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물리치료연맹(World Confederation for Physical Therapy; WCPT)에서 말하는 물리치료 정의를 좋아한다. “물리치료사는 사람들의 최대 움직임과 기능적 능력을 발달, 유지 및 회복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리치료사는 노화, 손상, 질병, 장애, 건강 상태 또는 환경 요인으로 발생하는 움직임과 기능이 위협받을 때 삶의 모든 단계에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물리치료사는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웰빙(Wellbeing)을 고려해서 사람들의 삶의 질을 극대화하도록 돕는다. 물리치료사는 증진, 예방, 치료 중재 및 재활의 건강 영역에서 일한다.” 물리치료사의 정의와 업무 범위를 정확하게 담았다고 본다.
--- 「물리치료의 영역과 정의」 중에서
치료 과정은 크게 ‘관찰 → 평가 → 치료중재 → 재평가’로 이어진다. 실제 치료 과정은 훨씬 광범위하지만 여기서는 4단계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더 세부적으로 나눌 수도 있지만 큰 범주에서 보면 그렇다. 예를 들어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은 치료 과정에서 기초이자 큰 틀이 된다. 즉 모든 과정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이때 각각의 과정은 떨어져 있기보다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치료 과정의 4단계 안에 학교에서 배운 전공과목이 어떻게 녹아 있는지 살피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치료의 시작은 누가 뭐래도 관찰이다. 관찰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환자가 들어오는 순간 그의 표정, 체형, 걸음걸이, 의상, 신발 형태 등 외적인 모습을 관찰한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관찰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런 관찰이 환자가 가진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게 해주는 핵심이 되는 경우도 꽤 있다. 관찰 영역에는 해부학, 운동학, 기능해부학, 질환별 물리치료학 등이 총동원된다. ‘치료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과목도 관찰에 포함되고, 평가, 치료 중재법과도 연결된다. 때론 물리치료학에서 벗어나 다른 학문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와 성과를 낼 때도 있다. 평가는 환자가 겪는 통증과 불편함을 포함해, 그가 가진 질환 정보를 토대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적합한 검사를 하거나 측정하는 과정을 이른다. 이러한 평가는 관찰 이후 아주 중요하다. 평가가 없다면 치료라 불릴 수 없기 때문이다. (……) 평가를 통해 목표, 계획을 세운 후 적절한 방법을 결정하고 치료한 다음에는, 반드시 재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재평가를 해야 처음 내린 평가가 맞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환자를 치료하기 전과 후를 비교하며 설명해야 한다. 물리치료사가 평가를 하지 않는다면, 치료라는 단어는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다 해도 평가내리는 것은 꼭 기억하자. 한편, 평가와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여러 번 반복해서 익히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근육 길이 검사를 위해 스트레칭을 했는데, 근육이 짧아 다리의 각도가 정상범위에 이르지 못했다 치자. 이 경우 해당 근육을 늘리면서 평가하기에 치료법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평가와 치료는 여러모로 떼려야 뗄 수 없다.
--- 「치료 과정」 중에서
물리치료사는 전문직이다. 15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유망한 직업 중 하나이다. 4차 산업시대를 관통하는 요즈음, 우리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통해 자동화된 시스템이 늘어나는 가운데 빠르고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없어질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물리치료사는 AI와 로봇에 대체될 수 없는 직업이다. AI와 로봇이 사람처럼 정교하게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탓이다. 예를 들어, 손가락 같은 작은 관절을 움직이거나 깊은 속근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교한 동작은 로봇이 해낼 수 없다. 환자에 대한 공감 능력, 이야기를 나누며 느끼는 미세한 차이 같은 것은 AI와 로봇이 감지하기 어렵다. 이렇듯 물리치료사는 외적으로는 ‘면허증’을 가진 직업인으로, 내적으로는 AI와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전문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다른 사람이 쉽게 할 수 없는 기술을 익혀 인정받으면 자존감도 올라간다. 내게 치료받는 환자 중에도 진지하게 이 직업에 대해 물어보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중 물리치료학과에 진학한 사람도 있다. 뉴스 기사에서도 박사 학위가 있거나 유명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물리치료학과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하곤 한다.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뛰어들만큼 유망한 직업이라는 뜻이다.
