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7년 05월 12일 |
---|---|
쪽수, 무게, 크기 | 446쪽 | 617g | 153*225*26mm |
ISBN13 | 9788984458703 |
ISBN10 | 8984458708 |
중고샵 판매자가 직접 등록/판매하는 상품으로 판매자가 해당 상품과 내용에 모든 책임을 집니다.
발행일 | 2017년 05월 12일 |
---|---|
쪽수, 무게, 크기 | 446쪽 | 617g | 153*225*26mm |
ISBN13 | 9788984458703 |
ISBN10 | 8984458708 |
그녀는 배려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현지 언어에 능숙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처음인 해외여행의 동행을 청한 까닭은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유능한 가이드 덕에 첫날부터 여행은 순조로웠다. 길을 잘못 든다거나, 무언가를 잃어버린다거나, 현지인과 말썽이 생긴다거나. 당시에는 당황스럽겠지만 지나서 보면 소소한 얘깃거리가 될만한 무엇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정해진 시간에 계획했던 장소에 갔고, 때가 되면 근방의 맛집을 찾아 끼니를 챙겼다. 처음부터 딱히 특별한 목적이 있어 떠난 여행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너무 밋밋했다. 시행착오가 없어 생각보다 훨씬 여유있게 숙소에 체크인하고, 가벼운 음주 후 다음날 일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이것마저도 너무 FM이었다….) 나는 바로 잠들지 못했다. 아무리 예정과 다르지 않은 여행이었대도 타지였고, 처음 해외 여행을 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만큼 불안도 있었던 것 같다. 다소 심심하게 흘러가는 일정에 대한 고민까지, 겉보기에 평탄했던 하루의 면면이 나를 뒤척이게 했다. 결국 일어나 앉았지만 동행인은 이미 깊이 잠든 뒤라 불도 켜지 못하고, 그날 찍은 사진을 뒤적거리던 내 눈에 닿은 건 그녀가 풀어놓은 짐 끝에 놓여있던 『야간비행』이었다. 반가웠다. 그 몽환적이고 외로운 정서에 대책없이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이게 도대체 여기에 왜 있나, 하는 마음으로 펼쳐 들었다. 홀로 사막위로 날아가는 비행사를 따라서, 내가, 평소의 나로 돌아가는걸 알았다. 이튿날엔 종일 비가 내렸다. 겨울로 들어서는 계절이었던 걸 생각하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비는 충분히 당황할만했지만, 여행은 여전히 -혹은 다른 의미로- 괜찮았다. 생각해보면 평소에도 그다지 요란한 편이 아닌 내가 그렇게 심심하게 여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후로 나는 여행을 갈 때 항상 책을 챙긴다. 짐을 많이 가져가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짐을 다 싼 뒤에 넣으려고 하면 이상하게 책 한 권을 넣을 자리도 없어서 항상 제일 처음 책을 골라 넣는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딱히 없다. 다만 내가 상상하는 그곳의 ‘정서’와 맞을만한, 가능하면 부피가 작은 책을 고른다. 물론 가져간 책을 한 장도 펼쳐보지 않는 여행도 있다. 하지만 여행에서도 쉼표는 필요하니까. 그 ‘쉼’의 자리에 가장 익숙한 것, 잘 아는 것을 두는 것이 내가 책과 함께 여행하는 방식이다. “여행과 독서는 상당히 미묘한 관계다. 독서는 여행을 떠나기 아주 오래 전 시작된다. 심지어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이미 시작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 독서는 여행이 끝났다고 해서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단언하건대, 여행지에 관한 독서는 여행을 끝마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행지에 관해 여행 전에 읽는 것은 상상에 지나지 않고 여행하면서 읽는 것은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독서로 촉발되고 책으로 마침표를 찍은 후, 그에 그에 대한 여운까지를 여행의 과정으로 보는 이 저자의 방식과는 약간 결이 다르지만, ‘책과 함께라면 그곳에 대해 잘 아는 친구가 내 곁을 지켜주는 기분’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이나마 짐작이 간다. 나의 경우라면 낯선 곳에서 ‘나’를 잘 아는 친구가 내 곁을 지켜주는 기분이 된다고 할까. 아니, 굳이 여행까지 가서 고집스레 ‘나’로 남으려고 하는 내 방식을, 그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그는 눈으로 본 것을 몸으로 직접 겪어냄으로써 자신의 삶을 확장한다. 에밀리 와이즈 밀러의 여행기에서 피렌체 중앙시장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를 읽고, 직접 주문해보고, 그것을 먹는 과정은, 흔히 하는 여행지의 맛집을 다녀왔다는 인증과는 다르다. “네르보네는 단순한 샌드위치 가판대가 아니다. 그곳은 접촉 스포츠의 현장이다.”라는, 셀 수 없는 ‘누군가’들이 그냥 지나친 극히 짧은 문장을 통해 상상하고, 실행하고, 그래서 겪은 것으로 그 샌드위치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다. 그곳에 대한 글을 읽는다거나, 소설가의 묘사, 탐험가 혹은 문학가의 발자취에서 얻는 아주 작은 힌트가 이끄는 대로 떠나 타인의 인생을 상상해 보는 것, 그리고 그 타인의 시선으로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는 것. 그 떠남과 돌아옴의 반복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좀더 재미있게 만들었는가를 증거하는 이 책은, 그래서 나같이 심심한 사람에게 단순한 여행의 소품으로서의 책읽기보다는 좀 더 능동적인 『여행과 독서』를 궁금하게 한다. |
배송 구분 |
판매자 배송
|
---|---|
배송 안내 |
|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방법 |
|
---|---|
반품/교환 가능기간 |
|
반품/교환 비용 |
|
반품/교환 불가사유 |
|
소비자 피해보상 |
|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