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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정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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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정치하겠습니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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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140*210*20mm
ISBN13 9791158492304
ISBN10 115849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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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청와대 전속 사진사를 구한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전임자가 사정이 있어 급하게 사직을 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지원자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당장 사진기자단에 적임자를 추천해달라는 주문이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자리는 정말 ‘고생문이 훤한’ 자리였더군요. 그냥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버리고 봉사한다는 생각을 하고 들어가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 p.62

제가 알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님은 스스로 규칙을 지킬 뿐만 아니라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분이기도 했습니다. 잘못을 지적하고 나무라고 설득하는 분이었습니다. 말로 해서 안 되면 시비라도 걸어야 하는 분입니다. 그래도 안 되면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분이지요. 필요하다면 기꺼이 ‘모난 돌’이 되기도 했던 어른입니다. 점잖은 척, 고상한 척, 신사인 척하면서 뒤로 숨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분이었다고 저는 기억합니다.
--- p.85

제가 노무현 대통령님의 전속 사진사로 인연을 맺은 뒤로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제가 겪은 정치편력이라면, ‘청와대→국회→정당’이었습니다.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과 통치를 먼저 배우고, 입법과 정치를 학습하고, 정책과 정치의 작동 과정을 배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당→국회→청와대’ 순서였다고 해서 더 옳았으리라는 보장도 없지요. 무엇보다 그랬다면 제가 대통령님으로부터 ‘특별과외’를 받는 혜택(?)은 못 누렸을 테니까요.
--- p.191

중요 사건이 터지면 하루 종일, 아니 이틀이고 사흘이고, 때로는 기약 없이 현장에서‘버티기’를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대도 쉽지 않고 전적으로 혼자서 감당해야 하지요. 누구든 사나흘쯤 지나면 너나없이 노숙자의 행색이 되어 버텨야 했습니다. 그러니 현장에서 살고 죽어야 하는 사진기자, 특히 저처럼 갓 입사한 초짜 처지에서는 그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했지요. 일종의 의무였습니다.
--- p.252

이때 익힌 프로세스도 제 삶의 방식에 크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뒷날 제가 ’코픽스‘라는 회사를 경영하면서도 그랬고 선거 현장을 총괄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리 원칙과 기준이 중요하더라도 현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세상에 완벽한 기획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기획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는 그 현장만의 특유한 맥락이라는 게 있다는 것이지요. 굳이 말하자면, 현실을 논리나 이론에 꿰맞출 수는 없는 것이지요. 학습과 이론이 소용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학습이 그냥 ’책상물림‘ 수준에서 멈춘다면 그동안 배운 게 아까워서 그렇습니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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