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결과, 댁의 아드님은 사실을 이해하는 능력이 또래 아이들보다 떨어집니다. 또한 말하는 능력도 많이 뒤쳐지는 걸 보니 언어 장애도 의심이 됩니다. 그리고…….”
말을 하던 상담사는 빅터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턱으로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넌 밖에 나가서 기다리고 있을래?”
상담사의 말에 빅터는 아빠를 올려다봤다. 아빠는 어두운 표정으로 검사 서류를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었다. 빅터는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왔다. (중략)
“빅터야.”
빅터는 아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아빠는 무언가 결심을 한 듯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한쪽 무릎을 꿇어 빅터와 눈높이를 맞추고는 말했다.
“저런 여자의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 누가 뭐래도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그렇지?”
아빠는 화를 내지도 않았고 야단을 치지도 않았다. 빅터는 아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굳은 표정의 아빠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는 빅터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는 혼자 호숫가로 걸어갔다. (중략) 한참 후에야 아빠는 고개를 돌려 빅터를 바라보았다. 빅터는 입술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혀로 닦아내다 깜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빅터, 괜찮아. 넌 잘못한 게 없어.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마.”
아빠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제야 빅터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넌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구나. 정말 대단해.”
“대, 대단하지 아, 않아요. 저, 저는 바, 바보니까요.”
빅터는 땅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누가 그래? 네가 바보라고?”
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모, 모두 저, 저를 바, 바보라고 부, 불러요. 그, 그리고 노, 놀려요. 의자에 이, 잉크물이 든 푸, 풍선 가, 같은 걸 오, 올려놓고…….”
“저런, 그래서 바지가 엉망인 거니?”
빅터는 바지에 묻은 잉크 자국을 손으로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은 허리를 숙여 빅터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빅터, 내 눈을 보렴. 그리고 내 말 잘 들어. 너는 절대 바보가 아니야.”
선생님은 나뭇가지 하나를 들어 저 멀리 던졌다.
“나뭇가지를 던지거나 부러뜨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어. 그렇지만 나뭇가지로 이렇게 훌륭한 모양들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란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절대 바보가 아니야. 알았지?”
빅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튜어트 선생님은 그런 빅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빅터, 근사한 청년이 됐구나.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단다.”
레이첼 선생님은 빅터를 보자마자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로라는 빅터가 애프리에 입사하게 된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늘어놓았다.
“빅터, 정말 대단하구나.”
선생님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빅터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그, 그렇지만 저는 자, 자격이 없어요. 저는 주, 중학교도 못 나온…….”
“빅터, 애프리에서 일류대학 출신을 뽑을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런 광고판을 만들지 않았을 거야. 애프리는 공부만 잘하는 사람보다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고 있는 거란다.”
로라와 빅터, 레이첼 선생님은 차를 마시며 한참 동안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세상에 완벽하게 준비된 인간은 없어. 무슨 일이든 해 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쳐 보렴. 로라, 빅터, 너희들은 잘할 수 있어. 자신을 믿어보렴.”
레이첼 선생님은 로라와 빅터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도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면 재능을 펼치지 못합니다. 자신이 말굽밖에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말굽밖에 되지 못하고, 바보라고 생각하면 진짜 바보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숫자로 평가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보지도 않고 절대 자신의 능력을 미리 판단하지 마십시오. 자신을 믿으십시오. 스스로를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행동도 위대하게 변할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