들에게 적절하기 때문이오.
사나운 짐승들도 많고, 두려운 일도 많고
해충과 뱀같이 기어 다니는 것들도 많지만
이러한 한적한 거처에 익숙해지면
성자는 머리털 하나조차 미동하지 않는다오.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흔들린다 해도,
모든 존재들이 두려움을 느낀다 해도,
사람들이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해도,
깨달은 이들은 세속적인 것들이나
존재의 기반을 결코 도피처로 삼지 않소.”
---「6. 아나아타삔디까」중에서
“사문이시여, 당신이 걸어가고 있으면서도 이미 멈췄다고
나에게 말하고,
이제 내가 멈춰 섰는데도 당신은 내가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문이여, 내가 당신께 묻습니다.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어떻게 당신은 이미 멈췄고, 나는 멈추지 않았다는 겁니까?”
“앙굴리마알라여, 여래는 영원히 멈추었소.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 대한 폭력을 그만두었으므로.
그러나 그대는 그 어떤 생명에 대해서도 폭력을 자제하지 못하오.
이것이 바로 여래는 이미 멈추었고,
그대는 멈추지 않았다고 하는 이유이오.”
“참으로 오랜 끝에야 제가 존경하는 성자,
위대한 사문께서 이 거대한 숲에 나타나셨습니다.
담마를 설하시는 당신의 게송을 들었으니
저는 모든 사악함을 영원히 버리겠습니다.”
---「9. 깨달으신 후 초기 20년」중에서
“아아난다여, 그대는 믿음을 갖고 그렇게 말하는구나. 여래는 여기 비구들의 승가에는 붓다와 담마와 승가와 수행과 수행법에 대해 의심을 갖는 비구는 아무도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이 5백 명의 비구들 중에 가장 뒤늦은 자가 예류과이다. 그는 더 이상 파멸처에 떨어지지 않고, 올바름에 듦이 확정되어 있고, 완전한 깨달음에 이를 것이다.” 그러고 나서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여래가 진정으로 그대들에게 말하노라. 생겨난 것은 무엇이건 모두 사라진다오. 방일하지 말고 힘써 정진하시오.”
---「15. 마지막 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