--- 「직업에 대한 자부심」 중에서
치료 전 평가에서는 차트에 기록된 인적 사항이나 진단명을 살펴야 한다. 이때 특이사항과 관련된 내용을 꼭 확인한다. 환자가 치료실에 들어오면 관찰이 시작되는데, 환자에게 개방형 질문을 통해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더 얻는다. 평가 기록은 직장마다 쓰는 평가 양식이 있으므로 이를 사용한다. 평가 양식 항목이 부족하면 추가로 작성한다. 간혹 평가 양식이 없는 경우에는 업무에 맞는 평가 양식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된다. 치료 전 평가에는 인적 정보, 진단명과 관련된 과거 치료 이력, 수술 이력, 만성 질환, 주 호소, 자세, 시각통증척도(VAS), 관절가동범위(ROM), 맨손근력검사(MMT), 신경학적 검사, 특별 검사(special test) 등이 포함된다. 시각통증척도(VAS)는 통증 정도를 숫자로 표현하는 평가표로 ‘0’은 통증 없음, ‘10’은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나타낸다. 관절가동범위(ROM) 평
가는 인체의 각 관절을 능동 또는 수동적으로 가동범위를 각도계(goniometer)를 이용해 측정하는 방법이다. 맨손근력검사(MMT)는 치료사의 손을 이용해 환자 근력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평가를 다 할 수 없을 때는 주 호소와 관련된 꼭 필요한 검사들만 진행한다. 예를 들어 팔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면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에서 평가한다. 통증 느낌과 어떤 자세에서 제일 아픈지 물어본다. 통증의 정도와 어떤 동작이나 자세에서 현재 상태보다 좋아지고 싶은지 확인한다. 평가를 할 때는 아픈 쪽만 하는 게 아니라 양쪽을 비교해야 한다. 어깨 관절은 팔을 위로 들어 올리는 굴곡, 바깥으로 벌리는 외전, 안팎으로 회전하는 내?외회전 관절가동 범위(ROM)를 재고, 가동 범위 각도에 따른 맨손근력검사(MMT)를 측정한 다음, 증상 유발을 통해 감별해 검사하는 특별 검사만 추가한다.
--- 「평가를 위한 소소한 노하우」 중에서
환자가 치료실 밖에서, 즉 직장이나 집 혹은 출퇴근길에 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알려주고 운동과제를 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과제를 내준다고 해서 환자 모두가 열심히 하는 건 아니다. 경험상 10명 중 1~2명이 할까 말까다. 그래도 10명 중 1명이 과제를 해서 더빨리 회복할 수 있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어떻게 하면 치료실 밖에서 잘할 수 있게 과제를 내줄 수 있을까? 먼저, 생활습관에 해당될 경우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이야기한다. 일종의 세뇌 작전이다. 본래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의식할 때까지 말하고 또 말한다. 예를 들어 다리를 자주 꼬는 여성에게 다리 꼬면 골반과 척추가 틀어져서 나을 수 없음을 말한다. 치료 전에 이야기를 하고 치료 중과 후에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확인을 받는다. 안 좋은 습관에 대해 상담부터 치료하는 도중까지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준다. 어떨 때는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들어서인지 환자가 먼저 이야기한다. 환자가 내 말을 기억하고 말하면 뿌듯해진다.
--- 「과제 내주고 반복 확인하기」 중에서
백세 시대는 운동치료와 퍼포먼스 향상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생활하길 바란다. 아픈 사람만 치료하고 회복시킨다는 생각이 아닌 삶의 모든 과정에서 치료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로 어떻게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유아, 어린이는 놀이 위주의 운동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소아재활에서 운동 치료를 하는데 이를 토대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청소년기에는 체형교정과 학생 체력 증진 프로그램도 제공할 수 있다. 2030세대는 체형교정, 다이어트 등 건강과 미용 증진 목적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4050세대는 만성질환과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시기라 무리하지 않는 운동이 유용하다. 6070세대는 낙상 예방을 위해 균형운동을 필수로 넣고 근력 운동을 보강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체력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이 외에도 생애주기별로 개인 목표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 「역할이 늘어날 치료사 분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