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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서기실의 암호
중고도서

3층 서기실의 암호

: 태영호 증언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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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766g | 152*220*35mm
ISBN13 9788965236504
ISBN10 896523650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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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만경대구역에 하루가 다르게 조성되는 축전 거리를 보면서 나는 사회주의 조국에 내 뜨거운 젊음을 바치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무리한 축전 준비의 후유증으로 북한 경제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는 것을, 그 부담이 동구권 붕괴와 맞물려 ‘고난의 행군’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그때는 모르고 있었다. --- p.18

이 무렵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었다. 외교관 월급도 몇 달씩 밀릴 때다. 김흥림 대사는 “조국이 이처럼 어려운데 조국에 손만 내밀 수 없다. 우리가 자체로 ‘외화벌이’를 하여 대사관을 운영하고 시설도 보수하자”고 나섰다. 스웨덴 전문가였던 그는 평양에 있을 때 나의 직속 상사이기도 했다. 외무성 국장을 할 때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성품이 아니었다. 불가능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김흥림 대사는 담뱃값이 비싼 스웨덴의 실정에 착안했다. 발트해 주변 국가에서 눅은(싼) 담배를 밀수해 스웨덴 밀수조직에 넘기기로 했다. --- p.89

북한은 해외 주재 외교관의 의료비를 국가가 부담해 주지 않는다. 입원비와 수술비는 자비 부담이다. 그러므로 해외발령을 받기 전에 건강검진을 대단히 깐깐히 한다. 병이 있거나 건강이 좋지 못하면 해외에 나가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해외에 나가야 돈을 좀 벌 수 있으므로 외교관들은 건강이 나빠도 병이 없는 것으로 문건을 위조한다. --- p.114

외교관이 자녀와 함께 해외로 나가려면 복잡하고 치밀한 간부사업(인사검증)을 거쳐야 한다. 우선 자녀를 데리고 나가야 할 이유서를 작성해 외무성 1국 재외대표부 지도과에 제출한다. 함께 제출해야 하는 문건도 있다. 자녀의 학업성적을 보증하는 문건, 소년단 혹은 청년동맹과 같은 정치조직에서 그의 사상 상태를 보증하는 추천서, 신체검사표 등이다. 원칙적으로 동반 출국이 안 되는 자녀를 데리고 나가기 위해 멀쩡한 아이를 환자로 만들기도 한다. --- p.221)

김정일 사망 후 북한은 김정은 체제로 빠르게 진입했다. 우선 1호 행사 경호규정부터 달라졌다. 1호 행사란 최고지도자가 참가하는 행사를 일컫는다. 이전에는 당위원회가 참가자 명단을 행사 며칠 전에 호위사령부에 제출하고, 행사 당일에는 사복을 입은 보위원과 경호원이 참가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군복 차림의 경호원이 신분증을 확인했다. 김일성광장 입구 양쪽에는 기관총이 설치되었고, 그 옆으로 완전무장한 군인이 도열했다. --- p.297

‘5과 대상’은 북한에서 널리 알려진 용어다. ‘5과’는 조선시대로 치면 대궐에서 일하는 궁녀 조직이라고 보면 된다. ‘궁녀’를 뽑는 기능도 있으며 중앙당 조직지도부로부터 도당(道黨), 시당(市黨)까지 전국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각 5과가 뽑는 대상은 14~16세 사이의 여학생이다. 질병검사, 서류심사, 면접 등을 통해 까다롭게 선발한다. --- p.331

전시 상황에서는 터널 전술이 여러모로 유효하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적 수준이나 에너지 사정으로는 터널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정전이 되면 환풍기가 돌아가지 않아 통신장비 등 주요 시설에 녹이 슬었고 병사들은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렸다. 준전시 상태가 선포되거나 한국과 미국이 합동군사연습을 하게 되면 인민군 대부분이 터널 생활을 해야 한다. 그 부담과 고통이 대단히 크다. --- p.406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이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을 어떤 목적에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변명을 붙여도 평양에 두고 온 자식은 해외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에게 ‘인질’일 수밖에 없다. 나는 현학봉 대사에게 “7월이면 맏이의 학기가 끝나는데 그때까지만 공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평양에 나의 제기 사항이 올라갔고 며칠 후 무조건 7월 중에는 들여보내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왔다. 평양의 재촉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7월이 다가오면서 맏이의 얼굴빛이 흐려졌다. 아내의 말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나는 결심했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살 권리도 없는가. 이렇게는 더는 살지 말자. 이게 무슨 사람의 삶이냐.’ --- p.506

성격은 다르지만 북한 체제와 김정은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는 또 있다. 종교다. 김정은이 아무리 신적인 존재가 된다한들 진짜 신을 믿는 독실한 신자 앞에서는 한갓 나약한 사람일 뿐이다. 물론 현재 북한 주민의 신앙과 종교 활동은 대단히 미약하다. 그러나 북한에도 신앙인과 종교 활동이 있다는 것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
--- p.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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