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랬으니 누구를 탓하랴. 나의 거울인 직원에게 서운해하기 전에 차라리 사장의 본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발전적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산자와 무산자라는 계급이론의 시대는 아니더라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장과 직원의 거리를 좁히려면 차마 말할 수 없었고 들킬까 봐 부끄러웠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뜻은 다른 것이었던 그 모든 이야기를 솔직하게 터놓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했다. 그런 고백의 과정 속에서 직원은 저 멀리 나와 등을 돌리고 있는 사장에게 인간적인 동질감을 느낄 것이고 그 동질감 이후에 둘은 같은 언어로 소통을 시작할 것이며 직원에게 그 소통은 처세라는 용어로 대체될 수 있는 지혜가 될 것이다.--- 들어가는 글 /p.7
한때 일에 미친 적이 있다는 사실. 그것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지휘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보검寶劍이 된다. 이를 다른 말로 자신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감으로 충만한 사장들은 칭찬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아주 드물게 어느 똘똘한 직원에게 “자네 실력 대단하군”이라며 말의 성찬을 차려주더라도 그 뒤에는 ‘내 젊었을 때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쩜쩜쩜’이 생략되어 있다.
따라서 사장에게 칭찬받은 직원이라면 사장에게 특정한 화제에 관한 의견을 말하거나 특히 조언을 해야 할 때, 스스로 발언의 범위나 수위를 잘 조절할 필요가 있다. … (중략) …사장의 칭찬에 취해 회사의 어제를 온통 부정하거나 저평가하는 발언, 더 나아가 사장의 능력을 늙은 가수의 철 지난 유행가에 빗대어 비꼬는 유머 따위는 절대로 꺼내서는 안 될 말들이다. ---1장_“말이 그렇다는 거지, 뜻이 그러나?”사장의 본심/pp.18-19
본질적으로 사장은 직원들이 오래오래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을 미덥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자신보다 직원들이 늦게 퇴근해야 본전 생각나지 않는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 (중략) … 어느 날 먼저 퇴근한 사장이 밖에서 약속을 끝내고 사무실에 두고 온 무언가가 생각나 회사에 들어왔을 때, 밤 8시도 안 됐는데 회사에 불이 홀랑 꺼져 있으면 사장의 마음속에는 서운함의 불이 찰칵 켜진다. ‘자기들이 무슨 공무원이라고. 요즘에는 공무원도 이러지 않는다’며 이런 방만한 직원을 믿고 어떻게 회사를 끌고 나갈 것인지 한숨을 쉰다. 그 불편한 심기는 다음날 임원회의에서 고스란히 표출된다.---1장_“말이 그렇다는 거지, 뜻이 그러나?”/pp.41-43
비단 신입사원이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급속히 스윙감을 깨우친 야구선수처럼 별로 눈에 띄지 않다가 만루홈런 급의 영업실적을 올리거나 대박 기획아이템을 터뜨리는 직원도 있다. 이른바 ‘능력의 전당’에 등극하는 순간인데 사람들은 이때 수군대며 진급의 에스컬레이터를 탔다거나 미래가 비단길이라며 이들에게 은근한 시기의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사장들은 이들을 어떻게 볼까?
담담하게 본다.---1장_“말이 그렇다는 거지, 뜻이 그러나?”/pp.70-71
모두에게 폭탄으로 보이는 직원이 회사에서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이유를 같은 직원의 눈높이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 그 폭탄이 있음으로써 그 아래에 있는 직원들이 오히려 하나로 뭉치고 있다는 것, 그 폭탄은 지나치게 잘나가지만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누군가의 백업용이라는 것, 최소한 그 폭탄은 일의 속도가 느리더라도 회사가 휘청거리는 위기의 순간에 끝까지 회사를 지킬 거라는 것, 그 폭탄은 오히려 그 많은 단점으로 인해 자신을 숙이고 회사에 충성을 다할 것이라는 판단을 어떻게 사장이 아닌 동료들이 할 수 있겠는가.--- 2장_사장에 대한 오해와 편견/pp.98
세상에 선물 싫어하는 사람 없다고 하물며 아랫사람의 손바닥 비비는 소리에 달콤함을 느끼지 않는 상사는 없다. 그 비빔질이 세련됐고 노련하며 우아하기까지 하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무기이자 재능이다. 나처럼 아예 그것에 콤플렉스를 느꼈던 상사는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는 부하의 장점으로, 반대로 그것을 너무 잘해왔던 상사는 당연한 부하의 자세로 그 무기를 인정할 것이다.
