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정 (sbbonzi@yes24.com)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비단 특정 사람만이 갖는 별난 감정은 아닐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바이고, 자기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을 바탕으로 생기는 정상적인 감정이다. 자존감이 아주 낮아 보이는 사람도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어떤 모습들이 예를 들면, 공부를 못한다거나, 부모의 기준을 넘지 못하거나, 칭찬을 많이 듣지 못해서,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나는 못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굳어진 것일 뿐이다.
펀치넬로는 이런 우리의 낮은 자존감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어느 특별한 한 마을. 엘리라는 목수 아저씨는 저마다의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작은 나무 사람들 웸믹을 만든다. 제 각각 다른 모습과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마을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살았다. 그들이 눈을 뜨고 매일매일 하는 일은 서로에게 표를 붙이는 일이다. 금빛 별표와 잿빛 점표를 붙이면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금빛 별표는 잘난 사람들의 상징이었고, 잿빛 점표는 별볼일 없는 사람들이었다. 언제나 점표를 받는 펀치넬로는 밖에 나가는 일이 점점 두려워졌다.
남들처럼 높이 뛰어보려다가 넘어져서 점표를 받고, 넘어지면서 난 상처에 더 많은 점표를 받고, 왜 넘어졌는지 설명하려다가 말투가 우스꽝스럽다고 또 다시 점표를 받게 된다. 사람들은 펀치넬로를 보면서 손가락질 하고 수군덕대고 흉을 보았다.
온 몸 가득 붙은 잿빛 점표는 그 색깔만큼이나 펀치넬로를 우울하게 만들었고, 어울리는 친구들 역시 잿빛 점표를 붙인 같은 사람들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펀치넬로는 루시아를 만나게 되면서 모든 게 달라진다. 지금 껏 만났던 그 누구와도 다른 모습을 지닌 -루시아는 별표나 점표가 하나도 없었다- 루시아는 다른 사람들이 별표나 점표를 붙이면 그것이 이내 떨어지고 만다. 의기소침해 하던 펀치넬로에게 루시아는 그 비결이 목수 아저씨를 만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자기를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던 펀치넬로는 용기를 내어 엘리 아저씨를 찾아간다. 펀치넬로는 몸에 덕지덕지 붙은 점표들이 부끄러워 변명을 해대지만 아저씨는 인자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해 주신다.
“누가 너에게 별표나 점표를 붙였지? 너와 똑같은 웸믹, 나무 사람들이야. 펀치넬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단다. 난 네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해"
자신이 너무나 별 볼일 없고,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다고 여긴 펀치넬로에게 엘리 아저씨는 지금까지 한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다.
“그 표는 네가 붙어있게 하기 때문에 붙는 거란다. 이제부터 날마다 날 찾아오렴. 네가 널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게 될 테니까"
자신에게 끊임없이 아주 특별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몸에는 더 이상 점표가 붙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루시아처럼 자유롭고 자신감있게 세상을 살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끊임없는 애정의 원천이 되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남편이 될 수도 있고, 꼬마적부터 지내온 친구일 수도 있고, 그리고 부모님이나 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우선은 자신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나는 나'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특별하다는 사실을 수긍하는 것이다.
사회라는 울타리안에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은 나를 어리석고 능력없고 그저그런 사람으로 만들지만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대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사람들은 아주 작은 실수하나에도 마치 엄청난 일을 저지른 사람으로 평가의 자를 들이댄다. 또 그게 마땅한 결과인양 여기지만 우리는 엘리 아저씨의 말을 먼저 들어야 할 것 같다.
실수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누구도 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은 그게 무엇이 됐든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가끔 사람들의 모든 손가락질과 수군거림이 자신을 향하고, 스스로 조차로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을 땐 이제 저 언덕 너머에 사는 엘리 아저씨에게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그럼 아저씨는 언제나 그렇게 대답을 해 주실 것이다.
“내가 너를 만들었고, 넌 아주 특별하단다. 나를 결코 좋지 못한 나무 사람을 만든 기억이 없어"
그럼 그 순간 나를 괴롭히던 그 잿빛 점표가 내게서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그럴 것이다. 틀. 림. 없.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