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이야?"
유지가 물었다.
있지, 엄마가 죽었을 때, 친척들이 모두 말했었지? 엄마는 유지의 마음속에 있단다, 라고.
"응."
그러니까 그 별은 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사는 곳이야. 누군가가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는 한, 그 사람은 그 별에서 살 수 있어.
"누군가가 그 사람을 잊어버리면?"
흠, 그러면 그 사람은 그 별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지.
그때는 정말로 '안녕'인 거야.
마지막 밤에는 친구들이 모두 모여 안녕 파티를 한단다.
"케이크도 먹어?"
그렇지, 케이크도 먹어.
"연어 알도 먹어?"
음, 연어 알도 있지.
(유지는 연어 알을 좋아한다.)
"그리고 또..."
뭐든 다 있어. 그건 걱정할 거 없다니까.
(중략)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 같은 거. 답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거든. 그래서 그쪽 별에 가서도 계속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엄마도?"
아냐, 엄마는 유지를 생각하고 있지.
"그런 거야?"
그럼. 그러니까 유지도 내내 엄마를 잊지 말아야 해.
"잊지 않아."
근데 너는 아직 어려. 엄마와 겨우 5년밖에 함께 살지 못했으니까.
"응."
그러니까 아빠가 이야기 많이 해줄게. 엄마가 어떤 여학생이었는지, 어떻게 아빠를 만나고 어떻게 결혼했는지, 그리고 유지가 태어났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응."
그리고, 그 이야기를 오래오래 기억해줘.
아빠가 그쪽 별에 갔을 때 엄마를 만나기 위해서는 네가 꼭 엄마를 기억하고 있어줘야 하거든.
무슨 말인지 알았니?
"응?"
아이, 됐어.
--- pp. 7~8
유령인 아내에게 욕정을 품는다는 건 과연 옳은 일일까?
이것은 상대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즉 내가 그런 욕구를 품게 된 것은 그녀에게 그런 분위기가 농후했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라는 것은, 그녀가 유령이면서도 몹시 탐스럽고 건강한 육체를 가졌다는 것. 그것은 예의 화학물질과 마찬가지로 여성이 남성을 향해 호소하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여기 봐. 나는 이렇게 성숙해 있어. 언제라도 당신의 아이를 낳을 수 있어.
불룩한 가슴이며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가 '나한테 맡기셔!'라고 웅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유령이다. 유령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쩌자고 그토록 요염한 것인가.
--- 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