그러므로 예스맨이 상사를 우쭐하게 한다는 것은 시대불문 회사불문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예스맨의 범주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고 받아들이며 외적으로 반응할지는 철저하게 윗사람의 자질과 품성 문제일 테고. ---3장_사장에게 미움받는 방법, 사장에게 예쁨 받는 방법/p.157
이러하니 설령 미드를 못 보고 개 끌려 나오듯 나왔더라도, 그리하여 앞에 가는 사장의 궁둥이에 벼락이라도 꽂혔으면 하는 증오심이 등산 내내 솟구치더라도 이왕 간 산행에서는 철저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씩씩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예쁨 받으며 월급 받는 자의 마땅한 행동양식이다. 아주 발랄하고 힘 있게 워킹을 하며 등산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당신 사장의 마음속에는 건강한 젊은이를 향한 호박 같은 믿음 덩어리가 뭉근하게 생겨날 것이다.
그러니 면접자리에서나 사장과의 술자리에서 “자네, 등산 좋아하나?”라는 질문을 받거들랑 주저 없이 우렁차게 준비된 대답을 발사하라.
“그렇습니다. 제 부친은 심마니셨고 조부는 땅군이었습니다!”
희한하게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사람에게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동질감과 신뢰를 갖게 된다는 사실, 당신의 처세목록에 밑줄 한 줄 그어도 좋을 팩트이다.---3장_사장에게 미움받는 방법, 사장에게 예쁨 받는 방법/p.178
만일 사장에게 휴가계를 내야 한다면, 사장에게 급여인상을 요구하고 싶다면, 사장에게 결재처리의 간소화를 기안하고자 한다면, 사장에게 회사복지의 개선을 요청하려고 한다면, 바로 월급 후 일주일을 노리라는 것이다. 오너 우울증은 조울증과 같다. 죽을 것 같이 우울한 월급날을 지나게 되면 나머지 일주일은 조증의 랄랄라 기간이다. 이때 사장은 갑자기 대인배가 되어 웬만한 직원들의 부탁은 다 들어주게 마련이다.---4장_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사장 심리 이해하기/pp.201-203
숨 막힐 듯 조여오는 회사의 규칙과 상사의 압박, 소모품으로 전락되는 것 같은 자신의 미래가 너무 불안해서 프리랜서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최소한 프리랜서라는 단어에서 뿜어나오는 언어적 달콤함에 너무 현혹되는 것은 스스로 경계하기 바란다.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때 독립하라. 젖과 꿀만이 흐르는 프리랜서동산은 지구에 없다. 조직과 함께 늙는다는 것이 얼마나 안전한 일인지는 조직을 벗어난 사람만이 안다.---5장_계급장 떼고 털어놓는 사장의 조언/p.240
회의가 해결이 아닌 소통이 되기 위해서라면 직원의 하소연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능한 심리상담사 또는 정신분석가들은 내담자가 편하게 자기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사람들이지, 자기 지식을 달변으로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회의공간에서 직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든 윗사람은 묵묵히 들어주고 공감의 반응을 보여주어야 한다. 비단 그것이 당장의 전력적인 해결책은 아니라 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은 훨씬 많다. 직원들이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고, 직원 역시 자기가 스스로 했던 말을 자기 귀로 다시 들으며 자기 객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바로 이것이 회의의 미학이다. 그리고 그것이 소통이다.
---5장_계급장 떼고 털어놓는 사장의 조언/p.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