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마다의 무거운 사연과 어려움을 버티다 못해 지쳐 찾아온다. 아무것도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감, 나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불안, 어떻게든 잊으려고 해도 울컥울컥 터져 나오는 억울함, 암흑 속에 홀로 놓인 것 같은 두려움, 내 살을 점점 더 파고드는 죄책감, 갈 곳을 잃어버린 분노, 아무도 나를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은 자괴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겉으로는 괜찮은 척 억지로 참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버텨보아도 이 뿌리 깊은 감정들은 지치지도 않고 나를 괴롭힌다. 어떤 날에는 살아낼 만한 것 같다가도 어떤 날에는 툭 건드리기만 해도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나 자신만큼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숨겨져 있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내어 나를 마주한다고 해도 스스로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나에게 물음을 던지는 것, 나의 생각과 행동의 이면을 알고 이해하려는 시도는 그것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도 훌륭하고 의미 있다. 회복을 위한 변화는 나를 알고 싶은 열망,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늘 찾아다니지만 정작 열쇠는 언제나 나에게 있다. ---「PART 1 - 01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중에서
핵심믿음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늘 유쾌하지만은 않다. 속마음은 보통 그리 아름답지 않으며 인정하기 어렵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들로 가득 차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 그 비밀의 공간에 접근해온다면 우리는 들키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방어하게 된다. 평가받는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숨겨두고 싶은 나의 못난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게 어떤 모습이든 일단은 비난하지 말고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PART 4 - 01 나 자신을 이해하기」중에서
만약 너무나 힘든 일을 겪었다면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대견하게 여겨야 한다. 세상에는 논리적이지 않은 것도 많고 이유가 없이 일어나는 일들도 있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어려움도 있다. 마음 여기저기에 반창고를 가득 붙인 내 모습을 바라보자. 결코 완벽하지 않은 나, 괜찮다. 가끔은 괜찮지만 그보다 더 자주는 엉망진창인 나도 괜찮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나를 이해하고 아끼는 것, 그뿐이다. 그리고 조금은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살면 된다. ---「PART 4 - 01 나 자신을 이해하기」중에서
우리는 모두 매일 성장하고 있다. 완성형 인간이 되기에는 한참 멀었지만 조금은 이상하고, 엉망이고, 문제가 있는 내 모습마저 그게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괜찮다고 다독일 수 있기를, 그래서 미래에는 삶을 조금 더 편안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흔들리는 순간들은 계속 올 것이다. 그래도 두려움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잠식하게 내버려두거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마저 내 편이 되지 못하고 자책만 하고 있지는 않아야 한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될 시간이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에서 시작은 거창하지 않고 시련은 늘 존재한다. 하지만 언제가 되었든 누구에게나 빛나는 순간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주인공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말이다. 삶에서 빛나는 순간을 놓치지 말고 꼭 발견해서 오랫동안 간직해야 한다. 그게 진짜 당신의 모습이다. 그런 순간이 아직 없었다고 해도 아직 이야기는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 어둠 속을 지나고 있다면 그때가 오기 더욱 멀지 않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